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마 인터뷰] “열심히 해서 나중엔 어렵게 승마 하는 친구들에게 베풀고 싶다”
[승마 인터뷰] “열심히 해서 나중엔 어렵게 승마 하는 친구들에게 베풀고 싶다”
  • 황인성
    황인성 webmaster@horsebiz.co.kr
  • 승인 2017.11.17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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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승마계의 유쾌한 ‘황­황 브라더스’ 인터뷰
[말산업저널] 황인성 기자= 지난 9월 24일 과천 렛츠런파크 서울 내 86아시안게임 승마경기장.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부터 지역 특산물 ‘튤립’까지 이색적인 코스프레 복장을 한 유소년 승마선수들을 힘차게 말을 달리고 있다. 평소 갈고 닦은 승마 실력을 많은 이들 앞에서 힘껏 발휘하며 최선을 다하고 있는 어린 선수들의 모습 뒤로 신명 나고 맛깔난 해설이 들려온다.

“김○○ 선수, 6번 장애물에 살짝 걸렸네요. 아쉽습니다”
“렛츠런승마단에서 제일 잘 생긴 선수는? 정답 황대헌!”

승마대회를 더욱 빛내는 해설의 주인공은 바로 일명 ‘황-황 브라더스’로 불리는 황대웅, 황대헌 형제 선수들이다. 전상균, 전상용 형제 선수에 이어 한국 승마계 형제 선수의 계보를 잇고 있는 이들은 가는 곳마다 재치와 유머로 주변 사람들에게 긍정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다.

재치 있는 입담만큼이나 재치 있게 말을 타고 있는 ‘황­황 브라더스’를 지난 16일 만나 형제가 함께 승마를 통해 꿈을 그려나가는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봤다.


-승마 입문하게 된 계기.
●(황대웅 선수, 이하 ‘웅’)
승마에 입문하게 된 전 과정을 얘기하자면 사실 너무 길다. 승마를 시작한 게 딱 뭐라고 할 만큼 임팩트가 있는 사건이 있던 것도 아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우연히 우리가 살던 동네에 승마장이 하나 생겼다. 말이 너무 궁금해 구경을 갔는데 덩치도 눈도 큰 말을 보니 무서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큰 말은 아니고 경주 퇴역마였을 텐데 당시는 무서웠던 걸로 기억한다. 하루는 말을 보러 갔는데 무서워 말을 못 만지고 집에 갔다. 다음날에는 말 얼굴, 코를 만졌는데 그때의 느낌을 잊을 수가 없었다. 또 가서 목까지 만지고 그런 식으로 말과 친해졌다. 아마 그 감동을 잊을 수가 없어서 계속 말을 타지 않았나 싶다.

◎(황대헌 선수, 이하 ‘헌’)
그럼 그 때 승마장 주인은 말을 만져도 아무 말을 안 했나.
(웅) 아무도 없을 때 가서 만졌다. 사실 거기 교관님이 있었는데 우리 집에 와서 식사를 하고 계셨다. 그 분은 지금 장애물 이○○ 선수의 아버지이시다.

●(웅)
그렇게 말을 타기 시작했고, 계속 말을 타야겠다는 생각으로 말이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지금은 돌아가신 故 전상균 교관님을 만나게 돼 전문 스포츠 체육에 발을 들이게 됐다. 부끄럽지만 굳이 얘기하면 이게 승마 입문하게 된 계기라고 할 수 있다.

◎(헌)
말 타기 전에 난 끈기가 너무 없었다. 축구도 하고 태권도도 하고 경호원 한다고 이 운동 저 운동 되게 많이 했었다. 그런데 딱 직업과 연결되는 진로를 정하기가 애매했다. 그래서 부모님이 형 따라서 말을 타라고 조언을 하셨고 그 계기로 중학교 2학년 때 승마장엘 들어갔다. 형이 대학교 진학으로 혼자 승마장에 남게 돼 혼자 말을 탔는데 말 타는 것보다 말밥 주고 말똥 치우는 게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개학을 핑계로 나와서 1년 넘게 말을 안 탔던 적도 있었다.


