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구 일원화는 다원주의 사회 역주행…개인 살려야 조직도 산다

▲사실 한국마사회 아니 우리 말산업이 국민 품으로 갈 수 있었던 첫 번째 기회는 13년 10월 처음 있었던 ‘페가수스 페스티벌’때였다. 하지만 우리 말산업은 홍보라는 날개가 꺾여 날지 못했고 이제는 조롱거리가 됐다. 반전이 필요할 때다.
“월요일에 쉰다고, 동네 사람들이 남편 백수 아니냐고 집사람한테 묻더랍니다.”
“아이들에게 아빠는 한국마사회 다닌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회사가 직원들 소식, 관심사를 알리고 전하는 데 관심이 너무 없습니다.”
“본부 각 부서별로 취재해 우리 업무를 말산업 현장에 잘 소개하면 좋겠네.”

한국마사회를 출입하며 핵심 간부급부터 말단 직원에 이르기까지, 여러 임직원들에게 들은 이야기다. 말산업 현장을 취재하며 마사회에 대한 불만을 듣고 현장과의 괴리를 목격할 때면 답답하긴 하지만, 내부 직원들의 자조 섞인 한탄 그 목소리도 외면할 순 없었다. 같은 업계 종사자인 그들의 자리도 말산업 현장이기에 가족으로부터 동네 사람들로부터 받는 ‘편견’을 해소하는데 도움을 주자고 각오한 적이 있다.

그것이야말로 아주 독특하고도 ‘기이한’ 지위에 있는 마사회, 경마 시행체에서 말산업 전담 기관이 된, 준시장형 공기업을 출입하는 기자의 소명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특정 부서를 소개하고 ‘사람’도 취재하고 말산업 종사 기간 동안 그들이 썼던 글을 소개하는데 일부러 시간을 할애했다. 그런데 돌아온 건 부서 해체, 인사 좌천, 기고 거절로 이어졌다. 15년 후반기부터다. 분위기가 달라도 너무 달라졌다. 좋은 소식을 알리자는 데도 가까운 취재원들조차 몸 사리기에 이젠 익숙한지 ‘회사 방침’이라며 “홍보실을 통해야만 한다, 죄송하다”고 할 정도다.

추측컨대, 2014 말산업박람회 이후 담당자가 ‘좌천’되면서 마사회는 ‘혁신’을 위해 문을 걸어 잠근 듯하다. 얼마 전 제2회 유소년승마대회에서는 갓 입사한 후배 기자 카메라를 ‘검열’해 현명관 회장이 찍힌 장면을 삭제하기까지 했다. 끝내 소속 부서를 밝히지 않았던 그 담당자에게 항의하자 똑같은 말이 돌아왔다. “회사 방침이다, 홍보실을 통해라.”

요즘 회자되는 말처럼, “내가 이러려고 말산업 전문 기자를 했나” 하는 생각이다. 언론의 취재는 국민 알권리를 우선하지 마사회라는 회사 방침과는 전혀 상관없다. 공적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고소해도 될 사안이었지만, 항의하는 선에서 멈췄다. 그도 누군가의 아빠로 먹고살기 위해 회사 방침을 따르는 것이고, ‘신의 직장’이라는, 한국마사회 직원이라는 편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문제는 말이 조롱받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수사가 이제 말에게 집중되는 모양새다. 각종 의혹이 번지는 가운데 검찰은 8일 한국마사회를 압수수색했다. 산하기관을 대상으로 한 꼬리 자르기 의도가 보이지만, 정유라 씨가 강제 소환되면 일이 더욱 커지는 건 자명하다. 말산업 그리고 특히 승마산업 구조에 무지한 보수 언론은 ‘삼성’과 ‘현명관’ 의혹만으로 여기에 편승했다. 피해는… 마사회 직원 그리고 그 가족들까지 견뎌야 할 그 무게, 몫이다.

