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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마 에세이] 제1화 ‘클래식걸’ 첫눈에 반했습니다

전재식 감독의 ‘Dear My Classicgirl’

    입력 : 2017.09.18 13:53


작년 6월부터 연말까지 렛츠런승마단의 전재식 감독의 ‘Dear My Classicgirl’을 본지 지면을 통해 연재했다. 전재식 감독과 신데렐라마 ‘클래식걸’과의 에피소드를 통해 많은 승마인과 승마팬들에게 호평을 받았으며, 현재는 정식 도서 출판을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는 중이다. 본지는 지난 8월 1일부로 네이버·다음 카카오 검색 제휴를 시작해 말산업계 종사자뿐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도 승마를 포함한 말산업계 소식을 더욱 손쉽게 전하고 있다. 이 가운데 승마 인구 저변 확대와 건전한 승마 문화 확산을 위해 전재식 감독의 ‘Dear My Classicgirl’을 이번 주부터 재연재한다.

일반 강습용 말이던 ‘클래식걸’을 30여 년 승마 인생 전재식 감독의 훈련 노하우로 마장마술의 최고 난도인 Grand-prix까지 가르친 이야기는 한국 승마의 자랑이자 또 다른 가능성을 제시해주기도 한다. 특히, 지난해 말 발생한 정유라 승마 특혜 의혹으로 전반적인 승마의 이미지가 실추된 가운데 전재식 감독의 재미있는 승마 에피소드는 승마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 해소에도 기여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연재를 시작한다. -기자말-


‘클래식걸’ 그녀와 첫 만남
2010년 3월경 각종 승마지원 사업에 필요한 말을 구입하기 위해 말산업 선진국 독일로 말 검수 출장을 나갔다. 기존 선수단이 사용할 말을 사기 위한 목적뿐 아니라 한국마사회 내 각각 다른 부서에서 사용할 여러 마리의 말을 구입하기 위한 목적의 출장이었다. 출장 인원만 총 6명일 정도로 중요하고 큰 규모의 검수였다.

난 2명의 선수와 함께 선수단을 대표해 검수에 참여했다. 우리의 주목적은 그해 11월에 있을 광저우 아시안 게임 종합마술 경기에 출전할 말을 구입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부수적으로 각 부서에서 필요로 하는 초보자·승마 지도자 강습용 말 검수를 돕는 일을 맡았다.

바쁜 일정 속에서 일반 강습용 말을 검수하기 위해 찾은 어느 독일 승마장에서 우연찮게 ‘Classic Girl(이하 CG라 칭함)’을 만나게 됐다. 당시 CG는 아주 예쁜 옷(털)을 입고 있었고 무지 착한 녀석이란 인상을 받았다. 모난 모습이 보이지 않았고 곧잘 장애물도 넘었다. 난 CG를 검수를 위해 동행한 승마활성화팀 동료에게 적극 추천했다. 물론 나뿐만 아니라 함께 간 모든 동료가 특출 난 외모의 CG를 똑같은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CG는 우리나라에 초보강습용 말로 들어오게 됐다. 나와 다른 두 명의 선수는 독일에 남아서 엸미히 아시안 게임 준비를 했고 그렇게 CG와는 각자 다른 목표를 위해 나가고 있었다.

30년 승마 인생, 마장마술로 전격 전향(?)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있은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의 일이다. 2011년 1월 경 우리 선수단의 유일한 마장마술 선수인 C선수가 개인적 이유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C선수가 빠지면서 우리 선수단은 마장마술 선수가 한명도 없게 됐고, C선수를 위해서 구입한 말 ‘리코’는 졸지에 주인을 잃은 신세가 돼 버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리코’ 녀석을 운동을 시킬 사람도 없게 됐다. 승마단에서는 C선수 대신 다른 선수를 영입하려 했으나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결국 박재홍 감독님은 내게 마장마술로의 전향을 권유하셨다. 30년간 장애물 선수로 활동해왔는데 마장마술로 전향이라니. 난 한참을 고민할 수 밖 없었다. 며칠이 지난 후에야 최종 결정을 내렸고 난 우리 팀의 유일한 마장마술 선수라는 부담스러운 짐을 떠안으며 마장마술로 전격 전향을 하게 됐다.

생소한 마장마술, 까다로운 ‘리코’와의 동행
30년 말을 탔어도 마장마술은 내게 생소하게 다가왔다. 더군다나 C선수가 타던 ‘리코’란 녀석은 타기가 여간 어려운 녀석이었다. 녀석을 타던 초기에는 마장마술에 대한 나의 미숙함도 있었겠지만 ‘리코’의 움직임이 워낙에 크고 웅장했던 것도 한몫했다. 녀석의 움직임은 곧장 내게 전해졌고 그리 크지 않은 내 몸은 녀석의 커다란 움직임을 받아내느라 안장 위에서 정신없이 이리저리 튕기곤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녀석들에 비해서 ‘리코’를 타는 게 유독 힘들다는 사실을 알게 됐지만, 나의 전생의 업보(?)려니 체념하고 성심을 다해 함께했다. ‘리코’는 지금도 역시 운동하기가 너무나 어렵다. 하지만 경기에 출전하면 언제나 우수한 성적을 내곤 하니 녀석을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30년 말을 탔어도 마장마술은 내게 생소하게 다가왔다. 더군다나 C선수가 타던 ‘리코’란 녀석은 타기가 여간 어려운 녀석이었다. ‘리코’와 훈련 중인 전재식 감독 모습.

