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식 마주 특별 인터뷰

“마카오 마주 문화, 사교의 장이자 즐기는 분위기”
“‘인디밴드’, 씨수말로 제2의 마생 보내고 있어”

한국을 대표하는 마주로 꼽히는 정영식 마주는 ‘당대불패’, ‘인디밴드’ 등 말들의 이름으로 기부활동을 펼치는 마주로 유명하다. 단순히 몇 차례의 기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1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지속적인 나눔을 실천하며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정신을 실천하는 올바른 마주상 확립에도 기여하고 있다. 또한, 팬과 대중들에게는 친숙한 마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자마인 ‘당대불패’와 ‘인디밴드’ 등이 혁혁한 기록을 보이며 승승장구하던 시기에는 경마팬들이 먼저 얼굴을 알아보고 아는 체하며 정영식 마주에게 사인을 부탁하는 일화들도 알려져 있다. 렛츠런파크 부산경남 마주협회의 부회장이자 마카오 경마의 마주이기도 한 그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한국을 대표하는 마주이자 기부하는 마주로 유명하다. 많은 기부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기업을 경영하면서도 다양한 공익 활동을 펼쳐왔었다. 그리고 마주 활동을 하면서 큰 성공을 거두어 큰 상금도 벌고 기존 공익 활동의 동일 선상에서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하겠단 생각이 많이 들어 적극적인 기부활동을 펼쳤다.
말이 마주의 소유라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말이 상금을 버는 과정에서 마주의 역할은 크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말을 선별하고 투자하는 건 맞지만 오히려 그 과정에서 조교사나 기수, 말 관리사들이 이바지한 복합적인 결과물이란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주에게 돌아오는 상금이 복에 겨울 정도로 크다고 생각했다. 마주가 다 가져가기에는 마음이 허락하지 않았고, 다시 뭔가 사회에 환원시켜 나눠야 하겠단 마음을 갖게 됐다.

-말의 이름으로 기부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내 이름으로 기부하는 것보다 말의 이름으로 기부함으로써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기를 바랐다. 그렇게 하는 게 말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했다. 특별히 말의 이름으로 기부하면서 그 말의 이름이 명예의 전당에 오르기도 했고 큰 보람을 느꼈다. 기부활동을 펼쳤을 당시 각종 매체를 통해 알려지다 보니 한국을 대표하는 마주로 봐주시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말 이름으로 기부하는 문화가 생긴 것 같기도 한데.
말 이름으로 꼭 기부를 해야 한다는 것보다는 마주들은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안정이 돼 있는 분들이니깐 특별한 소득에 대해서 세상에 나누는 것이 맞지 않을까 생각한다. 미국의 철강왕 카네기나 세계적인 투자가인 워런 버핏 등 유명한 자산가들은 적극적인 기부의 모습을 보인다. 그들은 자신들이 얻은 부를 신의 축복이라고 생각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신이 준 축복을 이웃과 나누는 게 당연한 도리지 않겠느냐고 생각한다고. 나도 마찬가지로 생각한다. 일반인이 생각하기에 엄청난 상금을 벌어 들었는데 신이 축복일 것이다. 우리 당대불패가 한해에 30억 원을 벌었는데 신의 축복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내가 다 갖기에는 너무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마카오 마주로 활동하고 있다.
마카오 경마는 우리보다 규모는 작지만 역사는 깊다. 경마가 상당히 앞서가 있는 나라 중 하나이다. 시스템적으로는 한국 경마와 별반 차이가 없다. 하지만 마카오 마주 문화가 다른 모습을 보인다. 마카오 마주 문화는 상금을 벌어 수익을 창출하는 쪽은 아닌 것 같다. 그것보단 마주 사회 구성을 통한 사교적 목적이 크다. 아울러, 경마가 열리는 날 주변의 지인들을 초청해 함께 경마를 즐기고, 어울리면서 사교하는 등 여유로운 모습들의 문화가 자리 잡혀있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나라와 다르다.


