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력 낭비와 제 살을 깍는 우리를 저 위에서 지켜보고 있을, 헌마공신 김만일 공에게 부끄럽지 않은 대한민국 말산업계 후손들이 그립다.
ICT가 어떻고 융복합이 어떻다는 이 시대, 다원화되고 민주적이라는 이 시대…. 게다가 여성이 대통령인 대한민국의 신성장 동력이자 미래 블루오션이라는 말산업계에 최근 갈 곳 잃은 ‘하나의 유령’이 떠돌고 있다.

카를 마르크스의 ‘지상낙원’에만 존재할 줄 알았던 이 유령이 우리 말산업계에도 강림했다. 특히 경마 주요 고객층과 흡사한 50대 이상의 ‘아재’들, 그것도 말산업계에 오래 몸담아 그 역사와 전통에 빠삭하다는 –마치 우승할 말을 ‘예언’한다는 예상가처럼- 말밥 먹는 사람들에게만 나타나 그들 자신은 물론 이제 갓 발을 들여놓은 젊은이들의 영혼까지 잠식하고 있다.

기마 민족이라는 우리 민족이 단일 민족이라는 환상도 처참히 부서진 지 오래고, 다문화 가정이 유행인 세상인데도 자칭 ‘엘리트’라 칭하는 저들은 스스로 전주 이씨니 김해 김씨니 하며 우리는 왕족의 후손입네, 자네는 그래도 양반의 자손입네 하며 폄훼한다(참고로 본 기자는 이방원에게 철퇴 맞은 포은 정몽주와 함께 고려말 3대 ‘삼은(三隱)’으로 손꼽힌, 반골 중의 반골인 목은 이색(李穡)의 후손이라 ‘왕족’이라면 치를 떤다).

해묵은 논쟁을 즐기고 게다가 ‘꼰대질’까지 하는 이들은 유령에 휘둘려 이미 집단화됐다. 엘리트는 영원한 엘리트고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제주마는 고유의 혈통을 간직한 우리 천연의 자원이라는, 파트1을 향해 달려가는 우리 말산업계로서는 감히 세계에 내세우기도 부끄러운 언행을 우물 안에서 여전히 되풀이하고 있다. 서러브레드를 제외하고, 게다가 ‘싼 값’에 대량 수입하고 있는 혈통 좋은 승용마들도 제외하고, 우리 자원 중에는 순수 혈통 없는 ‘잡종’은 같은 잡종이니까 그렇다 쳐도 선대의 역사적 과오에 대해 지금까지 ‘연좌’를 적용, 기다렸다는 듯이 행정과 마사회 일부 인사들을 중심으로 인신 비방은 물론 낙인 찍기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다들 ‘마존심’ 싸움을 하고 있는 꼴이다.

그 결과, 모 협회장이 최근 비공식적으로 사임 의사를 밝혔다. “인간적인 모멸감을 느낀다”면서도 그저 감사하고 죄송하다며 끝까지 제 탓을 한 그다. 발전 협의문을 통과시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위아래서 흔들어대는 데다가 일개 ‘듣보잡’ 회원의 정략적인 돌발 행동은 내부 반발까지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저들이 하는 행동이 관행 중의 관행이라는 것을 모른다. “아버지여, 저들을 용서하소서. 저들은 자기가 무슨 짓을 하는지 알지 못하나이다.”

역사는, 특히 그 과오는 반드시 반복된다. ‘죗값’은 치러야 하기 때문. 엘리트 체육계의 ‘타락상’으로 생활체육과 통합이 결정됐다. 잡종이라는 한라마는 결국 경주마 퇴출이 확정됐지만, 과연 2023년이면 제주마 단독으로 경주를 시행할 수 있을까. 그럴 거면 진즉 1980년대부터 정책을 바로 세워 최소한 제주 말 생산농가에 피해는 주지 말았어야 했다. 발전을 위한 협의문이라는 것도 빛 좋은 개살구요, 유령에 씌운 집단의 타락상이다.

다시, 오늘날에도 ‘양반’이 있는가 묻고 싶다. 자본의 ‘노예’가 된 머슴들이 성골 노릇, 갑질을 해대고 진골은 물밑작업이나 하고 반골은 잡종으로 전락한 오늘날, “당신은 그 누구인가.” 그 노릇이나 제대로 하고 있는가 말이다. 독재자의 후손 가운데 단 한 명이라도 저들의 조상을 부끄러워하지 않겠는가 말이다. 제주마니 교잡이니 잡종마이니 하며 국력 낭비와 제 살을 깍는 우리를 저 위에서 지켜보고 있을, 헌마공신 김만일 공에게 부끄럽지 않은 대한민국 말산업계 후손들이 그립다.

▲ 국력 낭비와 제 살을 깍는 우리를 저 위에서 지켜보고 있을, 헌마공신 김만일 공에게 부끄럽지 않은 대한민국 말산업계 후손들이 그립다. 사진은 헌마공신 김만일 공의 고향이자 제주 말의 본고향 의귀리에 세워진 헌마공신 기념비(사진 제공= 한국마사회).

이용준 기자

작 성 자 : 이용준 cromlee21@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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