‘Dark Beauty’와 작별
‘리코’는 내 에이스 말이었고, ‘리코’보다 능력이 조금 떨어지고 나이가 많은 ‘Dark Beauty’는 지원 말이었다. ‘Dark Beauty’는 여러 가지 문제를 갖고 있었는데 많지 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노화의 진행 속도가 다른 말들에 비해서 너무 빨랐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 ‘Dark Beauty’ 나이대의 보통 말들은 건강할 뿐 아니라 현역으로 대회에도 활발히 참가하는데 녀석은 그렇지 못했다. 더군다나 활력과 총기를 잃어가는 속도가 느껴질 정도로 노화가 빠르게 진행됐다. 그런 이유로 나와 ‘Dark Beauty’의 훈련은 언제나 충분치 못했다. 경기에 참가해서도 좋은 움직임을 보여주기보다는 참가종목의 코스를 정확하게 실행하는 것에 주안점을 둘 수밖에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Dark Beauty’가 알 수 없는 병으로 인해 양쪽 눈을 모두 실명하게 됐고 잠시 함께한 추억을 남겨두고 영원히 슬픈 작별을 해야만 했다.

다시 만난 ‘Classic Girl’
‘리코’가 아주 우수한 말이기는 했지만 내게는 ‘리코’ 한 마리만으로는 운동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부족한 운동을 채우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우리 팀(당시 승마훈련원)에서 보유하고 있는 강습용 말 중에서 마장마술을 가르칠 말을 찾아봤다. 강습 말들 중에는 우수하지는 않지만 독일에서 수입되어올 때 나름 마장마술을 배워서 마장마술 성적을 보유하고 있는 말들도 다수 섞여 있었다. 그 말들을 며칠에 걸쳐 시승을 했지만 마음에 와 닿는 말을 만날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에 CG가 생각났다. 그날 마침 당시 교관양성팀에 교관 보조로 있는 K군이 CG를 기승하고 있었다. 그때 당시 CG는 최악의 몸 상태를 하고 있었다. 한 달 전에 뒷다리에 생긴 찰과상을 제때 치료를 하지 못해서 봉와직염에 걸렸고 부종이 너무 심해서 운동을 하지 못하다가 서서히 회복 운동 중이었다.

당시 CG의 모습은 마치 돈키호테의 애마 ‘로시난테’ 모습과도 같았다. 배불뚝이에 다리는 코끼리 다리만큼 굵게 부어올라 있었고 운동을 하지 못해서 모든 근육이 사라져 엉덩이는 뾰족하게 솟은 산처럼 보였다.
그러나 CG의 그윽하고 깊은 눈빛은 나에게 야릇한 동정심을 불러일으켰다. CG의 걸음은 우아하지 못했지만 일정한 리듬은 유지하고 있었고 무엇보다도 수장대(말을 물로 닦는 곳)에 묶여있는 동안 사람을 대하는 CG의 순종적으로 보이는 깊은 눈과 침착한 행동이 내 마음을 움직였다. 나는 당시 CG를 책임지고 있던 B교관과 A교관에게 며칠 동안만 내가 운동을 시키겠다고 부탁을 하고 CG를 시승했다.


▲전재식 감독은 직접 클래식걸을 기승한 후 에너지가 충만하고 인내력이 강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다른 말과 다른 총명함을 느껴졌고 걸음걸이가 규칙적이고 좀 더 정제된 느낌에 끌렸다는 것이다. 클래식걸과 전재식 감독의 다정한 모습.

‘첫눈에 반했습니다’
CG를 시승하면서 느낀 첫인상은 에너지가 충만하고 인내력이 강하다는 거다. 그리고 아주 고지식하고 급한 성격이라는 걸 느꼈다. CG는 첫 만남부터 아무 내숭 없이 자신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나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것은 다른 말에 비해 아주 정확하고 상당히 규칙적인 걸음을 소유하고 있었던 점과 다른 말보다 돋보이는 총명함과 순종적인 성격이었다. 그 밖에도 여러 이유가 있었겠지만 위에 말한 내용만으로도 CG를 선택할 이유는 충분했다. 승마 강습용 말 중에 다른 마필들도 제법 우수했지만 나는 이미 눈에 콩깍지가 쓰였기 때문에 다른 말에게는 눈길이 가지 않았다. 혹자들은 나에게 어떠한 계기로 CG를 타려고 마음먹었느냐고 묻는다. 그럴 때마다 멋진 답변을 하고 싶지만 실망스럽게도 별로 할 말이 없다. 다만 CG에게 다른 말과 다른 총명함을 느꼈고 걸음걸이가 규칙적이고 좀 더 정제돼 그냥 끌렸다고나 할까? ‘첫눈에 반했습니다’란 말로 멋진 답변을 대신하고 싶다.

▲본지의 네이버·다음 카카오와의 뉴스 검색 제휴를 기념해 전재식 감독의 ‘Dear My Classicgirl`을 재연재한다. 승마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은 가운데 재미있는 승마 이야기를 통해 일반 대중에게ㅔ 승마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고, 승마를 포함한 말산업 전반의 발전을 기대해본다.

교정교열 = 황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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