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성산읍에 말고기 전문점, ‘마돈향(馬豚香)’을 개업한 한영자 대표. 마돈향의 음식은 그저 믿고 먹을 수 있는 집밥, 엄마 밥상이다. 한 대표는 “내가 먹는다는 신념으로 진실하게 장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돈향’ 개업 한영자 대표, “먹는 걸로 장난 용납 못해”
보리 수경 재배로 비육…고기질로 승부, 착한 가격은 덤
수익으로 기부 사업 계속…남 도와야 한다는 사명감 철저

지금은 중국인과 관광객, 쓰레기로 점철됐지만, 삼다도라 불리는 제주도는 바람과 돌 그리고 여자가 많은 섬이다. 말산업계는 단연코 ‘말’을 주장하겠지만 말이다.

숨의 한계를 알면서도 바다로 뛰어드는 해녀의 삶은 말의 고장, 제주의 여성들을 가리켜 “생활력이 강하다”, “웬만한 남자보다 낫다”, “질기고 강인한 생명력이 있다”는 말을 방증한다. 본지 은 추석 연휴를 전후해 두 명의 제주 여성을 만났다.

지난 호에서는 사업가로 변신한 시골 ‘어멍’, 제2의 출발 앞둔 안해영 백마영농조합법인 대표를 소개했고 이번에는 6월에 말고기 전문 식당, ‘마돈향(馬豚香)’을 개업한 한영자 제주마테마파크 대표를 소개한다. - 기자 말.
 

한영자 대표와의 인연은 벌써 오래됐다. 2014년 10월 중국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의 말산업특구, 시린하오터시(錫林浩特市)를 방문했을 때 그녀는 함께한 일행들을 위해 항상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사비를 털어 오랜 여정으로 지쳤을 일행들에게 과일과 간식들을 나누는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제주를 찾는 사람들에게는 마음과 정성을 곧잘 나눠 ‘마심(馬心)과 인심(人心) 전도사’로도 유명하다. 기자에게도 인생에 대한 고민을 듣고 조언해 주는 등 늘 ‘어멍’ 같은 푸근한 마음을 전해준 이다.

한라마와 제주마를 생산·육성하던 생산농가에서 시작해 이제는 승마인들의 필수 코스, 외승이 적격인 ‘제주馬테마파크’를 운영하던 그녀가 올해 또 다른 변신을 시도했다. 3개월간의 본격적인 준비 과정을 거쳐 지난 6월 성산읍에 말고기 전문점, ‘마돈향(馬豚香)’을 개업했다. 집밥, 엄마 밥상처럼 그저 믿고 먹을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영자 대표의 평소 진정성과 마음 씀씀이를 잘 알기 때문. 당장 뛰어가고 싶을 정도로 그 맛이 그리웠지만, 3개월이 지나서야 찾아갔다. 추석 명절을 하루 앞둔 날인데도 가게를 지키고 있던 한 대표는 집 떠난 아들이 밥 먹으러 온 것처럼 ‘집밥’을 내줬다. 이제 개업한 지 3개월 지났는데, 입소문을 타고 단골이 생길 정도로 그녀의 사업 수완은 대단했다. 그 사업 수완이란 결국 정직, 신뢰, 맛이라는 원칙이었다.

“3개월간 제주마 7두를 잡았다. 제주마 특유의 담백한 맛, 좋은 고기 질로 승부하고 있다. 단가가 비싸지만, 크게 돈 벌려는 목적으로 개업한 건 아니다. 당장 눈앞의 이익이나 이문이 아니라 소비자들,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말고기가 맛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장사를 시작했다. 또 승마인들, 지인들 오랜 말벗들을 위한 자리가 됐으면 한다.”

 

 

 

 


마돈향의 메뉴는 육회덥밥, 말고기국밥, 간, 내장, 육회 외에도 대패살구이와 내장구이가 있다. 흑돼지 오겹·목살 구이도 있는데 흑돼지는 서귀포시 축협 명품관에서 직접 받아쓴다. 사료나 건초 대신 수경재배 기계를 들여 보리 새싹을 키워 비육하고 있다. 그러니 고기 맛이 다를 수밖에. 가격도 착하다. 양이 적어 구하기 힘든 간이나 내장도 제주도 내 다른 식당들보다 30%이상 저렴하다. 직접 고기를 대고 유통 과정을 줄였기 때문.

