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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산업 이슈] 서울과 평양, 두 도시의 말(馬) 이야기

    입력 : 2018.10.01 15:46


해방 이전까지 신의주·평양 등 북한 경마장 수가 남한보다 많아
김정은 위원장 3대 전시 치적 건물로 ‘미림승마구락부’ 손꼽혀

‘자본주의’ 스포츠 경·승마 도입…경제·생활 중요시 분위기 방증
사행산업 육성해 재정 확충도…개방·개혁 상징으로 말산업 주목

[말산업저널] 이용준 기자= 9월 18일부터 20일까지 평양에서 열린 제3차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로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 정착과 남북 교류 재개에 대한 열망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특히 이번 회담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4대그룹 총수가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방북, 북한의 경제 실세 이용남 경제 담당 내각 부총리를 만나 현안을 논의하고 산업 현장을 돌아보면서 남북 경제 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향후 북한과 경제 협력이 시작되면 기술 집약적 산업보다 낙후된 인프라를 키울 수 있는 건설 중심의 노동력 자원 산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은 대동강 수산시장이나 ‘북한의 강남’이라는 창전거리 등 평양 명소에 주목하고 옥류관 평양랭면, 대동강맥주 등 ‘북한의 맛’에 폭발적인 관심을 가졌다.


▲해방 이후 실시한 해방 기념 경주대회.

북한 말산업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다른 산업 분야처럼 베일에 싸여 있지만, 이 역시 제2차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위원장 그리고 이번 회담을 통해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승마 애호 사실이 알려졌다.

해방 이전 북한 경마장 수가 남한보다 많아
한반도에서는 1922년 사단법인 조선경마구락부가 설립 인가를 받고 5월 20일부터 경마를 시행했다. 1924년에 평남레이스구락부가 세워졌고 해방 이전까지 남한에는 신설동, 군산, 대구, 동래 등 4개 지역에, 북한에는 평양, 신의주, 함흥, 청진, 웅기 등 5개 지역에 경마장이 있었다. 운영난으로 신의주, 웅기, 함흥, 청진 경마장이 1941년 폐쇄되면서 해방 직전인 1945년 봄까지 경성과 평양, 부산과 대구만 경마를 시행했다.

해방을 맞이하며 남한에서는 11월, 전신인 조선경마구락부(조선경마협회에서 조선마사회로 이후 명칭 변경)가 한국마사회로 임의 개칭하면서 뚝섬 경마장을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시행하게 된다. 반면 전쟁 이후 독재 정권이 들어서며 사회주의를 표방한 북한의 경마, 승마 등 말산업은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백범 김구 선생이 생전 경마장을 찾은 모습.

2007년 10월 2일부터 4일까지 2박 3일간 평양에서 열린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정상회담 당시 북한을 방문한 언론사 사장단 면담을 통해 김정일 위원장이 승마애호가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김정은 위원장은 건강 비결을 묻는 언론사 사장단의 질문에 11살 때부터 시작한 승마와 수영이라고 밝혔다. 특히 47년 동안 계속해온 승마는 평균 시속 40km에서 최고 60km까지 속력을 낼 수 있다고 주장해 그의 승마 실력이 수준급에 이르고 있음을 확인했다.

북한에서 경마, 승마가 좀 더 대중화된 건 어린 시절 스위스 베른에서 유학했던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로 2013년 10월 평양시 사동 구역 미림지구에 있는 ‘미림승마구락부’를 완공하면서 본격화됐다. 과거 조선인민군 534기마부대의 훈련장이었던 이곳은 김정은 위원장이 2012년 11월 노동자와 청소년을 위한 승(경)마장으로 재건하라고 했고, 지금은 김정은 위원장의 3대 전시 치적 건물 중 하나로 손꼽힌다. 실제 김정은 위원장은 처음 설계할 때부터 완공할 때까지 모두 10여 차례 이상을 직접 현지 지도하며 심혈을 기울였다고.


▲평양시 사동 구역 미림지구에 있는 ‘미림승마구락부’ 완공식 장면(사진= 북한로동신문, NK뉴스).


▲북한 <로동신문>은 “미림승마구락부가…행복의 말발굽 소리를 높이 울리며 사회주의 문명을 마음껏 향유할 수 있게 되었다”고 소개하고 있다.

