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영 레이싱미디어 대표, 말산업저널 발행인
경마의 생명은 공정성에 있다. 공정은 치열한 경쟁을 통해 이뤄진다. 특히 경마산업은 처음부터 끝까지 경쟁을 해야만 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 경쟁이 멈추는 순간 공정성은 훼손된다.

경주마의 생산 단계에서부터 우수 혈통을 학보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이뤄진다. 경주마가 태어나면 어느 목장이 더 잘 육성시키고 순치시키는가 경쟁한다. 마주는 누가 더 좋은 경주마를 소유하는가 경쟁하고 조교사는 누가 더 경주마를 잘 관리하는가 경쟁한다. 기수는 누구의 기승술이 더 뛰어난가 경쟁하면서 상금을 벌어간다. 경마시행체는 누가 더 선진화된 시스템으로 경마를 시행하는가 경쟁한다.

대한민국은 독특한 시스템으로 경마를 시행하고 있다. 경마시행의 모든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이 요구되며 실제로 치열한 경쟁이 이뤄지고 있으나 유독 경마시행체(한국마사회)만 경쟁을 하지 않는 독점이다.

세계적으로 볼 때 경마시행체는 대부분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민간이 시행하고 있다. 대부분 자키클럽이 시행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국가가 경마를 독점적으로 시행하는 나라는 세계 100여 경마시행국 중 대한민국과 일본, 인도 3개 나라 밖에 없다. 그것도 일본은 우리나라와 차이가 있다. 일본의 경우는 중앙경마 39개 경마장은 중앙정부인 농림성 산하의 JRA(일본중앙경마회)가 관장을 하고 지방경마 20여개 경마장은 각 지방자체단체가 관장한다.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한국마사회가 독점 시행하는 우리나라의 시스템과는 다르다. 경마창시국인 영국을 비롯하여 프랑스 아일랜드 호주 뉴질랜드 미국 홍콩 싱가폴 남아프리카공화국.....대부분 경마선진국은 민간이 운영하는 시스템이다. 행정기관이 개입하지 않는다.

현재 한국경마는 경마팬과 마주, 생산자 3부문의 희생 위에서 굴러가고 있다. 직접 경마산업에 돈을 투자하는 계층은 이들 뿐이다. 한국마사회 직원과 조교사 기수 관리사 등은 자기 자본을 투자하지 않는다. 경마팬과 마주, 생산자의 희생만 강요하는 시스템은 경마산업을 사양화시킬 뿐이다.

최근 마필관리사들이 잇달아 자살하면서 경마산업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경찰의 수사결과가 나와야 알겠지만 각종 언론들은 경쟁을 견디지 못해 자살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기수 관리사 등 경마창출자의 자살 사건은 최근 10년 내 7건에 이른다. 안타까운 일이다. 시행체는 경쟁하지 않고 종사원들만 과도한 경쟁을 시키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비극으로 보아야 한다.

한번 교배료가 수억 원에 이르는 세계적 경마산업 현실을 생각해보자. 우리나라가 그렇게 훌륭한 경주마를 소유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종마산업이 고부가가치의 미래 산업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제도의 선진화만이 부정경마를 근절시키고 공정경마를 구현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실천해야 한다. 독재와 권위의 상징인 통제와 규제를 걷어치우고 질 좋은 경주마의 생산-육성-매매-소유-관리-기승에 이르는 경마시행시스템에 모든 경마창출자들이 전념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한국경마는 기형적인 형태로 시행하고 있다. 각종 통제와 규제 속에서 계획경마를 하다보니 이런저런 문제가 많이 파생한다. 경마선진국에서는 하등의 문제가 되지 않을 것들이 한국경마에서는 범법자가 되고 만다.

경마산업은 그 특성상 글로벌 산업이다. 세계의 경마는 서러브레드(thoroughbred)라는 단일 혈통의 경주마로 경마를 시행한다. 그러니 애시당초 ‘한국식 경마’라는 용어가 존재해서는 안된다. 그런데도 시행체인 한국마사회의 많은 직원들은 세계의 벽이 너무 높기 때문에 한국식 경마를 해야한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려면 차라리 카지노와 같은 도박판을 운영하는 것이 낫다.

경마는 1차 2차 3차 4차산업이 융복합되어야 완성되는 산업이라는 것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된다.

김문영 레이싱미디어 대표, 말산업저널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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