▲경주대회 11회 우승이라는 기록을 남긴 ‘당대불패’는 은퇴 후 씨수말로 전향을 했으나 생리적인 문제로 실패했으며, 지금은 제주 이시돌 목장에서 편하게 지내고 있다고 한다. ‘인디밴드’는 씨수말로 전향해 올해 첫 자마들을 생산했으며, 자마들은 내년 하반기 정도에 데뷔할 예정이라고.

-한국 경마와 마카오 경마가 다른 측면이 있다면.
우리는 국가 주도형의 경마 시스템이다. 홍콩이나 마카오는 자키클럽, 마주 주도의 경마 시스템이다. 경마 시행을 통해 발생한 수익금은 마주 단체 주도하에 공익을 위해 사회에 환원한다. 자연스럽게 일반인 마주들의 공익 활동이 일반인의 시선에 비춰지고, 경마에 대한 인식도 좋다. 경마 베팅하는 팬들이 볼 때도 자신이 마권을 구매하는 행동들이 단순히 그치는 게 아니라 일정 부분 사회의 좋은 곳에 쓰이도록 기부한다는 생각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경마 자체에 대한 인식이 나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국가 주도로 운영되고 수익의 대부분이 국고로 환수되기 때문에 사회 공익 활동이 직접적으로 일반인의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마권을 사는 사람들조차 경마 수익은 마사회가 가져가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런 환경이라면 경마의 인식 제고는 쉽지 않을 것이다. 경마 수익금이 사회복지나 교육, 의료, 빈곤층 지원 등에 쓰이는 모습이 직접 보인다면 어느 누가 경마를 부정적으로 보겠는가.

-최근 렛츠런파크 부경에서 안타까운 일들이 일어났는데.
여러 가지 원인들이 영향을 미친 부분이 있을 것이다. 안정적 생활기반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은 짚어볼 부분이고, 다시는 불행한 일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다 같이 노력할 부분은 있다. 마주는 관리사를 직접 고용하고 있는 형태는 아니다 보니 역할적인 부분에서 한계는 있을 거지만 그래도 마주들이 모르는 부분이 있다면 인식함으로 해서 간접적으로 개선안에 대해 도출하고 어려움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일반 기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기업 경영과 마주의 역할 수행에 비슷한 점이 있는지.
마주업도 하나의 사업이다. 기업 경영이나 마주업이나 개념 자체는 똑같다고 본다. 기업 경영은 투자자인 주주와 경영하는 CEO, 그것을 구성하는 조직이 있다. 마주업도 마찬가지로 마주는 투자자 주주이고, CEO는 조교사일 것이다. 총감독을 담당하고 관계자들을 진두지휘하기 때문이다. 마주가 단순히 투자자의 역할에 그치느냐 아니면 경영에 참여하느냐는 스타일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난 투자자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생각이고, 적극적 마주들은 경영까지 개입하려는 마주분도 있다. 생각의 차이이고, 어느 쪽이 성과가 좋을지는 단정할 수 없다.
마주업도 기업 경영의 체계나 시스템과 대동소이하다. 적절한 투자가 이뤄지고 좋은 경영자를 만나면 기업이 성공하듯이 마주가 좋은 투자를 하고 경영을 맡은 조교사들이 잘 운영해 조직 구성원이 조화를 이루면 좋은 성적도 기대해볼 수 있다.

-자마들이 경마에 한 획을 그었던 명마들이었는데 기억에 남는 대회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명마들을 내가 가지고 있다. 대통령배가 서울과 부산 통합 7회가 열렸는데 ‘당대불패’로 3회, ‘인디밴드’로 1회 우승했다. 마주로서는 대통령배 4연패를 달성했다. 그리고 ‘트리플나인’이 대통령배에서 2연승을 기록했는데 ‘트리플나인’도 내가 생산한 말이다. 내 손에서 대통령배 총 7번 중 6번이 만들어진 셈이다.
말도 기운이라는 게 있어서 명마가 탄생하면 거침없는 기록이 나온다. 지금 그런 기대감이 들고 있는 기대주는 올해 3세로 서울에서 활동하는 ‘라이언록’이다. ‘트리플나인’의 동생으로 부계, 모계 모두 같다. 현재는 잠시 휴양 중인데 올 하반기부터 크게 두각을 나타내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지사배에 출전하는 ‘블랙사파이어’도 ‘트리플나인’, ‘라이언록’과 같은 혈통이다.


