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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나의 좋은 말 선택법

전재식 감독의 ‘나와 함께한 녀석들’(15)

    입력 : 2017.05.12 12:00


<실버데일>

특이한 이력의 ‘실버데일’
이 녀석 또한 ‘풀포스 게일’과 함께 호주에서 한국으로 허준성 선수가 수입해 온 녀석이다. 호주에서 한국으로 수입되기 전에 현지에서 화려한 이력을 지니고 있는 녀석이기도 하다. 호주에서 수입되어 올 당시에 장애물 A Grade를 뛰고 있었을 만큼 장애물에 능력과 소질을 가지고 있었고, 또한 종합마술(Three Day Event 3Star) 경기에 출전했던 경험도 있었다. 녀석은 그만큼 용감함을 검증받은 녀석이기도 했다. 녀석의 종합마술 경기 사진을 보면 놀라움을 금치 못할 정도의 Cross Country 장애물을 넘는 장면을 담고 있다.

넘치는 힘을 주체 못하던 녀석
녀석은 전형적인 서러브레드이다. 대회에 참가하기 위하여 대회 장소로 이동한 후 대회 준비를 위한 훈련을 하려고치면 이동 첫 날 그녀석의 움직임은 금방이라도 하늘을 뛰어오를 듯 했다. 말 수송차에서 이동을 하느라 지쳤을 만도 한데 언제나 녀석의 힘과 정신은 우리를 압도하고도 남았다. 훈련을 아주 충분히 시켜도 녀석의 에너지는 도무지 줄어들지 않았으며 녀석은 녀석의 등 위에 기승하고 있는 기승자에게 집중을 온전히 하지 않고 훈련장 주위에 있는 모든 사물에게 더 많이 집중을 했다. 어떤 사물을 보고 조금이라도 이상하다고 생각되면 그에 대한 반응속도가 마치 전광석화 같이 빨랐다. 도피하고 다시 돌아서 그 자리로 가려고 하면 온몸에 힘을 잔뜩 주어 마치 파사지라도 하는 듯하여 좀처럼 안장에 앉아 있기가 힘들 정도였다. 매번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대회가 열리는 장소에 도착하게 되면 첫날은 그렇게 지나가고 둘째 날이 되어서야 훈련을 하는 것이 조금 수월해 졌다.

아시안게임 후 망가진 녀석의 몸
이 녀석은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에 당시 기라성 같은 선배들을 따돌리고 허준성 선수와 함께 호흡을 맞춰 당당히 대한민국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그것도 1위라는 최고의 성적으로 선발돼 단체전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아시안게임을 마치고 돌아온 녀석의 몸 상태는 많이 안 좋아졌다. 일단 온몸에 피부병이 생겼고 걸음걸이는 좌우 밸런스가 균등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심각하게 생각됐던 것은 눈에 확연히 띠게 줄어든 체중이었다. 다행히 아시안게임을 마치고 돌아온 시기가 초겨울이라서 피부병은 크게 걱정이 되지 않았고 습한 곳에서 힘든 훈련을 하느라 약해진 발굽으로 인해서 생긴 걸음걸이의 밸런스를 다시 잡는 게 문제였다. 체중은 계획을 세워 천천히 사료 급식과 이에 따른 운동량을 맞추는 것을 병행해서 늘려갔다. 운동은 피부병 때문이기도 하고 그리고 지쳐있는 녀석의 활기를 되찾아 주기 위해서 기승을 줄이고 조마삭으로 훈련을 시켰다.




