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토토 ‘복알못’ 기자, 한국마사회 문화공감센터를 찾다

▲일부 언론은 ‘화상경마장’ 주위로 “쓰레기가 넘쳐 난다”, “담배 연기 때문에 못 살겠다”, “술 취한 사람들이 욕설하고 소리 지른다”고 하지만, 연수센터 인근에서는 그런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지정 좌석제 도입 후 질서 정연했고 이용객들은 영화관에 온 듯 마냥 경주를 즐겼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우여곡절 끝에 2018년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전문가를 자처하는 ‘축알못(축구를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하는 사람)’들은 히딩크 감독을 구원투수로 불러야 한다지만, 진정한 축구 팬들은 신태용 현 감독이 본선까지 맡는 데 힘을 실었다.

기자는 사실 ‘사알못’이다. 사행산업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기사로, 글로만 아는 척하는 부류다. 로또나 토토, 카지노 심지어 경마 베팅까지 사행산업과 관련한 구매 행위도 거의 하지 않는다. 좋은 꿈을 꿔도 로또나 복권을 살 생각조차 안 하고, 스포츠 경기는 경기 관람을 즐겨할 뿐 승부 예측은 하지 않는다.

경마도 마찬가지. 그런데 호기심이 생겼다. 용산 문화공감센터 폐쇄 이슈와 맞물려 한쪽에서는 화상경마장, 화상도박장이라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장외발매소, 문화공감센터라고 했다. 다수 언론에서 ‘르포’를 표방해 ‘도박중독 부추기는 마권 장외발매소’, ‘화상 경마장 담배 연기 속 술판 못 살겠다 아우성’ 등 획일화된 톤으로 그려내는 기사도 의아했다.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지난 주말, 직접 인천연수 문화공감센터(센터장 김종선, 이하 연수센터)를 찾았다.

처음 방문한 센터, ‘마치 영화관 온 느낌’
지정좌석제 도입 후 장내 질서 정연 유지
주차·담배·음주 등 이용객 문제 극히 드물어
지역 상권 활기…지역사회·문화센터 역할 충실

연수센터가 위치한 인천광역시 연수구 연수2동은 인근에 가천대의대와 가천박물관이 있고 송도신도시와도 그리 멀지 않다. 관내 솔안공원은 지역주민의 쉼터로 자리했고, 지역주민들은 새마을부녀회, 자율방법연합대, 이동복지관 등을 운영하며 다른 동네들처럼 활발히 공동체 문화를 가꿔가고 있다.

2004년 개장한 연수센터는 수인선이 지나는 연수역 바로 앞 번화가의 한 빌딩 5~6층에 있었다. 일요일 이른 아침시간인데도 인접 상가와 식당은 활기가 넘쳤다. 경마가 열리는 날이면 평균 1500여 명의 사람들이 찾고 있지만, 주차난도 거의 없다. 1층 입구에서나 장내도 혼잡하지는 않았다. 평범한 번화가의 휴일 일상과 다를 바 없었다.

연수역으로 가는 한 행인에게 ‘화상경마장’이 어디 있느냐고 묻자 “마사회 말하는 것이냐”며, “바로 여기”라고 했다. 화상경마장 때문에 불편한 점이 있는지 물으니 “여기에 있다는 것만 들어봐서 알고 있다. 크게 신경 쓸 일 없다”고 말했다.

일부 언론이 르포를 통해 인근 상가 관계자, 행인들의 말을 인용해 “쓰레기가 넘쳐 난다”, “담배 연기 때문에 못 살겠다”, “술 취한 사람들이 욕설하고 소리 지른다”고 하지만, 연수센터 인근에서는 그런 모습을 볼 수 없었다. 1층 편의점과 식당, 커피숍에서 마련한 파라솔과 테이블에 몇몇 사람들만 옹기종기 모여 예상지를 보는 모습만 포착됐다.

1층 엘리베이터 입구에 다다르니 경마 예상지를 판매하는 업체가 복도 양옆에 자리하고 있었다. 연수센터를 찾은 사람들은 판매인들과 일상을 이야기하거나 평소 애용하는 예상지를 사들고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판매인들 역시 시끄럽게 호객 행위를 하는 모습은 전혀 없었고, 야채나 과일 노점처럼 단골에게 반갑게 인사하면서 요청에 따라 예상지를 건넬 뿐이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에 내렸다. 사람들은 무슨 표를 찍고 입장하는데 어떻게 들어갈지 난관이었다. 주저하고 있자 금세 알아본 청경이 먼저 다가와 입장권 판매처에서 입장권을 구매하면 된다고 안내했다. 입장권 판매처로 가 “처음 왔다”고 하자 안내 직원들은 좌석의 종류, 가격 등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했다. 마치 영화관에 온 것처럼 모니터를 보고 좌석을 고를 수 있었다. 5천 원의 입장료를 내고 객장 내 A구역 좌석을 예약했다. 고객소지용 영수증은 이날 하루 장내를 드나들 수 있도록 코드화돼 입구에서 체크인·아웃하도록 했다.