이런 와중에도 “자존심과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다”, “명백히 사실과 다르다”고 수동·반사적으로 되뇌일 뿐이다. 2년 전, 정윤회 국정 개입 건에서 ‘좌천됐던’ 승마인들조차 적극적으로 인터뷰에 응하고 검찰 수사를 자처하며 결집, 다시 무대 위에 나서고 있는 상황인데도 말이다.

조직의 핵심 기획과 방향이 잘못됐을 때 문제는 걷잡을 수 없다. 불만이 쌓이면 내부 고발로 이어진다. 특정 몇몇이 회사 전체를 대표할 수 없기에 내부 저항의 발생은 필연적이다. 성과가 뛰어나 연임을 기대했던 현명관 회장도 위니월드 사업의 내부 제보로 조직 문화에 실망한 것으로 전해지지 않았나.

문제는 홍보실로 대변되는 창구로 아무리 단일화하고, 입단속을 하더라도 공룡처럼 커버린 조직을 절대로 컨트롤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회장 직속으로 위상이 강화되는 건, 이미지 전환을 위한 노력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뜻이지 직원들 입막음하라는 뜻은 결코 아닐 것이다.

기자만의 ‘푸념’이 아니다. 농림축산식품부 출입 전문기자단 사이에서도 마사회의 홍보 방침과 언론 대응에 문제가 있다고,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수시로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대체 농림부 산하 기관 가운데 마사회처럼 문을 굳게 걸어 잠그고, 기자들을 기레기 취급하는 곳이 어디 있는가. 전문기자들이, 일부겠지만 혹 ‘기레기’더라도 말이다.

정면돌파해야 한다. 마사회 업무의 ‘고유성’을 차치하더라도 타 산하 기관 홍보실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벤치마킹할 필요도 절대적이다. 매너리즘에 젖은, 경마 경주 대회 중심으로 작성하는 보도자료부터 바뀌어야 한다. 회장과 부회장 주간 일정도 체크해 기자들에게 알리고 취재 협조하는 건 기본이다. 부경·제주지역본부와의 기획, 홍보도 촘촘히 연계돼야 한다. 직원들, 부서별 업무를 알리고 기자들에 취재 요청하고, 좋은 소식을 내부에서 가공하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 알릴 역량이 집중돼야 한다. 그것이 ‘홍보’다.

개인이 살아야 조직이 산다. 과거 일들에 연연해 단체로 결집해 고립과 반목을 자처해서는 될 일도 안 된다. 사람은 하는 일의 종류가 아니라 그 일에 얼마만큼 성실한가에 자존감이 좌지우지된다고 개인적으로 믿는다. 그래서 직업은 소명이며, 귀천이 없다고 하지 않는가. 기자 역시 단 한 명의 독자가 있어도 자족한다. 그리고 그 첫 번째 독자는 바로 나 자신이다.

지금처럼 어려울 때 그 누가 편들어 줄까. 셀 수 없이 많은 출입처 중 말산업 전문 기자에게 말산업 전담 기관, 한국마사회는 독보적인 출입처다. 썸 타는 연인이기도 하며 밀당하는 애증 관계이기도 하다. 홍보실이 회장 직속으로 편입됐고, 과거 홍보팀을 잘 이끌었던 인사가 책임자로 발령났다. 위기는 곧 기회다. 합심해 백 만송이 꽃을 피울 때가 왔다. 자존심과 명예 회복을 위해, “아빠가 다니는 회사는 한국마사회”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내부에서부터 진지하게 소통해 선진 문화가 자리 잡기를 기대해본다.


▲사실 한국마사회 아니 우리 말산업이 국민 품으로 갈 수 있었던 첫 번째 기회는 13년 10월 처음 있었던 ‘페가수스 페스티벌’때였다. 하지만 우리 말산업은 홍보라는 날개가 꺾여 날지 못했고 이제는 조롱거리가 됐다. 반전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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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 성 자 : 이용준 cromlee21@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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