-그럼 승마에 대한 흥미가 없었나.
◎(헌)
그 당시 말 타는 게 좋지 않았다. 나랑 비슷한 또래 친구들은 부모님 차 타고 승마장에 와서 말만 타고 갔는데 난 아침 5시부터 일어나서 말밥 주고, 말똥 치우고 회원들이 안 오는 날에 말 타고 그랬다. 맨날 혼나고 그런 적도 있고 사실 당시 말 타면서 재미있다고 느껴본 적이 없던 것 같다.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나.
◎(헌)
형의 도움이 컸던 것 같다. 형이 쓴소리도 해주고 훈련하는 걸 도와주기도 하고 승마장 주인 몰래 불 켜놓고 장애물 말을 태워준 적도 있었다. 그렇게 계속 운동을 하니 터닝포인트 같은 것도 생기더라. 고3 때 한국마사회 학생선수로 들어갔다. 그 전에는 말밥 주고 말똥 치우고 이런 입장이었는데 선수로 배우는 입장이 돼 말을 타니 재미있었다. 승마에 눈을 뜨게 된 거다. 학생 선수로 들어가기 전에 여러분들이 도움을 주시기도 했다. 이진경 코치가 학생선수로 들어가기 전까지 본인 승마장에 와서 운동하라고도 해주시고 도와주시는 분들이 있어 용기가 생겼고, 나도 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승마가 정말 좋다.


-지난번 렛츠런파크 승마대회 때 보니 언변이 장난이 아니더라. 원래 말을 잘하나.
◎(헌)
지난주 고양시에서 열린 승마대회에서도 해설을 부탁받아 했는데 사람들이 과천 때보다 늘었다고 말하더라. 지금까지 한국 승마대회 중계한 사람 가운데 내가 제일 잘했다고.

●(웅)
대헌이나 내가 재미있게 해설을 할 수 있었던 건 우리가 승마의 길을 걸어온 게 거짓이 아닌 진짜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아직 젊은 나이다 보니 특별히 권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작은 실수에 주눅 들지 않고 해설한 것 같다. 그리고 돈이 많아 승마를 시작한 선수도 아니고 우리가 고생하고 노력해서 승마를 해왔기 때문에 당당하게 얘기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물론, 심판위원들처럼 정확하게 승마 규정을 다 알지 못하긴 한다.

◎(헌)
우리가 말을 잘하는 이유 중 하나가 아버지 영향도 있을 것 같다. 아버지가 언변이 정말 대단하시다. 가끔 던지시는 한마디가 주변 사람을 자지러지게 하신다. 어떻게 그 타이밍에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듣기만 해도 정말 유쾌한 기분이 든다.


▲황대웅 선수(발리오스승마클럽)는 승마는 단순히 스포츠 그 이상이라고 표현했다. 오히려 스포츠보다는 ‘인생’이란 표현이 더욱 맞는 것 같다며 어떤 상황을 맞닥뜨리든 만족할 수 있다면 훌륭한 승마가 될 수 있지만 아무리 좋은 자리와 위치에 있다고 하더라도 만족하지 못하면 승마로 성공할 수 없다는 자신의 승마 철학을 드러내보였다.


-승마는 어떤 스포츠인가.

◎(헌)
승마는 살아있는 말을 타고 하는 스포츠이다 보니깐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종목이다. 그리고 충분한 시간과 경험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절대 최고가 될 수 없는 스포츠이다. 기본적으로 여느 스포츠든지 피나는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승마는 더욱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세계랭킹 100위권에 들어가는 평균 선수 연령이 40세 가까이 된다. 40세이면 다른 종목에서는 완전 노장이거나 은퇴해야 할 나이인데 승마는 40대가 돼서야 비로소 정점을 찍을 수 있다. 그만큼 승마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좋은 말만 있다고 해서 되지 않고 오랜 시간 노력하고 투자해야 한다.

