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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산업 화제 인물] “함께했던 말(馬) 모두 기억하고 사랑해…성적 좋은 이유는 선행 덕분”

김진영 (사)부산경남마주협회 초대회장 특별 인터뷰

    입력 : 2018.10.11 17:44


말산업 원로로 열정과 자부심 가득…노블레스 오블리주 몸소 실천
소유 말들 성적 좋은 건 선행 덕분…온정 베풀면 좋은 일 생겨
매일 새벽 경마장 출근해 말들 보살펴…함께한 모든 말 기억해

‘오너스컵’ 대신 부경마주협회장배로, 서울·부경 오픈경주로 가야
불합리한 제도·상금 체계 산적…파트1 국가 가는 길 아직 멀어
기득권 버리고 서울·부경 통합해야 상생…마주 문호 더 개방하기를


[말산업저널] 이용준 기자= 모든 스포츠나 특정 산업 그리고 단체가 정착하기까지에는 원로라는 존재는 필요 불가결하다. ‘한 가지 일에 오래 종사해 경험과 공로가 많은 사람’을 뜻하는 원로는 헌신과 희생을 먹고산다. 삶은 비바람 아니 태풍과 같은 난관으로 점철됐지만, 그는 유쾌하다. 자긍심이 가득하되, 마음과 생각은 항상 열려 있다. 오래 머무른다고 누구나 원로가 될 수 없다. 긍정과 열정, 자신이 걸어온 길에 대한 자부심 그리고 남을 향한 배려. 원로의 조건이다.

김진영 (사)부산경남마주협회 초대회장과 인터뷰하며 떠오른 단어가 바로 ‘원로’였다. 그저 그런 원로가 아니라 진짜 원로였다. 승마 경력만 45년이다. 뚝섬경마장 시절로 이야기가 거슬러 올라갔으니 할 말 다했다. ㈜풍진축산 대표와 초대 부산경남마주협회장이라는 직함 외에도 부산구치소 교정협의회 회장, 부산북부경찰서 청소년 지도위원, 한국청년지도자연합회 회장, 한국JC특우회 부산지부회장, 국민행복실천운동 공동대표 등 왕성한 사회 활동도 하고 있다. 한평생 한길만 부단히 걸어온 그, 인터뷰 내내 유쾌함과 자긍심, 열정과 배려로 가득한 존재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 편집자 주


▲김진영 (사)부산경남마주협회 초대회장과 인터뷰하며 떠오른 단어가 바로 ‘원로’였다. 그저 그런 원로가 아니라 진짜 원로였다. 그는 2006년 1월 19일, ‘시민들이 경마를 사랑하도록 하겠다’며 온갖 어려움에도 부단한 노력 끝에 부산경남마주협회를 창립했다.

- 2006년 1월 19일, ‘시민들이 경마를 사랑하도록 하겠다’며 온갖 어려움에도 부단한 노력 끝에 부산경남마주협회를 창립하셨는데요, 창립 배경과 당시 상황은 어땠습니까.
“당시 마사회는 마주협회를 인정하는 분위기가 아니었습니다. 마사회 내 마주친목회에서 부산경남마주협회장을 내정했었죠. 당시 제주 경마장을 시찰했던 27~8명의 회원들이 창립에 뜻을 모았습니다. 당시 나이나 경력에서 중간층이었던 제가 위원장을 맡아 활동을 시작했고 롯데호텔 43층에서 100여 명이 넘는 회원들이 모인 가운데 창립총회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부경에는 당시 대상 교류 경주가 없었는데 서울에서 7개 시행하던 경주에서 3개를 가져왔습니다. 부산경남마주협회장배 대회를 만들었는데 마사회가 사단법인으로 허가가 났는데도 협회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시상식도 못하게 하려고 오너스컵으로 명칭을 바꿨지요. 첫 대회 때 시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지난 7월 29일 제12회 오너스컵에서 ‘돌아온포경선’이 우승했는데 한을 푼 것처럼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한편, 지금도 심지어 오너스‘컵’인데 상패를 줍니다. 내년부터는 바르게 문화가 바뀌기를 희망합니다.”