겨울철 조마삭 훈련에서 주의할 점
조마삭은 녀석의 컨디션을 매일 체크해 오전, 오후로 나눠서 훈련을 했다. 오전에만 조마삭을 시키면 오후 내내 마방 안에서 지내야 하기 때문에 오전, 오후로 나눠 시키는 게 지쳐있는 녀석에게는 더욱 효과적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조마삭은 평보로 5분가량 시작해 천천히 속보를 시작한다. 마방에서 있다가 나온 녀석은 잠시도 참지 못하고 달음박질을 하려고 했다. 때마침 날씨도 제법 쌀쌀해져서 날씨도 그녀석의 달음박질에 불을 붙이는 듯 했다. 하지만 아주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조마삭을 돌려야 했다. 달음박질을 하려는 녀석을 제어하지 않고 방치해두면 녀석의 걸음걸이는 더욱더 상황이 악화되기 때문이기도 했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해서 날씨가 쌀쌀해지면 말들은 기분이 상승돼 돌발적인 움직임을 많이 하고 이로 인해 치명적인 사고가 나기도 하기 때문이었다. 특히 기승을 할 때 보다 조마삭 운동을 할 때는 더욱더 조심을 해야 한다. 말이 혼자서 달음박질을 하다가 미끄러지는 수도 있고 달음박질을 제어하지 않아 발을 헛디뎌 종종 다리의 인대 및 골절이 생기는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많지는 않지만 실제로 추운 겨울에 조마삭을 시키다가 골절이 되어 폐사된 우수한 말들도 있었다. 겨울에 조마삭을 시키는 것은 조심에 조심을 기해야 한다. 경험이 많은 사람이 조마삭을 시키거나 아니면 경험 많은 사람이 처음 한동안을 조마삭 시키는 것을 지켜보며 위험한 상황이 일어나지 않게 조절해 주고 말이 침착해 지는 모습을 보이면 나머지 일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구보보다는 속보에 치중
녀석이 조마삭을 할 때 난 녀석의 걸음걸이를 매번 관찰하며 균형이 올바르게 되도록 상상을 하며 조마삭을 했다. 그 상상을 녀석의 조마삭에 접목시켜 일정한 리듬이 이루어지도록 했다. 난 구보운동 보다는 속보운동에 더 치중했다. 그 이유는 구보는 속보보다는 올바른 걸음걸이를 관찰하기 힘들고, 체력 소모가 많기 때문이었다. 짧게 하는 운동보다는 체력소모가 적고 운동을 길게 하는 것이 녀석에게 더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됐기 때문이었다. 녀석은 처음 조마삭을 할 때 본능적으로 달음박질을 하려고 했지만, 이를 제지하고 속보로 조마삭을 돌리려고 노력하했다. 우리도 본능을 스스로 억제하는 게 아주 힘들다. 예를 들면 배고픔을 참는 것이 힘들 것처럼 말이다. 본능을 억제 하는 것은 우리 같은 일반인이 아니라 수도사나 깨우침을 얻으려는 이들이 하는 것이 보통이다. 녀석을 구보가 아닌 속보로 억제 시키는 것은 녀석의 본능을 억제시키는 것과 다르지 않았고, 그만큼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외관상 보이는 녀석의 좋지 않은 컨디션과 녀석의 균형을 잃은 움직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절대 돌발적인 움직임과 이에 따른 달음박질을 하지 못하게 했다.

회복 후 호흡을 맞추다
이렇게 조마삭 운동을 한 달이 넘게 시키자 녀석의 몸은 점차 윤기가 나기 시작했다. 또한 체중도 조금 불어서 깡다구만 남은 깡마른 외모가 보기 좋은 근육질로 바뀌어가고 있었다. 가장 중요한 변화는 녀석이 잃었던 균형 잡힌 걸음걸이가 천천히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것이었다. 이렇게 추운 겨울이 지나고 다음해에 허준성 선수가 호주로 유학을 가게 됐다. 그래서 난 녀석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녀석과 함께 그해에 각종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고, 전국체전 대장애물에서 은메달을 획득하기도 했다.




좋은 말 선택법
모든 말의 능력이 다 같을 순 없다. 승마인들이 흔히 말하기를 좋은 말을 선택 하는 것이 첫 번째이고,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것이 두 번째이라고 한다. 우리는 좋은 말을 만날 때를 대비해서 충분한 실력을 길러놓아야 한다. 아마도 능력 있고 좋은 말이 주인을 잘못 만나거나 알맞지 않은 환경에 놓여서 잠재되어있는 능력을 발휘 하지 못 하고 생을 마감하는 말들도 부지기수일 것이다. 말의 능력을 한눈에 알아보는 혜안이 생기도록 많은 경험을 해야 하며 말에 대한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한다. 참고로 난 말을 선택할 때 관상을 제일 먼저 본다. 이렇게 표현 하는 것이 적당한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첫인상을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녀석의 성격이 얼굴에 나타는 경우가 80% 이상 일치한다고 많은 경험으로 인해 생각하게 됐고 깊고 고혹적인 눈망울을 보면 녀석의 과거는 보이지 않지만 미래는 조금은 예측되어진다. 여기서 오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난 점술가는 절대 아니라는 것을. 좋은 말을 선택 한 후에 더욱 중요한 것은 말할 것도 없이 녀석에게 맞는 훈련 방법을 계획하는 것이다. 녀석은 이제 막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느라 민감해져 있을 것이며 많이 불안해 할 것이다. 이 시기에 절대로 무리하지 말고 선생님과 충분히 상의하여 녀석에게 가장 적합한 훈련을 해야 한다. 훈련 방법에는 한 가지 방법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획일적 훈련이 아닌 매순간 말에게 적합한 훈련 방법을 선택해서 꾸준히 훈련한다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겨울철 조마삭 훈련은 주의해야 한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해서 날씨가 쌀쌀해지면 말들은 기분이 상승돼 돌발적인 움직임을 많이 하고 이로 인해 치명적인 사고가 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좋은 말을 선택 한 후에 더욱 중요한 것은 말할 것도 없이 녀석에게 맞는 훈련 방법을 계획하는 것이다.

교정교열= 황인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