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말산업저널>은 네이버·카카오 뉴스 검색 제휴 첫 기획 시리즈로 ‘역마살 낀 말(馬) 기자의 일상 단골’을 시작합니다. 지극히 일상적인 이야기로 맛집, 명소, 유명인을 소개합니다.

<말산업저널>은 네이버·카카오 뉴스 검색 제휴 첫 기획 시리즈로 ‘역마살 낀 말(馬) 기자의 일상 단골’을 시작합니다. 말산업 전문 기자라고 꼭 승마클럽, 관련 업종만 다루지 않습니다. 전국을 쏘다니며 알게 된 맛집, 일상에서 만나게 된 소소한 장소, 추천받은 명소, 지역 인사 등을 소개합니다. 첫 번째 순서로 ‘말의 고장’ 제주 편을 소개합니다. 매주 1회씩 업데이트합니다. - 편집자 주

말 부산물 활용 산업 활성 기대…오일·말고기 시장 ‘첨병’
국내 말 도축 두수 연 1천 두…원료 ‘말기름’ 확보 난항
6차산업화 필수 ‘아이템’…원료 확보·정제 기술 발전 과제

목축문화가 발전했던 유럽과 중국 등지에서는 아이를 낳으면 마유(馬油, horse oil)로 씻기는 문화가 있었다.

‘명품’이란 고가의 희소 상품이 아니라 전 국민 상비약으로 유명한 ‘이명래고약’처럼 가가호호마다 가지고 있는 상품. 말산업에는 부산물을 활용한 부대산업 가운데 우리 생활 곳곳에 스며든 상품들이 의외로 많다.

부대산업은 말뼈, 마유, 말태반, 말고기 등을 활용한 상품들로 나눠지는데 특히 2015년 중국 요우커들의 국내 관광 열풍과 맞물려 꿀피부를 유지하기 위한 관리 비법으로 마유크림이 각광을 받으며 열풍이 거세다.

마유는 말의 지방 조직에서 추출한 지방성분으로 화장품 원료로 사용된다. 화장품 성분사전에는 한글로 ‘홀스팻’, 영어로 ‘Horse fat’으로 등록되어 있다. 중국의 고전의학서 명의별록(名醫別錄) 및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마유 크림의 효능으로 ‘머리카락을 나게 한다’, ‘손발이 트는 것을 낫게 한다’, ‘혈액순환을 도와준다’ 등의 기록이 전해지며, 5~6세기경 중국에서 의약품으로 사용된 기록이 있을 정도로 예로부터 아시아 지역에서 화상이나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로 널리 사용되어 왔다.

마유의 주요 성분으로는 팔미톨레산과 세라마이드 등이 있으며, 보습, 피부 보호, 세포 재생 촉진, 자외선 차단, 항균 등의 효능이 있다. 마유는 그 성분이 사람의 피지와 매우 흡사해 흡수가 잘되고 사람 피부에 거부감이 없는 천연 화장품 원료로 각광받고 있어 특히 중국 관광객인 요우커들의 필수 쇼핑 아이템이 될 정도로 선풍적 인기를 얻고 있다. 모 브랜드의 마유크림은 중국에서 월 매출액만 수백억 원에 달한다는 소문까지 나돌 정도.

이처럼 마유크림의 인기 열풍을 타고 최근 국내에서는 ‘이하늬크림’, ‘승무원 크림’으로 알려진 B사의 ‘게리쏭9컴플렉스 크림’을 포함해 L사의 ‘라미벨 매드비 마유 이엑스’, S사의 ‘삼성 개운유’, R사에서 출시한 ‘프리미엄 홀스유’, Z사의 ‘JHC’ 그리고 D사의 ‘심애 마유골드 스킨케어’ 등이 있다. 일본 후생성에 유일하게 등록된 ‘손바유’ 제조판매사인 ㈜야쿠시도도 국내에 판매점을 두고 있다.

국내 수요도 수요지만, 중국 매출이 대부분이라 100% 마유를 사용하는 일본과 달리 우리 제품들은 마유 함량을 표기하지 않고 대부분 ‘홀스팻’이라는 표기만 적었다. 화장품 표시 규정상 원료 성분을 제품명에 사용할 경우 해당 성분의 함량을 표시해야 하는데, 업체들이 제품명에 ‘마유’가 아닌 다른 단어를 사용해 규제를 피하고 있다는 문제도 지적된다.