- 올해 4월 4일에는 부산구치소 교정협의회 회장에도 취임하셨습니다. 30년간 교정위원으로 활동한 것을 비롯해 북부경찰서 청소년 지도위원, 한국청년지도자연합회 회장 등을 역임하는 등 지역 사회 나눔 봉사 활동, 재소자들의 교정 교화를 위한 지원 등에 헌신하면서 마주로서 사회의 모범이 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하고 계십니다.
“저희는 재소자가 아니라 수용자라고 부릅니다. 일반인은 언제 어디서든 먹고 싶으면 찾아갈 수 있지만 수용자들은 그럴 수 없습니다. 70세 이상 고령자들이 있는데 무엇을 드시고 싶으냐고 하니 충무김밥과 족발이 드시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바로 준비해서 함께 식사하고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지난여름은 유독 덥지 않았습니까. 중복 때는 삼계탕을 큰 닭으로 1,100마리, 2,200인 분을 준비했습니다. 생수도 절실하다고 해서 1만5천병을 후원했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교화한다는 건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 것만큼 어렵습니다. 그들을 직접 만나보면 우리의 속내를 읽고 있고, 때때로 몰지각한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죄를 미워해도 사람을 미워하면 안 된다는 말처럼 힘든 줄 알면서도 함께 부대끼면서 어울리다보면 진심을 이해해줍니다. 제 자신이 즐거워서 하는 일입니다. 마음, 정을 나누면 제 마음도 좋아집니다. 그곳에 다녀오면 사람들이 ‘기분 좋은 일이 있냐’고 물을 정도예요. 제 말들이 성적이 좋은 건 나름의 선행을 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요. 베풀면 좋은 일이 생깁니다.”


▲김진영 회장은 원로 마주로서 사회 공헌에도 실천적으로 앞장서고 있다. “자신이 즐거워서 하는 일”이라며 말들이 성적이 좋은 건 나름의 선행을 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베풀면 좋은 일이 생긴다”고 강조하는 모습에서 진정한 어른의 모습을 읽을 수 있었다(사진= 한국경제 갈무리).

- 2012년 뚝섬배에서 ‘로열임브레이스’, 2013년 농림축산식품부 ‘메이저킹’, 그리고 최근 오너스컵과 SBS 스프린트를 연속 재패하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코리아스프린트에서도 3위로 입상한 ‘돌아온포경선’까지 자마들의 활약이 뛰어납니다. ‘말이 좋아서 마주가 됐다, 말과 대화하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하셨는데요. 특히 경마대회 때마다 예시장에 직접 나오셔서 선글라스를 끼고 당당하게 말을 끌고 가는 모습이 화제입니다. 마주로서 가장 보람을 느끼셨을 때, 가장 기억나는 말들이 있으시다면요.
“먼저 이번 코리아스프린트 대회는 여러모로 참 아쉬웠어요. 관리도 잘했고 컨디션도 좋아서 기대가 컸습니다. ‘돌아온포경선’이 우승해서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지키고, 파트1으로 가는 디딤돌이 되겠다는 비장한 목표가 있었지요. 방해도 있었고 작전이 뜻대로 안 됐지만 마지막 코스에서 엄청나게 뛰는 모습 보셨지요. 10미터만 더 길었어도 이겼을 것입니다.
조부 때부터 승마를 하셨는데 부산 강서구에 축사가 있었어요. 낙동강 고수부지에서 외승도 자주 했었지요. 뚝섬경마장 당시부터 말을 입찰해 조달받았습니다. 부산경마장을 유치할 때 강서구청장을 만나 설득하고 노력했었습니다. 당시 강서구의 재정 자립도가 11% 밖에 안 됐습니다. 주민들도 ‘경마장 절대 환영, 연탄 공단 단지는 반대’라고 할 정도로 적극적이었습니다. 그때부터 마주가 되려고 준비했고, 2002년 아시안게임 이후 부경에 경마장이 조성될 때 제일 먼저 신청했습니다.
지금도 새벽 4시에 일어나 김해시에 있는 백두산을 오릅니다. 해발 350여 미터의 가파른 산인데 이곳을 오르내리며 심신을 단련하고, 정상에서는 우리 말들의 안전과 건강을 축원하고 기원합니다. 그리고 바로 마방을 찾아가요. 하루라도 우리 말들을 안 보면 불편합니다. 매일 아침 6시에 출근하다시피 해서 8조, 14조, 17조, 21조, 28조, 29조 6개 마방이 있는데 말을 일일이 쓰다듬어주고 다독입니다. 저와 함께했던 모든 말들을 기억하고, 사랑합니다.”


▲‘말이 좋아서 마주가 됐다, 말과 대화하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회고한 김진영 회장은 경마대회 때마다 예시장에 직접 나와 선글라스를 끼고 당당하게 말을 끌고 다녔다. 그만큼 말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크다는 방증일게다(사진= 코리아레이스 홈페이지 갈무리).

