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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회 말 찾아 호주 삼만리

전재식 감독의 ‘나와 함께한 녀석들’(20)

    입력 : 2017.06.14 09:50


<윌로우애쉬>

말 찾아 호주로
내가 처음으로 외국으로 나가서 수입해온 말이다. 내게 승마를 배우던 김성수(현 소노펠리체 승마클럽 교관) 학생의 말을 구입하기 위해서 호주로 향했다. 호주에 도착한 난 경비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그곳에 유학 와있는 후배 허준성 선수의 집에 염치불구하고 여장을 풀었다. 당시에 허준성 선수의 아버님이신 허경화 전 강원도승마협회 회장님께서도 호주에 머물고 계셨다.

허 회장님의 자상함
빡빡한 여정이니만큼 도착 당일부터 첫 일정을 시작했다. 현지에서는 John McMillan이란 친구가 말들을 소개 해주었다. John과는 이미 10년 전부터 친분이 있는 사이였다. John은 본인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우리가 준비한 구입비에 맞춰 최고로 능력 있는 말들을 보여주려고 온갖 수소문해 성의를 보여줬다. 우리는 좋은 말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면 불원천리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서 시승했다. 호주라는 나라가 워낙에 크다 보니까 바삐 움직여가며 온종일 말을 시승을 해도 이동거리가 길고 운전을 하는 시간이 많아서 정작 몇 마리밖에는 시승을 하지 못했다. 개인 승마장에 가서 시승하기도 하고, 도로 옆 넓은 공터에서 장애물 몇 개 설치해놓고 시승하기도 했다. 힘든 하루가 끝나고 밤늦게 집으로 돌아온 나와 허 선수는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잠시 잠자리에 들었다가 새벽에 다시 시승을 하러 나가곤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대충 씻고 나가려 했는데 허 회장님께서 새벽 일찍 일어나셔서 우리를 위해 미역국, 된장찌개를 끓여 놓아 주셨다.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감사한 마음을 넘은 감동 그 자체이다. 하나의 말로는 표현이 되지 않는 자상함을 갖고 계셨다.

기분 좋은 출발
우리는 아침밥을 양껏 먹고 둘째 날 시승을 위해 약속 장소로 출발했다. 당시 허준성 선수의 승용차는 작은 스포츠카였다. 나름 지붕이 열리기도 했다. 난 출발하면서 지붕을 열고 가자고 했다. 차의 지붕을 열자 이런 호사가 있나 할 정도로 이국정취가 물씬 느껴졌다. 맑은 공기, 파란 하늘, 깨끗한 거리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었다. 그날은 녀석을 만나려는 계시였는지 출발 처음부터 모든 게 완벽에 가까웠다. 그날 처음 본 말은 서너 시간 운전을 해서 도착한 작은 공원에서 시승을 했다. 이 녀석의 성적표는 아주 좋았다. 그만큼 기대 또한 컸다. 하지만 날 태우고는 좀처럼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성적표가 좋은 만큼 난 좀 더 신경을 써서 잘 타보려 했다. 그렇지만 녀석은 한국에 가기가 싫었는지 끝내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깔끔하고 아담한 승마장에서의 만남
다음 녀석을 시승하기 위해서 이동하는 도중 갑자기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처음 본 말이 성적표가 좋은 말인데 이렇게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다니 과연 좋은 말이 있을까 하는 걱정이 서서히 머릿속에 맴돌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저런 걱정을 하며 다음 장소에 도착했다. 그곳은 작고 아담한 승마장이었지만 주변 정리가 깨끗하게 잘 정돈돼 있었다. 승마장 주인의 성격을 어느 정도 짐작 가능케 한 예쁘고 아담한 승마장이었다. 승마장 한편에 있는 작은 마장에는 장애물이 설치돼 있었고, 우리가 도착하자 누군가가 말을 한 마리 끌고 나와 기승하기 시작했다. 난 이 녀석이 우리가 시승할 말이라는 사실을 잘 알았다. 그런데 조금 이상한 체형을 가진 녀석이었다. 속보 걸음도 이상하고 목은 짧고 몸은 동글동글했다. 꼬리 숱은 과도하게 많고 다리의 털은 털이 달린 토시를 신은 것처럼 빽빽했다. 낮은 장애물을 넘으면서는 두 다리를 모아 뒷발차기를 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장애물을 넘는 모습은 힘차 보였고 걸음도 빨라 보였다. 게다가 조심성도 있는 것 같았다.

난 마치 작은 샤이어와 같은 외모를 하고 있는 녀석을 시승했다. 시승을 하면서도 녀석의 외모로 인해 선입견이 생겼는지 녀석에 대한 믿음은 좀처럼 생기지 않았다. 녀석을 데리고 가도 될까 하는 생각은 처음 녀석을 기승한 순간부터 한동안 계속됐다. 녀석이 속보할 때 내 몸을 튕겨주는 느낌은 아주 유연하고 좋았다. 내게 전해져오는 그 느낌은 부드러우면서도 쿠션감이 좋았으며, 아주 안정적이었다. 녀석은 자신의 위에 있는 내 몸을 정말 편안하게 해줬다. 구보도 아주 편안하고 좋은 리듬을 지니고 있었다. 수축 훈련이 조금 부족하단 느낌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아주 편안했다.


▲말을 구입 할 때 외모로만 판단해서는 실패할 확률이 아주 높다. 말을 구입하려는 사람은 고려 사항을 완벽하게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지만 사용할 용도에 적합한 말을 구입 할 수 있다. ‘윌로우애쉬’ 말 검수 모습.


