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두바이월드컵 무대를 밟은 ‘트리플나인’의 최병부 마주 인터뷰

한국마사회와 본사 레이싱미디어가 선정한 2년 연속 연도대표마, 꿈의 무대 두바이월드컵 결승 진출이란 족적을 남긴 대한민국 대표馬, ‘트리플나인’의 위대한 도전이 끝났다. 4월 5일 입국해 현재 검역소에 대기하고 있으며 13일이면 ‘고향’ 부경 마방으로 금의환향한다.

최병부 마주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말들이 두바이에서 호텔처럼 좋은 마방에서 머물다가 오는데 잘 적응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라며, 오래된 마사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했다. 당장은 어렵지만, 두바이월드컵을 거머쥐는 날까지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많다. - 편집자 주


“국산마 능력이 어디까지인지 확인했다”

“22일 ‘트리플나인’이 두바이로 출발했습니다. 경마팬들의 성원에 힘입어 최선을 다하고 돌아오겠습니다.”

작년 연도대표마 시상식에서 전한 최병부 마주의 말이다.

2년 연속 연도대표마로 선정되며 한국의 대표마로 거듭난 ‘트리플나인’이 국내마로는 최초로 꿈의 무대인 두바이월드컵 결선 무대에 서며 한국경마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마지막 경주인 고돌핀 마일 대회에서 총 13두 중 11위를 기록하며 아쉬움을 남기긴 했지만, 한국 경마의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이다. 그리고 최병부 마주는 결선까지 ‘트리플나인’을 출전시키며 경마팬들과 한 약속도 지켰다. ‘트리플나인’이 출전한 4번의 대회를 직접 보기 위해 4번씩이나 두바이를 왕복하며 애정을 과시한 최병부 마주를 만나 이야기 나눠봤다.

-두바이월드컵 결선 진출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간단한 소감을 말해 달라.
‘트리플나인’의 두바이월드컵 결선 진출은 국내마의 수준이 어디까지인지 확인시켜준 의미 있는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2년 연속 연도대표마에 선정되며, 한국을 대표하는 말인 ‘트리플나인’이 세계 최고의 무대에서 보인 족적은 현재 우리 국산마의 능력이 어디까지인지를 확인시켜줬고, 한국 경마의 현 위치도 알려줬다. 그리고 하나 더 향후 국내 경마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과제 또한 제시했다고 할 수 있다.

-마주로 두바이월드컵 출전은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이다. 출전을 결심한 계기가 있는지.
작년 7월 싱가포르 경마대회에 우리나라 말 몇 마리가 출전한 적이 있다. 내 말 중 ‘트리플파이브’란 말이 출전했는데 그 말이 출전하고 와서는 성적이 좋지 않았다. 10월에 이어 11월에도 경주성적이 나빠 2개월간 휴양을 보냈다. 그런 경험 때문인지 해외 국제대회 출전이 반갑지만은 않았고 순간적으로 출전이 꺼려졌다. 그래서 국내에서 어떤 말들이 출전하는지 물었더니 ‘파워블레이드’, ‘메인스테이’, ‘디퍼런트디멘션’, ‘서울불릿’ 등이 출전한다고 했다. ‘트리플나인’이 명색이 2년 연속 연도대표마로 선정된 국내 대표마인데 출전하지 않으면 안 되겠단 생각이 들어 출전을 승낙하게 됐다.

-본인의 소유마들에 대한 애정이 깊다고 알려졌다. ‘트리플나인’이 출전한 4번의 대회를 보기 위해 4번씩이나 두바이를 오갔다는데.
일반경주에 내 말이 뛸 때면 만사 제쳐놓고 경마장을 찾는다. 사실 적지 않은 나이에 9~10시간 장거리 비행을 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자신의 말이 뛸 때 함께해야 하는 게 마주의 의무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꼭 봐야 하는 것은 꼭 봐야 하는 성격도 있다. 사실 내가 한가한 사람은 아니지만, 무엇보다 마음먹기에 달렸다고 생각한다.

-두바이월드컵 결선에서 좋은 성적은 기록하지 못했다. 아쉬움이 있다면.
마주로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두바이월드컵카니발에서 1경기만 뛰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처음 카니발 경주에서 1위와 머리 하나 차이로 2위를 했는데, 그것만으로 충분히 슈퍼새터데이에 참가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트리플나인’을 비롯한 국산마들은 국내에서 보통 5주 내지 6주 간격으로 출전했다. 그런데 두바이에서는 이보다 짧은 간격인 평균 20일마다 출전을 했다. 1월 19일, 2월 9일, 3월 5일, 3월 25일 이렇게 3개월 사이 4번의 경주를 뛰었다. 말이 워낙 좋은 말이라 겉으로는 표가 안 났지만, 속으로는 기력이 소진된 게 아니냐는 생각도 들었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만약 두바이월드컵카니발에서 2번 출전하지 않았으면 슈퍼새터데이에서 4등이 아닌 1, 2등을 하지 않았겠느냐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두바이에서 특별한 에피소드는 없는지.
특별한 에피소드는 없다. 굳이 얘기하자면 우스갯소리로 우리끼리 한 얘기가 있다. 마지막 고돌핀 마일 경주에 전날 비가 많이 내렸는데 아무래도 다른 말들은 우중 경주를 많이 안 해봤을 터라 우리끼리 농담 삼아 비가 계속 오길 바란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우리 ‘트리플나인’은 우중에도 뛰고 젖은 모래에도 뛰어봤기 때문에 비가 계속 오면 우리가 유리하지 않겠냐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대회 당일 아침 비가 오다가 말았고, 막상 경주를 뛸 때는 비가 안 내렸다.

