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馬)은 인간과 역사를 함께하며, 인류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동물 중 하나이다. 그럼에도 기계화되고 자동화된 현대사회로 접어들면서 일상생활에서 활용되는 빈도가 낮아졌다. 낮아진 빈도만큼 말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이해도 함께 떨어진 게 사실이다. 최근에는 정유라 승마 특혜 의혹 등과 같은 부정적인 사건이 터지며 ‘승마’, ‘말’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지속되고 있다.

지난 2011년 ‘말산업육성법’이 시행된 이후 전국적으로 말산업의 외연이 확장하고, 승마를 즐기는 인구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시점에서 잊고 있었던 ‘말’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유발할 필요성도 있어 보인다. 이번 호에는 의 창간 4주년을 기념해 평소에 알지 못했던 재미있는 말에 관한 상식을 소개하며, 말산업의 발전을 기원해본다.


1. 말은 서서 잠을 잔다?
맞다. 말은 서서 잠을 잔다. 초식동물이라는 특성 때문인지 대부분의 시간을 서서 보낸다. 수면시간은 대략 3시간 정도로 육식동물의 습격에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 주로 선 상태로 잠을 자도록 설계돼 있다. 하지만, 무조건 선 상태로 잠을 자는 것은 아니다. 깊은 밤과 같은 경우는 누워서 자기도 한다. 물론 누워서 자는 시간이 길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긴 하다. 말이 누워서 자는 모습을 보는 것은 흔치 않지만, 말이 오랜 시간동안 누워서 일어나지 않는다면 건강상의 문제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유심히 살펴볼 필요도 있다.

2. 말은 하루 종일 풀을 먹는다?
말은 초식동물이지만 반추하는 소나 양과는 다른 방법으로 목초 속 섬유를 소화하는 방식을 취한다. 4개의 위를 갖고 있는 소나 양은 음식물을 입으로 씹은 후 위로 보내 부분적으로 소화시키며, 다시 입으로 올려 보내 씹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것을 반추 과정이라고 하며, 덕분에 음식물을 섭취할 때 한꺼번에 많은 양을 저장할 수 있다. 하지만, 말은 위가 하나뿐이다. 크기도 소의 1/3 정도로 말들은 한 번 섭취할 때 많은 양을 저장할 수 없다. 따라서 여러 번에 걸쳐 지속적으로 음식물을 섭취한다. 초원에 있는 말들이 하루 종일 지속해 풀을 뜯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3. 말은 30년 이상 살 수 있다?
말의 수명은 평균적으로 25년에서 30년 정도이다. 하지만, 의학의 발달로 인간의 평균 수명이 늘어난 것처럼 수의학의 발달과 말의 영양 상태, 복지 등으로 말도 30년 이상 살 수 있다. 최근 들어서는 말을 활용한 스포츠, 문화 등과 함께 말에 대한 복지에 대해서도 세계적인 관심이 모아지고 있어 말들의 평균 수명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오랜 산 말은 영국 애든버러에서 마차를 끌던 ‘Old Billy’란 말이다. 1760년 태어나서 1822년에 죽어 무려 62년을 살았다. 현재 말의 두개골은 박제된 상태로 맨체스터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랜 산 말은 영국 애든버러에서 마차를 끌던 ‘Old Billy’란 말이다. 1760년 태어나서 1822년에 죽어 무려 62년을 살았다. 현재 말의 두개골은 박제된 상태로 맨체스터 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4. 최장신 최단신 말은?
세계에서 가장 큰 말은 영국산 말 샤이어(Shire)이다. 보통 어깨 높이가 1.7m 이상이고 몸무게는 910kg를 넘는다. 큰 개체 중에는 높이 2m에 몸무게가 1.2톤이 나가는 개체도 있다. 영국이 원산지로 힘이 강하고 지구력이 높아 주로 마차, 짐마차를 끌거나 농사용으로 많이 쓰였다. 성격이 온순하고 참을성이 좋은 편이다. 하지만, 계속 귀찮게 하거나 화나게 할 경우 큰 덩치와 힘 때문에 감당하기 쉽지 않다. 발목에서 발굽까지 이어진 흰색털이 또 다른 특징이다.
반면, 세계에서 가장 작은 말은 아르헨티나산 팔라벨라(Falabella)이다. 성체의 평균 어깨 높이가 60~70cm 수준이다.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근교에 사는 팔라벨라 씨가 서러브레드와 포니를 교배시켜서 개량한 품종이다 .모색은 흑색·흑갈색·밤색·황색·회색·적갈색·팔로미노·얼룩무늬 등이다. 어린이 승마나 애완용으로 이용되고 있다.

5. 북미 대륙의 현지 말들은 모두 멸종됐다?
그렇다. 북미 대륙에 모든 말들은 유럽 말들의 후손이다. 보통 야생말로 여기는 말들조차도 농장이나 가정에서 달아나 돌아다니는 경우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살던 말들은 8천 년 전에 사라졌다. 다량의 화석을 통해 이 사실이 입증되고 있다. 지질학자들에 따르면 플라이스토세 후기 북미와 남미 대륙에서 매머드와 검치호랑이 같은 대형 포유류들이 멸종할 때 말도 함께 사라졌다고 한다. 급격한 기후 변화와 아메리카 지역으로 이주한 인류의 과도한 사냥이 원인으로 추정된다. 결국 과거 1만 2천여 년 동안 아메리카 대륙에는 말이 살지 않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후 1493년 유럽에서 사육한 말을 끌고 아메리카 대륙에 들여오면서 다시 말이 살기 시작했다.

▲말 가운데 최장신은 영국산 말 샤이어(Shire)로 보통 어깨 높이가 1.7m 이상, 몸무게는 910kg를 넘는다. 최단신 말은 아르헨티나산 팔라벨라(Falabella)이다. 성체의 평균 어깨 높이가 60~70cm 수준밖에 안 된다.