선입견은 인연으로
시승하면서 녀석에 대한 내가 갖고 있던 선입견과 불안감은 점차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점핑능력은 140 클래스는 소화시킬 듯 보였고, 조심성이 많았으나 용감함도 부족하지 않았다. Take-off 시에 탄력과 순발력은 자신 위에 있는 기승자의 기분을 좋게 만들 만큼 부드럽고 안정적이었다. 난 여기서 140cm가량 장애물을 넘어봤다. 140cm는 녀석에게 조금은 힘든 듯 느껴졌지만 잘 넘으려고 최선을 다하는 녀석의 모습이 흐뭇하게 했다. 장애물을 넘는 중간 중간에 뒷발을 심하게 차기는 했지만, 녀석의 위에 있는 내게는 별 부담은 주지 않았다. 아침부터 기분이 좋더니만 녀석과의 좋은 인연을 암시한 듯 했다. 그 인연으로 녀석은 한국에 와서도 언제나 최선을 다하였고 지금은 또 다른 좋은 주인을 만나서 사랑받으면서 행복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고 전해 들었다.

녀석은 트로팅을 하는 서러브레드 엄마와 농사일을 돕는 샤이어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교배종이다. 만약 녀석이 이러한 좋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면 녀석의 생은 180도 바뀌었을 것이다. 외관상 보이는 녀석의 모습은 우리가 선호하지 않는 체형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녀석의 성격은 아주 온순한 샤이어의 성격과 트로팅을 해서 빠른 걸음걸이와 민첩한 움직임 그리고 자신의 위에 기승한 사람을 신뢰하고 복종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양부모의 장점만을 절묘하게 물려받아 태어난 행운아라고 할 수 있다.

말 구입시 외모만 보지 말자
말을 구입 할 때 외모로만 판단해서는 실패할 확률이 아주 높다. 말을 구입하려는 사람은 고려 사항을 완벽하게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지만 사용할 용도에 적합한 말을 구입 할 수 있다. 말을 구입하는 건 때론 도박과도 같다. 말을 구입할 때 안정적이고 확신을 갖는 방법을 연구하는 건 계속 말을 공부해야 하는 승마인의 숙제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한일 월드컵이 열리는 축제의 해인 2002년 2월에 지금의 ‘렛츠런승마단’에 입단했다. 입단하며 처음 배정받은 말 중 한 마리가 ‘세일러V’였는데, 이 녀석은 평생 내 기억에 남아있는 말이다. 1995년 ‘세일러V’와 함께.

<세일러V>

렛츠런승마단 입단
2002년 한일 월드컵이 열리는 축제의 해에 부산 아시안 게임이 열렸다. 난 2002년 2월에 지금의 ‘렛츠런승마단’에 입단했다. 입단하며 처음 배정받은 말 중 한 마리가 ‘세일러V’였다. 녀석은 아마도 평생 내 기억에 남아있지 않을까 싶다. 큰 스님들은 정진에 정진을 하던 가운데 깨달음을 얻는다고 한다. 대상이나 사물, 시간, 장소 등 어느 하나 정해진 것이 없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녀석은 내게 말의 정신세계에 대한 깨달음을 준 녀석이었다. 녀석은 처음 함께 운동하기 시작한 날부터 포기하는 날까지게 매일 매일 어렵고 해결하기 힘든 숙제를 내게 줬다. 녀석과 함께할수록 그 풀리지 않는 숙제는 밀리고 쌓여만 갔다. 하지만, 나도 자존심이 강해서 녀석에게 결코 지지 않으려고 싸우기부터 온갖 실험, 연구까지 다 했던 기억이 난다.

미친 녀석을 만나다
평지운동할 때는 그나마 조금 운동을 할 만했다. 그러나 장애물을 시작하면......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내 두 손은 얼굴을 가리고 자연스럽게 고개를 숙이게 된다. 어떻게 녀석의 성격과 행동을 표현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평지운동을 할 때 처음 10분가량은 준수했지만, 이후 달아오르기 시작하면 그 누구도 녀석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거기다가 장애물이라도 하면 불난 집에 기름이라도 부은 격으로 걷잡을 수가 없었다. 이런 녀석을 데리고 시합이라도 참가하면 거의 목숨을 내놓고 경기에 임해야 했다. 녀석이 하는 행위를 글로 표현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일단 녀석은 달아오르기 시작하면 도무지 일정한 리듬이란 게 없다. 마음대로 빨라지는가 하면 갑자기 한두 발 느리고 작게 움직여서 위에 있는 기승자의 신체적·정신적 밸런스를 모두 잃게 한다. 내가 다시 밸런스를 찾아 호흡을 맞춰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면 잠시 후에 같은 동작으로 다시 모든 것을 허물어뜨린다. 녀석의 움직임의 형태를 보면 일단 머리를 끊임없이 위아래로 흔든다. 그 움직임의 세기가 과도하게 강하다 보니 자기 자신의 밸런스까지도 깨뜨리기가 일쑤였고 정신없는 움직임으로 인해서 기승자의 리듬도 함께 무너뜨렸다. 장애물을 넘을 경우에는 거리 측정이 어려워지고, 거리가 맞는 경우에도 녀석의 미친 듯한 움직임으로 한 두 걸음 더 만들어서 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러다 보니 난 항상 불안했고,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견뎌낼 수가 없었다. 난 녀석의 미친 움직임과 비슷한 좋지 않은 버릇이 생기게 될 것 같은 불길한 생각들이 들었다. 경기가 끝난 뒤 내 심리상태도 많이 불안해졌으며 몸 이곳저곳이 쑤시고 아픈 경우가 많았다. 특히 허리에 많은 무리가 가곤 했다. 한번은 녀석과 용마경기와 천마경기를 타고 난 후에 어깨통증이 시작돼 1년 이상 날 괴롭히기도 했다.

교정교열= 황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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