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발기금 출연 통해 축산업 발전 크게 기여…말산업 투자엔 인색

지속 가능한 산업환경 구축 및 실질적 말 연구 위해…말산업 R&D 센터가 필요
생산비 절감 및 고급말 생산 기술 개발 목표 설정
경마장 지역거점대학과 연계…경주마휴양센터와 겸용 활용도 가능

경북대학교 윤민중 교수

지난 10월 초 국무총리직속기관으로 우리나라 국책R&D 기획을 담당하는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농업R&D분야 담당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우리나라 전체 R&D예산이 약 20조 원인데 말산업 분야에 배정된 연구비는 0.01%도 배정이 안 돼 있다며 향후 말산업분야 R&D 발전방안에 대해 로드맵을 제시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안 그래도 말과 관련된 연구만 고집했던 연구자로서 연구비가 부족해 고민하고 있던 차에 어찌나 반가운 요청이었는지. 2주 동안 말산업 R&D의 현재 문제점과 해결방안, 로드맵을 구상하고 다른 말 전공 교수님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국내 말산업 R&D 발전방안이란 주제로 발표를 마쳤다.

■ 말산업 발전의 필요성

국내 말산업은 우리나라 축산업 발전에 지대한 공을 세웠다. 바로 축산발전기금이다. 총 기금조성 9조 2109억 원 중 한국마사회 납입금이 2조 7,175억으로 29.5%를 점유하고 있다. 올해도 한국마사회에서 1,565억 원을 축발기금으로 납입했다. 이 예산은 우리나라 축산업 전 분야에 지원금으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마사회의 매출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고 향후 이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게다가 시간이 갈수록 말 생산자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경매를 통한 말 낙찰률이 줄어들고 있고 평균가격은 떨어지고 있다. 말 생산자가 말 생산을 포기할 경우 말산업을 통한 매출은 급격히 줄어들 것이고, 결국 축산업 발전에 기여했던 축발기금의 규모도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말산업의 ‘주인공’이라 볼 수 있는 ‘우수한 말’을 생산하고 관리하여 ‘고급 말산업 국가’로 진입해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이 부분에 대해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현재까지 축발기금을 활용하여 소, 돼지, 양계 등 타축종분야는 축산선진국과 기술력이 대동소이하도록 비약적인 발전을 견인했지만 반대로 말 분야에는 매우 매정했던 것이다.

말산업계는 그동안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철저히 지킨 아주 선량한 자였다. 하지만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오른손이 한 일을 오른손이 알게 해야 한다. 즉, 축산발전 기금 중 말산업 R&D를 위해 많은 예산이 책정돼야 한다는 말이다.

■ 국내 말산업 R&D의 문제점

지금 현재 말산업연구소 예산은 축발기금에서 6억, 마사회 자체 예산으로 3억 2천, 전체 9억2천만 원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R&D 예산은 정책연구과제에 편성돼 있고 실험연구에는 약 2억 9천만 원만 편성돼 있다.

그러다보니 말 전공 교수님들과 연구자들이 다른 연구비지원기관에 연구비를 신청하지만 농기평이나 농진청은 말과 관련된 연구과제가 지정되어 나오는 경우가 거의 없고, 자유공모과제로 제출하더라도 심사위원들이 말과 관련된 분야 분들이 아니다보니 연구자체가 저평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말산업 R&D와 관련된 목표가 없고, 역할을 분담할 주관기관이 없고, 로드맵이 없고, 관련된 예산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프랑스는 IFCE(Institut français du cheval et de l`équitation)에서 중앙데이터베이스를 관리 및 운영하고 있다. 초기에는 말의 개체식별 및 혈통정립, 말 성적 기록의 목적으로 출범했으나 현재는 초기 목적달성은 물론 말의 건강관리 및 식용마의 안전성을 관리할 목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 국내 말산업 R&D의 발전 방안

이를 해결하기 위해 말산업 R&D사업단이 결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반려동물과 관련해서는 농진청 산하 ‘반려동물연구사업단‘이 올해부터 운영이 되고 있고 2022년까지 200억 원 이상 투입될 계획이다.