 

 

 

 

 

 


당연히 고기는 제주산, 김치와 깍두기, 각종 젓갈과 반찬은 국내산으로 ‘집밥’처럼 깐깐하게 만들었다. 제주도에서 제주마를 잡는 건 이곳뿐이다. 아침 11시부터 저녁 11시까지 연중무휴로 운영하고 있으며 40개의 테이블을 갖춘 깨끗한 식당 내부는 회식 장소로도 손색이 없다.

“종종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 소비자들이 말고기는 맛없다거나 냄새난다고 한다. 우리 고유의 조랑말이 있음에도 호마로 장사하는 일은 관광객에게 좋은 음식을 주지 않는 일이다. 기왕 장사를 시작했는데 그런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먹는 걸로 장난 치는 건 나부터 용납할 수 없다. 내가 먹는다는 신념으로 대충이 아니라 진실하게 식당을 운영할 것이다.”

 

 

 

 

 

 


어려운 점이 있다면, 질 좋은 말고기를 구하는 일이다. 호마는 1년 이상 비육해도 마블링이 없지만, 제주마는 6개월이면 충분하다. 이문을 남기는 장사가 아니니 말을 구하는 일이 녹록치 않다는 것. 특히 행정에서 비육 방식을 다룬 매뉴얼이 있지만, 2년 이상 가만히 세우고 먹여야 게다가 킬로그램당 12만 원은 받아야 하는 방식이기에 현장 실정과 맞지 않다. 가격만 인상될 뿐이다.

제주마테마파크가 승마를 통한 제주 지역 사회 공헌에 기여하고 있다면, 마돈향도 빠질 수 없다. 가게 입구에는 ‘착한 가게, 나눔으로 함께하는 곳’이라는 사랑의열매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입간판이 있다. 수익금 일부를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하는 일 역시 그녀의 ‘평생 사업’이기 때문. 매달 일정 금액을 기부하고 있으며 연말에는 장학 사업을 또 한다. “이제는 돈을 벌어서 남을 도와야 한다는 사명 때문”이라는 한영자 대표의 진정성. 그 인생의 깊은 맛, 그 향기를 마돈향에서 직접 경험하는 건 어떨까.

말고기 전문점 마돈향(馬豚香)
주소: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서성일로 786
전화: 064-784-1040
영업시간: 11:00 ~ 23:00
근처 가볼만한곳: 제주마테마파크, 성산일출봉, 섭지코지, 아쿠아플라넷 제주, 성읍민속마을 등

 

 

 

 

 

 


▲지난 6월 성산읍에 말고기 전문점, ‘마돈향(馬豚香)’을 개업한 한영자 대표. 마돈향의 음식은 그저 믿고 먹을 수 있는 집밥, 엄마 밥상이다. 한 대표는 “내가 먹는다는 신념으로 진실하게 장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웬만한 해장국은 저리가라…마돈향의 말고기국밥은 진한 육수에 각종 채소와 말고기가 들어간 대표 메뉴다. 단돈 8천 원.

 

 

 

 

▲말고기 차돌박이 등 주요 부분을 구워먹을 수도 있다. 직접 비육한 질 좋은 제주마 고기에 집밥처럼 만든 밑반찬들은 마돈향이 제주도 내 최고 말고기 전문점으로 입소문 나기에 충분한 ‘재료’들이다.

 

 

 

▲육회와 육회 덥밥 메뉴도 있다. 간과 내장, 육회 메뉴는 단돈 2만 원. 질 좋은 고기에 착한 가격은 제주 어디에서도 볼 수 없다.

 

 

 

▲이날은 운 좋게도 말고기가 들어오는 날이었다. 마돈향은 제주마를 고집하며 질 좋은 고기를 내놔 소비자와 관광객들에게 말고기는 맛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마돈향에서는 말뼈도 판매하고 있다. 택배도 가능하다. 개업 이벤트로 8만 원 이상 결제 시 제주 왕복항공권 등을 제공하는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작 성 자 : 이용준 cromlee21@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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