6. 아라비안종은 다른 품종과 달리 뼈가 하나 없다?
모든 아리비안종이 여기에 해당하는 건 아니지만, 대다수 아리비안종은 다른 품종의 말보다 허리뼈가 하나가 더 적다. 다른 품종은 허리뼈가 6개인데 반해 아라비안종은 5개뿐인 것이다. 게다가 갈비뼈도 보통 쌍을 맞춰 18개인데 17개이다. 아라비안종들의 뼈 구성의 이유는 정확히 설명된 바가 없다. 하지만, 오랜 시간과 먼 거리의 사막을 오가는 과정 속에서 영양 손실을 최소화하면서 변형되지 않았냐는 가설 등이 나오고 있다.

7. 백마는 없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백마는 귀중한 대접을 받는다. 흔히 ‘백마 탄 왕자’를 선망의 눈빛으로 바라보거나 백마의 피가 승리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귀하게 여겨지는 만큼 태생적으로 태어날 때부터 백마인 경우는 흔치 않다. 모발이나 피부 등에 색소가 생기지 않아 흰색을 보이는 알비노의 경우도 말에게는 나타나기 힘들다고 학자들은 말한다. 보통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백마는 대다수 회색 말이 나이가 들면서 백마로 변하는 경우다. 인간의 모발이 노화가 진행되면서 하얗게 변하듯이 말도 털에 색이 빠지며 백마가 되는 것이다. 삼국지 등을 비롯한 소설과 영화 속에도 백마가 등장하는데 우두머리 격이 대개 백마를 탄다. 이와 관련해서는 회색말이 백마로 변할 정도면 충분히 길들여진 상태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다루기 쉬워 실제 전투용보다는 의장용 말이나 승마용 말로 쓰였을 거란 추측도 있다.

8. 말도 ‘오른손잡이’, ‘왼손잡이’가 있을까?
말도 선호하는 방향이 있다. 여러 연구를 통해 말도 인간처럼 선호하는 몸의 방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한 연구에서는 40마리의 말을 대상으로 좌우 방향 중 선호하는 방향이 있는지를 알아보는 실험을 했다. 말을 자유롭게 하거나 누군가를 태우고 이동하는 모습을 관찰했다. 첫 움직임이나 가는 경로에 놓인 장애물을 피하는 방향, 자주 사용하는 앞발의 빈도 등을 관찰했다. 분석 결과, 대다수의 경우 수컷은 왼쪽 방향을 암컷은 오른쪽 방향을 선호하는 걸로 나타났다. 손쉽게 말의 선호 방향을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은 말 이마에 있는 가마를 보는 것이다. 아일랜드 리머릭 대학 생활과학부 연구팀에 따르면 말 이마에 위치한 가마 방향이 반시계방향이면 왼쪽 방향을 선호할 가능성이 많고, 반면 시계방향일 경우 오른쪽 방향을 선호할 가능성이 많다고 한다. 선호하는 방향을 알면, 말에게 운동을 시킬 때나 새로운 기술을 가르칠 때에도 효과적일 수 있다.

9. 말의 최고 서열은?
말은 무리 생활을 하는 동물로 서열의 기준이 명확하다.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 강한 수말이 많은 암말을 거느리며 우두머리 역할을 수행할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실제 야생에서 나이가 많은 암말이 우두머리이다. 우두머리는 먹이를 먹을 때나 무리를 이동시킬 때 우선권과 결정권을 갖는다. 물가에 도착해 물을 마실 때에도 가장 먼저 물을 먹는 특혜를 누린다. 예상과 달리 수말들은 무리에서 좋은 대접을 받지 못한다. 수말의 위치는 가장 끝이다. 무리의 주변부에서 생활하면서 무리를 노리는 포식자에게 가장 먼저 노출된다. 가끔은 더 강한 후임자수말에 의해 교체되기도 한다. 말의 서열을 잘 알고 있으면 훈련을 시킬 때 유용하게 쓰인다. 서열이 높은 말 먼저 훈련시킬 경우 낮은 서열의 말들은 앞 다퉈 다음 순서에 자신이 훈련을 받을려고 하는 모습도 보이기 때문이다.

▲말은 무리 생활을 하는 동물로 나이 많은 암말이 우두머리 역할을 맡는다. 우두머리는 먹이를 먹을 때나 무리를 이동시킬 때 우선권과 결정권을 갖는다. 물가에 도착해 물을 마실 때에도 가장 먼저 물을 먹는 특혜를 누린다.

10. 말은 인간의 표정을 읽는다?
그렇다. 말과 인간이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준은 아니지만 말은 인간의 감정을 읽을 수 있다. 영국 서섹스 대학교 동물 과학 연구팀은 28마리의 말들을 대상으로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모든 말들에게 사람이 웃는 얼굴을 한 사진과 찡그린 사진을 보여줬다. 말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갈렸다. 웃는 얼굴을 한 사진에는 무관심한 반응을 보였으나 찡그린 얼굴 사진에는 주목했다. 말들의 심장박동은 평소보다 증가했으며, 스트레스 반응도 보였다. 그리고 찡그린 표정과 같은 부정적인 모습을 볼 때는 왼쪽 눈과 가까운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침팬지의 경우 부정적인 감정을 가질 때 자기 신체의 왼쪽을 긁는 경향과 비슷한 경우로 보인다.

※위 기사의 내용는 진화 심리학 박사 ‘Denise Cummins’가 운영하는 인터넷 사이트 ‘THE THINKING EQUESTRIAN’와 캐나다 남부에서 말을 키우고 있는 ‘Katherine Blocksdorf’의 블로그 등을 참고해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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