세계 유일하게 ‘말산업육성법’까지 제정되었는데 이러한 말산업 전문 사업단이 없다는 것은 매우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사업단을 결성해 정책연구에 10억, 실험연구에 30억, 사업단 운영비 및 예비비로 10억 정도를 약 10년간 꾸준히 지원해야 한다. 말산업 R&D사업단은 고급말을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유전/육종 △번식/생산 △영양/사양 △행동 △마육 △보건△전염병 △말산업 4차산업 △말산업 빅데이터 활용 등 전 분야에 최소 연구비를 책정하고 각 학문분야 내 혁신연구와 현장연구로 구분해 지정과제가 아닌 자유공모과제 위주로 진행해야 한다.

혁신연구는 기술개발을 통한 신사업분야 창출 및 해외 말산업 진출을 목표로, 과제심사는 학문분야별 전문가 그리고 과제평가는 특허 및 논문, 기술 이전 등의 지표로 운영돼야 한다.

현장연구는 국내 말산업종사자가 생산비 절감과 고급말 생산을 통해 소득을 창출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정하고 과제심사는 말 생산자단체 대표 및 말 연구자, 평가는 말산업 종사자가 평가하는 체계로 운영되어야 한다.

특히, 실질적인 말 연구를 위해서는 말산업 R&D 센터가 필요하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의 경우 대학 내 말 연구를 할 수 있는 Center for Equine Health라는 연구목장이 있고 연구마로 사용할 수 있는 200마리 말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시설이 있어야만 현장 적용 가능한 실질적인 기술이 개발된다. 이를 위해 현재 경마장이 있는 지역 내 지역거점대학과 연계하여 말산업 R&D 센터를 건립하고 이를 말 연구 전문가들이 언제든지 연구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경주마휴양센터와 겸용한다면 이러한 시설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고, 시설유지관리운영비는 지역 경마수익으로 창출되는 레져세에서 충당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결국 말산업 R&D를 통해 지역 레저세를 높이는 결과를 기대할 수 있으니 명분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Michigan State University, Horse Teaching and Research Center

또한, 4차산업 발전의 주요 키워드인 빅데이터 확보 및 활용을 통한 연구결과 도출을 위해 말 의무등록제의 시행이 절실하다. 올해 영국 캠브리지에서 진행된 국제말번식학회에서 프랑스 연구자가 발표한 논문 결과의 대상마는 940,418두의 말을 대상으로 32년의 성적을 가지고 연구결과를 산출했다. 이 데이터에 대해 그 누구도 반박할 수 없었다. 이러한 빅데이터를 활용한 연구결과가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SIRE’라는 말산업 중앙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의무등록제가 시행되어 빅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잘 활용하여 유의미한 연구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

아브라함 링컨 대통령은 “나무를 베는 데 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도끼를 가는 데 45분을 쓰겠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말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무작정 사업만 진행하기보다는 말산업 R&D를 통해 철저히 준비하고 선진 대응해야 ‘국내 말산업 발전‘의 큰 대업을 성취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말 연구학자 윤민중 경북대학교 교수는 “국내 말산업은 축산발전기금의 30%가량을 부담하며 우리나라 축산업의 비약적인 발전에 지대한 공을 세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그 공로는 인정받지도 못하고, 말산업 분야에 대한 투자는 매정할 정도로 인색했다”며, “지속적인 축산업 전체의 발전과 말산업의 선순환 전환을 위해서는 축산발전 기금 중 많은 예산이 말산업 R&D 예산으로 책정돼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본 글은 11월 17일 말산업 국제 심포지엄에서 진행된 ‘말산업 연구 중장기 전략 방안’에 대한 패널 토론회에서 패널로 참석한 윤민중 경북대 교수가 발표한 자료를 토대로 재작성된 것입니다. 본지는 저자의 동의를 얻어 원고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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