연수센터는 전국 31개 문화공감센터 가운데 활용 연면적이 두 번째로 넓어 관리하기가 어렵다고 알려졌지만, 장내는 질서정연했다. 지정좌석제 도입 후 사람들은 자리다툼 없이 편하게 자기 자리에 앉아 경주를 즐기고 있었다.

렛츠런파크 서울 본장 풍경과는 달리 좌석과 마권 판매처의 동선이 잘 짜인 덕인지 마권을 구매하러 갈 때조차 번잡하지 않았다. 경주가 진행될 때 고함을 지르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본장이 일반 야구장처럼 야외다보니 사람들은 소리를 지르면서 스트레스를 풀었지만, 실내인 이곳에서는 큰소리가 없었다.

입구 왼쪽과 오른쪽 두 곳에 있는 화장실은 백화점인 마냥 청결했고 입구 왼쪽 끝에 마련된 흡연실도 관리자들이 수시로 청소하고 환기를 시키는 덕에 지저분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평소 연수센터를 자주 온다는 50대의 A씨는 “다른 지점들도 많이 가봤지만 이곳이 특히 조용하고 깨끗해서 자주 찾는다. 찾는 경마 팬들도 점잖은 편”이라며 “시설이나 이용 면에서 만족한다”고 했다.

그의 말을 듣고 구매권을 구매했지만 정작 베팅은 하지 않고 사람들, 이용객을 유심히 봤다. 언론의 뭇매를 맞는 이들은 ‘주정뱅이’, ‘골초’, ‘도박 중독자’가 아니라 동네 어디에서든 볼 수 있는 흔한 아저씨, 아줌마였다. 50대 남성들이 다수였다. 날씨가 유독 더웠지만, 반바지를 입거나 슬리퍼를 신고 온 사람도 거의 찾기 힘들었다. 장내 곳곳에는 대형 에어컨이 있어 쾌적한 환경을 유지하고 있었다.
 

▲‘사알못’ 기자는 직접 연수센터를 찾았다. 1층 입구 두 곳과 5층 객장 안에서 예상지들이 판매되고 있었다. 판매인들은 호객 행위를 하지 않았는데 마치 야채·과일 노점에서 동네 주민 대하듯 일상을 나눴고 이야기꽃을 피웠다.

노인 일자리 등 생활 밀착형 복지사업 자체 발굴
지역 장애인 축구단 지원…전국체전 출전 앞둬
노래 교실 등 문화센터 프로 다양…만족도 높아
김종선 센터장, “주민 필요 사업 발굴 적극 지원”

연수센터가 위치한 연수2동 인근은 독거노인과 장애인 등 기초수급생활자, 차상위계층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소외계층이 많이 살고 있는 지역. 특히 연수센터는 차별화된 지역 사회 공헌으로 주목받고 있는 곳으로도 잘 알려졌다. 정부 과제 이행을 위한 겉치레식 이벤트가 아니라 지역사회가 필요한 일들을 직접 발굴해 적재적소에 주요 사회 공헌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것. 6층 사무실을 찾아 신분을 밝히고 김종선 센터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연수센터 임직원들은 ‘재능기부봉사단’을 구성, 지역 장애인 축구단인 위너스FC팀과 함께 매달 체육 활동을 하고 축구용품 및 유니폼을 지원했다. 일반인과 다르니 함께 경기를 뛰는 것만으로 선수단에는 큰 힘이 된다. 그 결실로 위너스FC팀은 이달 열리는 장애인 축구 전국대회에 출전하게 됐다는 낭보도 전해졌다.

거동이 어려운 독거노인이 많은 지역이라는 점에 착안, 연수센터 임직원들은 직접 가정을 방문해 청소도 하는 등 봉사활동은 기본. 우리 전통 가치인 효(孝) 사상에 충실한 지역주민 지원 사업은 구체적이고 독특하다. 홀로 있어 적적한 노인들의 건강을 위해 컴퓨터 모니터와 발목펌프운동기, 효도화 제공은 물론 생계비 지원 사업 등이 대표적인 예.

지역사회가 필요한 생활 밀착형 복지사업을 자체적으로 발굴, 기획했다는 점은 어느 곳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연수센터는 인천 연수구가 추진한 자전거 보험 가입 및 무료 자전거 수리 센터 운영을 통해 주민들의 자전거 이용률이 높아지자 연수2동 주민자치회에서 주최하는 콘서트 행사에 경품으로 자전거를 지원했다. 지체장애인협회 숙원사업인 전동 휠체어 리프트 차량 기증도 했다. 저소득층 중·고등학생들을 위해서는 교복비 지원 사업도 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연수구청과 민간과 협업 사업으로 노인 일자리 창출에도 앞장서고 있다. 식당에서 만든 반찬을 배달하는 일에 지역주민들을 지원, 독거노인 반찬 배달을 통해 노인들이 직접 벌고 일할 수 있는 지원 사업에도 2천만 원을 쾌척했다.