-한국 경마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명마들이 은퇴 후 씨수말로 데뷔했다고 들었는데.
‘당대불패’는 은퇴하고 씨수말로 전향을 했는데 생리적인 문제로 실패했다. ‘인디밴드’도 씨수말로 전향해서 올해 첫 자마들을 낳았다. 내년 하반기쯤에 데뷔를 할 텐데 지금 아주 깜짝 놀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한다. 올해 태어난 말들이 만족스러운 체형으로 잘 태어났다. ‘인디밴드’는 앞으로 아마 씨수말로서도 두각을 나타내지 않을까 싶다. ‘인디밴드’의 동생 ‘록밴드’도 은퇴 후 씨수말로 올해 데뷔해 교배도 몇 두 했다. 내가 말 생산을 하고 있지만 씨수말 사업이 주업이 아니라 홍보도 하지 않았다. 내가 소유한 암말들과 배합을 해서 망아지를 생산했는데 의외로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가 된다.

-‘당대불패’의 근황은.
‘당대불패’는 씨수말도 은퇴하고 지금은 이시돌 목장에서 지내고 있다. 좋은 환경에 좋은 마방에 살고 있는데 팬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한다. ‘당대부패’는 현역 시절 워낙 화려한 성적을 거뒀기 때문에 여전히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 같다. 경주대회만 11회 우승한 기록은 지금도 쉽게 깨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당대불패’의 이름으로 사회적 기부도 많이 해서 단순히 성적을 잘 냈던 경주마 그 이상으로 기억해주는 것 같아 감사하다. 지금도 ‘당대불패’와 사진을 찍으러 오는 많은 팬들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

-경마의 한 축이자 원동력인 마주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이해는 아직 부족한데. 이미지 개선을 위해서는 어떤 노력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답을 뚜렷하게 할 수는 없지만, 마주들이 솔선수범하고 팬들이나 대중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는 활동을 지속해서 해야 한단 생각이다. 그런 것을 하지 않고 인식 개선을 바라는 것은 옳지 않다. 마주들은 사회적 약자는 아니기 때문에 주변을 돌아보고 서로서로 나누면서 완성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한국 마주도 선진국형 마주로 거듭날 수 있을 거다.

-대중에게 바라는 점은 없는지.
좋은 시선으로 바라봐 주는 게 우리 마주들의 희망 사항이긴 한데 무엇보다 우리가 스스로가 변해야 주변에서 봐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스스로 되돌아보면 과연 우리 마주들이 충분한 역할과 활동을 했는가에 대해서는 솔직히 자신이 없다고 해야 한다. 지금 막 사회 공헌 활동 등에 싹을 트고 있는 시점이고 그 정도 가지고는 사회 인식 변화를 바라기에는 성급하다. 사회 공헌 활동들이 일상화되듯이 이뤄져야 하고 쌓여가면서 자연스럽게 결과물이 나올 것이다. 주변을 탓하기에는 우리가 한 역할이 없다.

-정영식 마주를 응원해주는 분들에게 마지막 한마디 부탁한다.
마주로 팬들에게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 우리나라 마주 가운데 이름 있는 마주로 인식해주니 감사하다. 지금도 마주로 활동하면서 좋은 성적도 기록하고 있다. 최근 사업 활동이 너무 많아 마주활동을 예전에 비해 소홀하긴 했지만 여전히 명마들을 생산하고 있고 데뷔를 준비하고 있으니 곧 과거의 화려한 명마들처럼 멋진 말들을 만나실 수 있을 거다. 날 잊지 말고 기억해 달라.

▲정영식 마주는 말을 통해 벌어들인 상금은 신이 준 축복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그 모든 것을 다 갖기에는 너무 큰 행운이고 이웃과 나누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황인성 기자 gomtiger@horsebiz.co.kr
-Copyrights ⓒ말산업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말산업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