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락시스(praxis), 윤리적 실천 뒤따라야 한다

우리 말산업이 발전하려면 대립 대신 소통으로 그리고 윤리적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2017 경마시행계획 발표를 앞두고 한국마사회와 세 유관단체의 알력이 올해도 반복되고 있다. 경마산업 유관단체인 서울경마장조교사협회와 한국경마기수협회 그리고 전국경마장마필관리사노동조합은 ‘경마 혁신 무효화 비상 대책 공동위원회’를 꾸리고 공동 대응에 나섰다.

핵심 쟁점은 부가순위상금 단계적 폐지, 매출연동제 외에 야간경마 확대 시행 등 경마시행계획에 포함된 3차 혁신안을 두고 합의냐 협의냐 입장 차가 갈라진 것. 한국마사회 측은 이미 작년에 합의한 사항으로 경마 중단 사태까지 치달았던 2015 연초와 같은 사태까지는 안 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반면 지난해와 올해 회장과 위원장 등이 바뀌며 협상 타이밍을 놓쳤던 세 유관단체는 논의한 협의일 뿐 ‘합의’가 아니다, 생존권을 위협한다며 반대 의지가 강경하다.

합의했는가, 협의한 것뿐인가란 ‘논쟁’은 또 다른 증언을 보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경마 시행계획 발표를 두고 늘 통보만 있었지 상금 협상은 해 본적이 없다고 한다. 게다가 이번에는 막말까지 오갔다고 한다. 볼모는 ‘돈’이다. 말 그대로 말똥 치우는 사람들이 그만한 돈 받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걸까. 한쪽은 무한 긍정이고 다른 한쪽은 ‘오프더레코드’이다.

소통은 쌍방의 문제다. 어느 한쪽, 특정 부서, 전체의 ‘장’이 온다고 해결될까. 제스쳐도 그뿐일 수 있다. 즉, 합의냐 협의냐의 문제보다 근본 문제는 한국마사회와 유관단체 양쪽이 서로를 인정하는 파트너십 분위기가 전혀 형성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그 문제는 새로운 회장이 올 때마다 혹은 새 사업 발표를 앞둔 시점마다 매번 ‘알력’이라는 현상으로 승화(?)돼 발현한다. 한쪽은 잘 보이기 위해, 한쪽은 길들이기 위해 노력한다. 반복에 반복이다. 오해는 마시라. 양비론이 아니다. 경마시행에 있어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일 수밖에 없는 상황도 일부 자처하는 부분도 있다. 매출이 떨어지면 공동으로 책임져야지 선진 제도 등을 거론하며 유관단체에 떠넘기는 행보도 아쉽다.

현 시점에서 아쉬운 점은 또 있다. 한국마사회 노동조합은 ‘매출 하락 근본 해결이 마른수건 짜내기?’라는 현수막을 내걸었는데 ‘!’가 아니라 ‘?’다.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이라는 마주협회 측도 아직 반응이 없다.

전임 현명관 회장은 경마혁신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서울, 부경 제주를 순회했고, 각 협회 및 농가, 기수, 언론을 대상으로 조정안을 설명하고 협조도 요청하는 등 수개월에 걸쳐 ‘올인’하는 행보를 보였다. 그럼에도 “방향에는 공감하나 아직은 시기상조”라며 생산자단체부터 소비자협회까지 나선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오고가는,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는 식으로 강행해 마무리되긴 했지만, 그 반향은 아직 제주부터 시작해 근간에 남아 있다. 모르긴 몰라도 그때 현 회장은 말산업 종사자들, 자칭 말 밥 먹는 사람들, 말 똥 치우는 사람들에게 질리지 않았을까. 연임을 포기하고 떠난 배경도 결국 한국마사회 내부 조직 문화에 실망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기억한다면, 이제는 우리가 스스로 달라지지 않고서는 이 난국을 헤쳐 나갈 길은 없다.

이번 사안을 두고 종합 취재를 하며 가장 안타까웠던 말은 “기본적으로 생계가 안 되니 다른 생각도 하고 부정에 노출된다”는 발언이었다. 정말이지 이런 행위가 정당화될 수 있을까. 게다가 정책적 판단 미스, 합의 안 된 협의로 떠밀리다시피 한 상황이 이를 촉발한다면, 인재 아니겠는가. 경마산업 매출이 추락하고 이미지가 나쁘게 된 것은 결국 우리 모두의 책임이며 잘못이라는 말 아닌가. 말이라는 경제동물에 모두의 밥줄이 걸린 생존 문제지만, 또 다른 지적처럼 무한 파이를 나누는 방식에 대한 이견은 과연 좁아질 수 없나.

그래도 결국 소통만이 희망이다. 소통이란, 말하는 것이 아니라 듣는 데서 시작한다. 그리고 듣는 행위는 말 뿐인 요식 행위가 아니라 프락시스(praxis), 즉 윤리적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실천은 ‘어렵거나 복잡한 말’이 아니다. 한국마사회와 유관단체가 시기와 이익을 두고 역사적으로 반목해왔던 관행을 벗어나 성숙한 경마문화, 선진화된 말산업을 보여주기를 그들의 가족, 친구, 후학들, 미래의 주역들이 기대하고 있다.

이용준 기자 cromlee21@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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