지난해는 관내 장애아동을 위한 재활승마 교육도 진행했다. 남동승마클럽과 다지기심리운동연구소 등 유관단체와 협력해 재활승마봉사단을 구성, 교육을 실시한 것. 특히 인천시가 재활승마와 관련, 바우처 사업을 통해 지원하는 데 착안, 그 물꼬를 트는 데 앞장섰다. 게다가 연수센터 임직원들은 휴무인 화요일마다 진행된 교육에 사이드워커와 리더 등 자원 봉사에도 적극 참여했고 이동이 불편할까, 수업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참여 아이들을 집까지 바래다주는 등 수업 참여를 독려했다.

재활승마 교육 사업으로 인천시장상까지 받았다. 채창호 연수센터 부센터장은 “재활승마를 한 아이들의 변화에 부모님들이 무척 기뻐하셨다. 지원이 안 돼 사업을 올해 계속 못하게 됐지만, 재활승마 교육을 시작한 아이들은 지금도 개별적으로 찾아 꾸준히 재활승마를 하고 있다”며, “기부 사업이 지역주민들에게 실질적 혜택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콘텐츠를 발굴, 기획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직원들은 지역사회 행사에 초청받아 찾아다니며 주민들과 친화의 스킨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9월 28일에는 관내 재래시장인 옥련시장 살리기에 나선다. 저소득 독거노인 70명에게 10만 원 권 재래시장상품권을 증정, 추석을 앞두고 몸도 마음도 따듯한 장보기를 지원하는 것. 지역 상권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문화공감센터인 만큼 지역주민을 위한 다양한 수강 프로그램도 상시 열고 있다. 연수센터는 특히 ‘휴심 도심 속 문화산책’, ‘쉼표, 서울 궁 나들이’와 같은 차별화된 문화 프로그램을 기획해 관내만 머무르지 않고 지역주민과 나들이하는 과정을 개설해 주목받고 있다. 문화유산 해설사 등 전문가를 초빙해 강의의 질을 높였다.

3학기 프로그램 가운데 ‘힐링, 건강한 나의 삶’을 주제로 한 줌바댄스, 방송댄스, 차밍댄스, 한국무용 등 다이나믹한 강좌가 특히 주목받고 있다는 후문. 수강생들을 위해 이달 초 공간을 리모델링, 전면 거울을 설치했다. 강의실 배정에도 각별히 신경 써 각 강좌마다 방해가 되지 않도록 배려한 모습도 눈에 띈다. 연수센터에서는 이외에도 △탁구 레슨(초·중급) △천연 비누와 화장품 △플로리스트 △고전으로 배우는 한문 △감성 캘리그라피 △기초부터 배우는 펜드로잉 등 수요가 풍부한 강좌 총 21개를 개설, 지역 주민의 문화 생활 증진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처럼 지역 주민과 상생하며 만족도 높은 프로그램, 사회 공헌을 할 수 있었던 데에는 역대 최장수 센터장 가운데 한 명으로 손꼽히는 김종선 센터장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 사회공헌추진단과 농어촌희망재단에서 근무한 이력을 살려 2014년 12월 부임한 김 센터장은 연수센터에서만 3년째 근무 중이다. “전임 센터장들이 워낙 잘했다”며 자신이 전부 한 일이 아니라고 겸손을 표한 김종선 센터장은 “더 많은 곳을 지원하지 못해 안타깝지만 적재적소 정말 필요한 곳에 사회 공헌 사업이 잘 추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연수센터는 지난해 관내 장애아동을 위한 재활승마 교육도 진행했다. 임직원들은 휴무인 화요일마다 자원 봉사로 적극 참여했고 이동이 불편할까, 수업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참여 아이들을 집까지 바래다주는 등 수업 참여를 독려했다.
 

▲지역사회가 필요한 생활 밀착형 복지사업을 자체적으로 발굴, 기획했다는 점은 연수센터의 특별한 점이다. 연수2동 인근은 독거노인과 장애인 등 기초수급생활자, 차상위계층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소외계층이 많아 직접 방문해 청소도 한다.
 

▲연수센터 임직원들은 지역 장애인 축구단인 위너스FC팀과 함께 매달 체육 활동을 하고 축구용품 및 유니폼을 지원했다. 위너스FC팀은 이달 열리는 장애인 축구 전국대회에 출전하게 됐다는 낭보. 사진 왼쪽에서 여섯 번째가 김종선 센터장, 오른쪽에서 다섯 번째가 채창호 부센터장이다.
 

▲효(孝) 사상에 충실한 지역주민 지원 사업은 구체적이고 독특하다. 컴퓨터 모니터와 발목펌프운동기, 효도화 제공은 물론 생계비 지원 사업 등이 대표적인 예. 이전에 논란이 됐던 ‘황금마차’ 지원 사업 대신 장애인을 위한 휠체어 수리 및 교통 봉사차량 증정 또한 연수센터가 사회공헌 사업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용준 기자 cromlee21@horse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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