●(웅)
승마는 단순히 스포츠라고 표현하기보다 ‘인생’이란 표현이 더욱 맞는 것 같다. 인생이란 게 빨리 가고 싶다고 빨리 가게 되는 것도 아니고 천천히 가고 싶다고 해서 천천히 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어떤 상황을 맞닥뜨리든 만족할 수 있다면 훌륭한 승마가 될 수 있지만 아무리 좋은 자리와 위치에 있다고 하더라도 만족하지 못하면 승마로 성공할 수 없다. 왜냐면 말과 사람이 함께 하는 종목이자 개인 종목이기 때문이다. 나도 말을 타면서 오히려 인생을 더욱 배운단 느낌이 든다. 내가 말한테 강하게 밀어붙였을 때 말은 세상처럼 대답을 해준다. 극복하는 말이 있고, 안 된다고 거부하는 말도 있다. 말로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승마와 인생의 상관관계는 논문감이다.


-승마선수로 목표가 뭔지.
◎(헌)
당연히 선수로서의 목표는 아시안게임, 올림픽 등 좋은 대회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다. 그 과정이 쉽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나름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승마를 통한 또 다른 목표라면 모든 선수에게 존경받을 수 있는 훌륭한 지도자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역량 내에서 정점을 찍고 나면 지도자로 거듭나고 싶다.

●(웅)
나도 지도자가 되고 싶다. 큰돈을 벌고 싶은 것보다는 우리가 승마를 어렵게 시작했기 때문에 지도자가 돼서 우리처럼 어렵게 승마를 시작한 친구들에게 베풀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그런데 물론 공짜는 없다.


-십여 년이 넘게 말들과 함께했다. 특별히 인연이 있거나 기억나는 말이 있는지.
◎(헌)
‘울트라이더’라는 말이다. 원래 형이 타던 말이었다. 형이 군대 가면서 내가 물려받은 말인데 형이 직접 소개시켜주는 게 좋겠다.

●(웅)
‘을트라이더’ 이 말은 우리에게 행복을 줬고, 한편으로는 슬픔과 시련도 준 말이었다. 승마를 배우는 과정에서 정말 최고급 밑거름이 되어 준 말이었다. 대학교에 진학하면서 선수 활동을 시작했다. 그 당시에 전상용 교관님에게 말을 배우러 갔는데 장애물 시합을 나가려면 내 말이 필요했다. 전 교관님은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실력을 발휘하고 있지 않았던 저렴한 말을 추천해주셨고. 그 말이 ‘울트라이더’였다. 정말 다행히도 내가 타고 나서 계속 좋은 성적을 냈다. 대학교 1학년 때는 중장애물 메달을 거의 다 땄을 정도였다. ‘울트라이더’는 우리에게는 좋은 말 선생님이었다. 승마 입문 단계인 동생과 내가 잘 배울 수 있게 한 그런 말이었다. 이미 우리가 구매할 때 말의 나이가 있는 편이라 안 좋은 경우도 있었지만 그 때 노력했던 게 우리의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울트라이더’ 덕분에 우리가 ‘울트라이더’가 되지 않았나 싶다.


-그 이후 ‘울트라이더’와는 어떻게 이별했나.

◎(헌)
형이 승마장에 있을 때는 따로 말 관리비가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형이 군대를 가고 나니 매달 관리비가 100만 원 가까이 나왔는데 10달이 넘어 천만 원이라는 큰 금액이 청구됐다. 집에서는 그 돈을 내지 못하겠으니 말을 팔아서 충당하라고 했는데 그렇게 ‘울트라이더’가 다른 곳으로 팔려갔다. 말이 팔린 이후 선수 생활을 쭉 이어나갔다가 몇 년 뒤 ‘울트라이더’의 소식을 들었다. 사실 말이 다른 승마장이나 생활체육 선수들에게 팔리고 나면 근황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시흥의 한 승마장에 있다는 소식에 기쁜 마음에 그 승마장을 찾아갔다. 그쪽 승마장에 부탁해 함께 외승도 다녀오고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런 뒤 안부 차 전화를 걸었는데 ‘울트라이더’가 수의사도 진단이 안 되는 희귀병에 걸려 동물 연구소에 해부 실험을 위해 기증됐다는 것을 알게 됐다. 말의 죽음은 안타깝지만 좋은 취지로 마생(?)을 마감해 끝까지 기억에 남는 말이다. 우리를 키워준 말들과 강한 인상을 준 말들은 너무 많지만 기억에 가장 남는 말은 ‘울트라이더’이다.


