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1호 말 마사지사로 잘 알려진 렛츠런파크 부경 마필관리사 P씨(38)가 5월 27일 새벽 1시 5분경, 마방에서 목숨을 끊었다. ‘X같은 마사회’라는 문구가 포함된 3줄의 짧은 유서, 그리고 사고 전 그의 행보가 일부 밝혀지면서 사인 배경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특히 유서 첫 문장 때문에 후폭풍은 거셌다. 비정규직의 정규화라는 사회적 이슈와 맞물린 정황도 한몫했다. 한국마사회에 대한 항간의 비판은 더욱 거셌고, P씨가 소속한 조교사에 대한 비난도 등장했다. 식별할 수 없는 나머지 2줄의 유서 문구처럼 의아한 점도 많다. 사건을 수사 중인 부산강서경찰서와 본지 취재 결과 사인은 복합적인데 대부분 언론들은 하나의 이유로 단정해 보도하고 있다.

말산업관련자 자살은 알려진 것만 여섯 번째, 올해만 벌써 두 번째다. 먼저 지난 1월 11일, 렛츠런파크 서울의 J 관리사가 숙소에서 자살했다. 당시는 2017 경마혁신안 수용 여부를 두고 전국경마장마필관리자노동조합원들이 한창 시위할 때였다. J 관리사의 자살 배경을 두고 대부분 개인적으로 불미스러운 일 때문이며 경마혁신과는 상관없다고 단언했다.

J 관리사 자살의 직접적(?) 원인은 취재 결과 알고 있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의문은 계속됐다. 관리사로서 마방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고, 말 두수가 조정되면서 인사이동이 있었는데 함께 일했던 사람들이 다른 곳으로 가는 것에 괴로웠고 개인적으로 석연치 않았다고도 했다. 그 와중에 안 좋은 일이 있었고, 결국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2011년 11월 5일, 부경의 P 조교보는 신변을 비관하며 경주의 한 모텔에서 자살했다. 현장에서 유서가 발견됐는데 역시 관리사 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물론 P 조교보는 당시 소속조 관리사와 큰 다툼이 있었고 합의 과정에서 신변을 비관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서 말미에는 “어디까지나 서로의 다툼이었고 저의 결백함을 이 글로써 대신하려 합니다”라고 남겼다.

2000년대에는 기수들의 자살 소식이 줄을 이었다. 2003년 5월 26일은 서울의 K 기수가 면허 취소와 관련, 재심 청구가 기각되자 이를 비관해 숙소에서 자살 기도를 했다가 동료들에 의해 발견됐다. 2005년 3월 5일은 부경의 L 기수가 숙소에서 자살했다. 새벽 훈련에 나오지 않은 것을 이상히 여긴 선임 기수가 숙소를 찾았는데 전선줄로 목을 맨 고인을 발견했다. 남긴 유서에는 “우울증 때문에 자살을 선택한다. 이제는 편히 쉬고 싶다”, “체중을 더 줄여야 하는데…아무리 열심히 훈련을 해도 내게 돌아오는 것은 차가운 질책뿐이었다”는 등의 심정이 적혀 있었다. 더 안타까운 사실은 장례 뒤 함께 지냈던 H 씨 역시 “언니의 죽음을 견디기 힘들다”며 L 기수를 따라갔다는 점이다.

가장 충격을 준 건 2010년 3월 12일, L 기수의 죽음 이후 부경에서 유일하게 여성 기수로 활약하던 P 기수까지 자살한 사건이다. P 기수는 김해시 장유면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 화장실에서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됐다. 고인은 유서에서 “난 참 긍정의 사고를 지녔는데, 경마장이 사람을 이렇게나 바꾸어 놓는구나. 열심히 훈련하고 일을 해도 기승 기회는 주어지지 않고 돌아오는 것은 조교사와 관리사, 선배 기수들의 질책뿐이다. 이 세계는 너무 경쟁적이다”라고 밝혔다.

사건 배경의 근본 원인은 현 직업에 대한 고용의 불안전한 상황 면허 박탈, 성과 인정 미비, 경쟁 체제, 마방 조정, 열악한 근로 환경, 부당한 대우 등 이다. 그런데 직접적 행위 동기는 개인 또는 가정사 즉 우울증, 부적응, 음주, 돈 문제, 소송 등 ‘신변 비관’으로만 치부됐다는 것이다. 이제는 고용시스템의 선진화, 경마시행의 민영화를 포함하여 시행시스템을 전면 개편하는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 참고로 세계 100여 경마시행국 중 경마를 독점적으로 운영하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 인도 3개 나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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