- 서울과 부경 마주 통합이 최대 현안이기도 합니다. 현재 적자 마주들이 많은데 부경과 서울이 통합된다면 적자 마주 해소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마주로서 느끼는 현재 서울과 부경 경마의 차이점은. 통합하기 위한 현실적 걸림돌은 무엇입니까.
“통합하면 좋은데 일부 원로들이 기득권을 놓지 않아 반대하고 있습니다. 1년에 45차례 경마대회가 있는데 서울은 31회, 부산은 14회입니다. 초창기 3:4 비율과 비교하면 비례가 맞지 않습니다. 게다가 서울은 비오픈경주이고 부산은 전부 오픈경주로 합니다. 전부 오픈해 개방 경주로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기득권을 버리고 통합해야 상생할 수 있습니다.
내년 경마 시행 계획이 한창인데 서울 상금 체계부터 고쳐야 한다고 봅니다. 서울의 경우 상금이 잘못됐습니다. 이번 코리아스프린트의 경우 9월 9일에 대회가 끝났는데 상금은 10월 5일에나 나왔습니다. 서울이 상금을 독식하니 부산은 성과급도 제대로 못 받고 파업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돈은 적고 일은 많으니 그렇습니다. 서울처럼 관리사들의 성과급을 많이 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합니다. 불합리한 제도와 과정 가운데 어떻게 파트1 국가로 가겠습니까.”

- 많은 마주들이 산지통합 경주 시행, 별정 경주 증가 편성 등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원로 마주로서 경마 선진화, 공정 경마 시행을 위한 대안들로 어떤 부분들이 강조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가요.
“이번 코리아 스프린트 대회 당시 건의한 부분이 있습니다. 외국 말들은 새벽 4시 이전에 훈련합니다. 방역 문제라며 함께 주로에서 훈련도 못하게 합니다. 외국 말은 시설 좋은 검역마방에서 지냅니다. 우리 말들은 외국 말이 훈련을 마친 6시 이후에나 뛸 수 있습니다. 국제 경주라면 같이 운동도 해야 하는데 이미 엉망이 된 주로에서 뒤늦게 운동하니 훈련이 제대로 되겠습니까. 관리사를 대동하고 많은 돈을 들여 원정을 가도 마방에는 심지어 CCTV도 없습니다. 홈그라운드의 특권, 이점은커녕 불리한 상황에서 대회를 준비합니다.
2013년 농림부장관배를 우승한 ‘메이저킹’은 국산 3세 최우수마에 선정되면서 한국마사회의 해외 원정 사업 의무화에 따라 미국 원정을 나갔습니다. 현지를 저도 직접 찾았고, 3차례 경주를 뛰었는데 망신을 톡톡히 당했습니다. 국가적 망신이었습니다.
1억2천만 원 자비까지 들여 억지로 뛰고 온 뒤 말은 망가졌습니다. 4세에 은퇴 후 씨수말로 교배에 투입해야 하는데 국내에 와서는 검증이 안됐다고 씨수말로 빛을 보지도 못했습니다. 해외 원정을 다녀온 경우 마사회에서 은퇴만 시킬 것이 아니라 추가로 관리하고 무료 교배에 투입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좋은 자마가 나오면 그것이 진정한 국산마 생산 아니겠습니까. 그렇지 않으면 누가 고비용의 위험을 무릅쓰고 해외 원정을 가겠습니까.”

- 마지막으로 부경마주협회 회원들, 말산업 관계자 및 독자 여러분에게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으신 말씀은요.
“초대 임기가 끝난 지 벌써 10년이 지났습니다. 현 회장과 임원진이 잘 하고 있고 협회 발전을 위해 저는 자문하는 역할을 할 뿐입니다. 오늘날 마주 되기가 참 힘이 듭니다. 자격 요건이 까다로운데다 적자가 계속되니 조금 하다 바로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합니다. 마주가 자주 교체되면 협회는 물론 마사회나 경마 시행에 있어 어려움을 초래하게 됩니다. 말에 대한 애정이 있고 기본적인 관리비 등이 해결될 수 있는 정도면 열심히 하는 전문가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문호를 개방했으면 합니다.”



▲짙은 선글라스를 끼고, 어린아이처럼 즐거워하며 ‘V’자를 그리고, 동고동락하는 아내와 항상 함께하는 모습에서 말에 대한 그의 애정, 진정성을 느낄 수 있다. 말과 사람은 그의 인생에 있어 기쁨이자 삶의 원동력, 즉 모든 것이다.

이용준 기자 cromlee21@horse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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