2013년 10월 26일, 북한의 <로동신문>은 ‘인민 사랑의 말발굽 소리 끝없이 울려갈 대중 승마봉사기지 미림승마구락부 준공식 진행’이라는 기사를 통해 “미림승마구락부가 희한하게 일떠섬으로써 근로자들과 청소년들은 강성 번영의 활로를 따라 행복의 말발굽 소리를 높이 울리며 사회주의 문명을 마음껏 향유할 수 있게 되었다”고 소개하고 있다.

현재 경기도 과천시 소재 렛츠런파크 서울의 5배가량 큰 62만 7천여㎡ 면적에 조성된 미림승마구락부는 잔디주로, 토사주로, 산보도로, 인공못, 인공산 등을 갖춰 종합적이고 현대적 시설로 조성했다. 실내승마장, 승마학교, 봉사건물, 마사, 말 병원을 비롯한 건축물의 연건축면적도 4만 4200여㎡에 달한다고.

미림승마구락부, 개장 6개월 만에 수만 명 인민 찾아
‘자유아시아방송(RFA)’, <통일뉴스> 등에 따르면, 미림승마구락부에 가서 말을 한 시간 타는데 평균 10달러를 내야 한다. 북한 화폐 가치로 환산하면 8만 원이 넘는 금액이고 평양시 중심가에서 동남쪽 방향으로 4km 정도 위치에 자리해 교통편도 마땅치 않지만, 일반 인민이 말을 타는데 부담 없도록 전용 셔틀버스를 운영하는 등 배려하고 있다는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


▲미림승마구락부에서는 지난해 ‘가을철 승마애호가경기’라는 이름의 경마대회가 열렸고 마권을 구매하는 ‘경마추첨사업’도 함께 진행됐다. 자본주의의 대표 스포츠인 경마와 승마가 일반 인민에도 알려지는 단계도 분석된다.

당 간부나 고위층 인사들은 오히려 이곳을 찾는 일을 절제하고 노동 계층과 청년이 이용하도록 분위기를 유도하고 있어 당국과 지도층이 일반 인민의 문화생활까지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한다. 2013년 11월 정식 개장한 뒤 6개월 만에 수만 명의 인민들이 승마를 하기 위해 찾을 정도라고 한다.

이곳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선물로 하사했다는 60여 두의 경주마를 포함해 모두 110여 두의 말들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시 코너에는 김일성의 애마와 승마 자료 외에도 김정일의 애마 ‘매봉’을 박제했으며 어린 시절 김정은 위원장이 선글라스를 끼고 의젓한 모습으로 승마하는 사진 등이 있다. 김정일의 애마로 잘 알려진 ‘매봉’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선물로 준 ‘올로프 트롯터(Orlov Trotter)’종이라고 알려졌다.

기마수(기수) 양성 과정도 운영했다. 2015년 11월 11일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미림승마구락부에서 청소년의 승마 강습 첫 기 졸업생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청소년에게 승마 기술을 널리 보급해 대중 승마 운동을 활발히 벌리며, 재능 있는 기마수들을 많이 키워 국제무대에서 북한의 영예를 빛내기 위한데 목적이 있다”고 했다.

지난해에는 해방 이후 처음으로 북한에서 경마가 시행되기도 했다. 10월 13일 미림승마구락부에서 ‘가을철 승마애호가경기’라는 이름의 경마대회가 개최됐으며, 우승한 기수에 대한 시상과 함께 마권을 구매하는 ‘경마추첨사업’도 함께 진행됐다.

과거 국내 언론들은 김정은 위원장의 승마 사진을 게재하며 ‘초호화 사치 김정은, 국민에게 승마 장려할 정도로 현실 몰라’, ‘비자금으로 호화 스포츠 등 제왕적 사치 생활에 빠져 있어’라며 북한 말산업에도 ‘종북 프레임’을 씌웠었다. 시대가 변한 지금, 북한에서 말은 행운의 상징으로, 항일투쟁의 상징으로 알려지고 있다는 점 그리고 자본주의의 대표 스포츠인 경마와 승마를 일반 인민에 보급하며 경제 활성화와 생활 스포츠로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남과 북의 말산업도 화합의 날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미림승마구락부에는 김정은 위원장이 선물로 하사했다는 60여 두의 경주마를 포함해 모두 110여 두의 말들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용준 기자 cromlee21@horse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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