-일본 마주와의 짧은 에피소드도 있다던데.
두바이에서 일본의 요시다 마주를 만났다. 일본의 유명한 말인 ‘나니’의 마주이다. 슈퍼새터데이에서 맞붙게 됐는데 ‘트리플나인’이 5위, ‘나니’가 6위를 차지해 우리가 이겼다. 이날 대회장을 찾은 박강호 주아랍에미리트 대사 부부가 “그래도 일본은 이겼다”며 우스개 농담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나니’라는 말은 국제 레이팅이 113인가 그래서 후에 두바이월드컵 2,000m 경주에 출전했다. 거기서 5등을 했는데 요시다 마주와 두바이에서 돌아오는 같은 비행기를 타게 됐다. 요시다 마주가 동영상을 보여주며 나한테 얼마나 자랑을 하는지. 맞붙어서는 우리가 이겼는데 말이다. 솔직히 객관적으로 볼 때 일본과의 차이는 현격한 것은 사실이다. 두바이를 찾은 경마 관계자 규모만 봐도 차이가 컸다. 국내에서 온 경마 관계자는 다 합쳐도 10여 명 남짓이었는데, 일본은 기자단만 30~40여 명, 관계자까지 합치면 100여 명은 돼 보이더라.

-두바이는 마방부터 모든 시설이 좋다고 알려졌다. 경마 환경은 어떠한가.
지난주 일요일 렛츠런파크 부경에서 두바이월드컵 공로패 전달식이 있었다. 그 자리에서 내가 농담 삼아 이런 얘기를 했다. “우리 말들이 3~4개월간 호텔처럼 좋은 마방에서 머물다가 국내로 돌아오게 되는데 잘 적응할 수 있을지가 걱정”이란 말을 말이다. 정말 우리 마방에 비하면 두바이 마방은 호텔급이다. 우선 마방 면적이 크고, 마방마다 에어컨이 설치돼 있다. 그리고 모든 것이 쾌적하다. 옆에는 운동하는 초지가 있는데 8마리가 묵는 마사 한 동에 딸린 초지만 만 평이다. 우리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두바이는 돈이 많은 나라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거기까지는 못 가더라도 현재 오래된 마사라도 우선적으로 개선이 필요하다. 말들이 편안해야 기량도 향상될 수 있다. 마주로서 바람이다.

▲지난 4월 5일 인천에 돌아온 ‘트리플나인’은 현재 검역소에서 대기하며, 검역 준비 중에 있다. 최병부 마주는 인터뷰 당일에도 직접 ‘트리플나인’의 안위를 살피며 특별한 애정을 드러내 보이는 모습이었다. 말 관련된 상패로 가득한 최병부 마주의 사무실 한 편.

-4월 13일 경이 되면 ‘트리플나인’이 부경 마방에 도착할 텐데. 향후 출전 계획은
올해 국내 경주 출전 계획은 네댓 개 정도 생각하고 있다. 7월에 열릴 부산시장배와 9월 코리아컵, 대통령배, 그랑프리 등 4개 정도이다. 중간에 몸풀기용으로 일반경주는 한 번 내보낼까도 생각하고 있다.

-경마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트리플나인’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에는 관리를 잘하는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트리플나인’을 성원해준 많은 경마팬 덕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작년 연말에도 경마팬들의 열렬한지지 덕분에 ‘트리플나인’이 2년 연속 연도대표마에 선정될 수 있었다. 정말 경마팬 여러분께 고맙단 이야기를 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한국 경마계에 한마디 해달라.
두바이월드컵 성적은 안 좋았지만, ‘트리플나인’을 두바이에 잘 보냈다고 생각한다. 야구나 골프와 마찬가지로 한국 경마로 세계로 뻗어 나가야 한다. 옛날에 국내 골퍼들이 세계무대에 나가지 못했을 때 박세리가 등장해 앞길을 열어준 것처럼, 박찬호가 한국 야구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진출의 물꼬를 터준 것처럼 ‘트리플나인’이 조금이나마 그 역할을 하지 않았냐는 생각이다. 앞으로 제2의, 제3의 ‘트리플나인’이 나오길 바란다.

▲최병부 마주는 두바이월드컵카니발부터 두바이월드컵까지 ‘트리플나인’이 출전한 총 4번의 대회를 보기 위해 10시간가량이나 되는 장거리 여행을 4번씩이나 감행했다. 자신의 말이 뛸 때 함께해야 하는 게 마주의 진정한 의무가 아니겠냐며 웃음지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황인성 기자 gomtiger@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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