법적으로 해당 성분이 정확히 얼마나 들어갔는지 표시해야한다는 관련 규제 자체도 없다. 원조 논쟁에 이서 유사품 논쟁도 끊이지 않고 ‘짝퉁’을 파는 경우도 허다하며 판매업체의 유통 관리도 문제다. 그러다 보니 가격도 천차만별에 마유크림을 쓰고 부작용이 생겼다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사실 말기름뿐 아니라 말뼈환(제주 방언으로 ‘말꽝환’) 등 국내에서 판매되는 말 관련 제품들은 마유크림의 경우처럼 말뼈 함량 등 성분이나 그 함량을 속여 ‘불량식품’이 된지 오래다. 핵심인 정제와 숙성 기술도 부족하다.

마유를 정제·제조하려면 도축된 말고기의 지방육을 가져와 말 지방을 용매하고 마유의 원료를 추출한다. 이후 탈검과 탈산, 탈색과 탈취 단계를 거쳐 정제 원료를 수거, 저온 냉동 단계와 숙성을 거쳐야 한다.

문제는 국내 말 도축 두수를 연간 1천 두, 실제 나오는 말기름(지방)이 150~200kg의 말을 기준으로 두수 당 50kg이라고 잡고(말기름은 킬로그램당 약 2만 원에 거래된다), 정제 과정을 거치면 실제 마유크림에 사용할 수 있는 정제된 마유는 극소량이다. 제주에 있는 전문 비육 농가 3곳이 도내 도축 두수의 7~80%를 맡고 있고, 일부 전문 도축업자들이 이를 싹쓸이하면서 내륙 지역에서는 말기름을 구하기 어렵다는 후문. 일부 말고기 식당은 적은 두수를 도축해 알음알음 마유 제품을 시범 생산할 정도로 규모가 영세하다. 그러다보니 할 수 없이 원재료가 되는 말기름을 수입에 의존해 제품 단가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도 아니면, 함량을 속이거나 아예 표기하지 않는 식이다.

생산·유통 과정의 근본적 문제가 있으니 국내 판매 일부 제품은 식약처에 등록되지 않은, 원산지 표시도 없는 성분 미달의 ‘짝퉁’ 제품일 수밖에 없다. 말 부산물의 산업화 발전을 위해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과학적 근거와 데이터가 있어야 하는데 말 두수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고, 선제되어야 할 말고기 소비 시장 확대는 여전히 요원하다.

마유크림 열풍은 사실 유명 연예인을 활용한 홍보 마케팅의 결과로 ‘여심’을 사로잡으며 시작됐다. 마유는 국내외적으로 화상을 비롯해 아토피, 건선 등에 매우 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생산 제조 및 임상에 대한 연구는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분명히 효능도 좋다.

특히 태반을 활용한 제품은 그 효능이 더욱 뛰어나다. 돼지나 양과 달리 말은 사람과 임신기간이 같아 태반제품은 사람에게 특히 좋다. 미백 효과는 물론 잔주름과 기미 제거, 심지어 우울증에도 좋다. 유럽에서는 말기름과 태반 제품 시장이 기십조 원 대일 정도로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안정화된 유럽 시장처럼 마유크림을 비롯한 말 부산물 시장이 본격적으로 산업화에 안착하려면 마유 열풍으로 촉발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다행히 제주도 내 한 업체는 화상전문병원과 마유 생산 제조 및 임상실험을 진행하며 마유 생산 제조에 관한 기초과학 실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프리미엄 마유 화장품을 출시하면서 합리적 가격에 양질의 마유오일과 크림, 스킨부스터 상품을 내놨다.

마유를 활용한 크림과 오일 제품이 아토피 개선과 건선 그리고 화상에 매우 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현재 임상 실험이 진행 중이다. 임상 실험에 성공하고 데이터화해서 해외에서 연구 실적을 발표하면 부대산업의 성공에 기댄 말산업이 본격적으로 산업화 단계로 접어들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제주도의 한 업체 생산실 입구. 마유는 국내외적으로 화상을 비롯해 아토피, 건선 등에 매우 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간 1천 두의 말이 도축되는 국내 상황에서 정제 과정을 거치면 실제 마유크림에 사용할 수 있는 정제된 마유는 극량이다.

이용준 기자 cromlee21@krj.co.kr

※역마살 낀 말(馬) 기자
아버지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여행이 일상이었다. 성인식을 기념해서는 전국을 무전여행하며 견문을 넓혔고, 대학과 대학원 재학 때는 전 세계를 두루두루 살폈다. 연봉 일억 원을 줘도 사무실에 갇힌 딱딱한 조직 생활, 책 속에 갇힌 연구 생활이 싫다는 그는 천직인 기자 생활을 즐기고 있다. ‘제주살이’가 꿈으로 조만간 제주에 정착해 해남(海男)에 도전하고 목공예를 배우고 싶어 하지만, 아직 마약과 같은 월급 때문에 떠나지 못하고 있다. <일몰의 시작>, <프리랜서> 등 습작 소설도 끄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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