▲두 형제에게 좋은 말 선생님이 되어 준 ‘울트라이더’와 황대헌 선수의 모습.


-승마와 말산업이 위기라고 한다. 말산업 발전을 위해 어떤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웅)
지금이 ‘위기’라면 이 또한 ‘기회’일 수도 있다. 그래서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헌)
승마를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지금 많은 투자가 이뤄지는 유소년 승마를 비롯해 노인들이 할 수 있는 노인 승마 등 승마의 영역을 넓혀갈 필요가 있다. 현재 재활승마, 힐링승마 등도 저변을 넓혀가고 있는 가운데 여러 가지 분야의 전문가들이 필요하다. 또한, 국산마를 통해 다양한 볼거리와 흥밋거리를 만들어야 한다. 사실 현재 승마대회가 유럽승마에 초점을 맞춰져 있는데 국산마를 활용해 전문체육, 생활체육 누가 1등을 할지 모르는 오픈 경기를 많이 열어야 한다.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형제가 함께 승마선수라서 좋은 점은 뭔지.

◎(헌)
최고의 라이벌이자 동료, 가끔은 선생님일 수도 있다. 모든 형제가 다 그런 건 아니지만 함께 승마를 하면서 더욱 서로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는 것 같다. 어렸을 때 난 축구, 태권도 이런 스포츠를 하다 보니 주말에 집에 왔고, 형은 승마를 해서 주말에 집에 없었다. 형을 못 보고 지낸 지가 5년 가까이 됐었는데 승마란 스포츠를 통해 서로 교감하고 공유할 수 있어 정말 좋다. 어렸을 때보다 나이가 들면서 더욱 이해해주고 존중해주는 것 같다. 나도 말을 타니깐 형의 마인드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웅)
파트너이기도 하고 선의의 경쟁자이기도 하다. 그리고 심적으로 불안할 때 서로의 불안감을 해소해줄 수 있는 의지하는 존재이다.


▲황대헌 선수(렛츠런파크승마단)는 선수로서의 최선을 다하고 난 후 승마 지도자로서의 삶도 살고 싶다고 전했다. 모든 선수에게 존경받을 수 있는 훌륭한 지도자가 되어 한국 승마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다고 것이다. 지난 9월 23일 렛츠런파크 승마대회 당시 황대헌 선수(왼쪽)와 황대웅 선수(오른쪽)의 해설 모습.

-다음 릴레이 인터뷰 주자를 추천한다면.
●(웅)
황순원 코치님을 추천한다. 황 코치님은 굳건하게 흔들리지 않고 가시는 승마계 선배님 중 한 분이시다. 승마에 대한 황 코치님의 생각이나 삶에 대한 태도를 승마계가 알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사모님도 승마선수 출신이시고, 따님도 현재 승마를 배우고 있으니 그 가족을 인터뷰해보는 것도 좋겠다.



▲유쾌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황황 브라더스’는 서로가 최고의 라이벌이자 동료, 가끔은 선생님이기도 하다고 했다. 두 형제 모두 어렵게 승마를 했던 만큼 지금은 승마에 대한 열정과 애착도 크다고. 지난 7월 23일 경북 상주 국제승마장에서 열린 ‘제34회 대통령기 전국승마대회’ 복합마술 B 클래스 경기에서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한 황대헌 선수와 황대웅 선수의 시상식 모습(사진 제공= 황대헌 선수).


황인성 기자 gomtiger@horse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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