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농가 지원 ‘씨암말 교체 장려금’ 3년간 45억 중 27억만 집행
경마 혁신 당시 농가 지원 차원 도입…국감서 농가 경영 안정 지원 지적
형평 원리 어긋나…“원칙대로” vs. 탄력적으로 집행해 추가 지원해야

[말산업저널] 이용준 기자= 2017년 농식품부 예산 중 가용 예산 대비 2조9000여만 원이 이월·불용되는 등 농업 예산 비중의 축소 원인으로 지목된 ‘불용 예산’ 문제가 말산업계에서도 화두다. 기획재정부가 올해 예산 불용 규모를 2%대 초반으로 최소화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말산업 예산에도 ‘헛점’은 없는지 미리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한국마사회가 산지 통합 경주 등을 골자로 한 2015년 경마 혁신안을 발표할 당시 국산마 생산 기반 붕괴를 우려한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와 한국내륙말생산자협회는 육성 정책에 모순된다며 철회를 요구했었다. 당시 보완 대책 가운데 대표적인 건 씨암말 교체 장려금. 국산 경주마의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우수한 씨암말 도입을 촉진하고, 2016년부터 3년간 한시적으로나마 구매 자금을 지원하는 등 생산 농가의 자생력을 높여 시장 개방에 대비한다는 차원에서 마련했다.

내륙과 제주 지역 교배 지원 등록 농가 164호를 대상으로 연간 100두 내외 씨암말에 대해 등록 농가당 2두를 교체하는 규모로 매년 15억 원을 배정, 총 45억 원을 지원한다는 방침이었다. 파트1 국가 경매 시장에서 2만5천 달러(한화 약 3천만 원) 이상 구매한 씨암말이어야 하며 현지 구매가의 30%, 최대 1,500만 원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본지가 단독 입수한 2016년~2018년 집행된 씨암말 교체 장려금은 2016년 12억4,300만 원, 2017년 12억100만 원 그리고 올해 8월까지 3억3,500만 원에 그쳤다. 지급 두수는 83·96·23두 등 총 202두. 45억 예산 가운데 27억7,900만 원만 집행돼 약 17억 원이 불용될 상황에서 한국마사회는 미집행금 처리 방안으로 미신청 농가에 한해 12월 말까지 씨암말을 도입 완료시 지원한다는 처리 방안을 내놓았다.

올해 급격히 지급 두수가 하락한 건 대부분 생산 농가가 이미 지원 한도 2두를 2016·17년에 신청했기 때문. 더는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되자 11월 열린 미국 킨랜드 경매에서 지난해 103두에 비해 46두, 반절 이상 씨암말 구매 감소 ‘부작용’으로 이어졌다. 또한 이번에 들여온 씨암말들은 대부분 교체 장려금 지원 기준(부마의 현지 교배료 1만 달러 이상, 블랙타입 경주 입상 등)에 해당되지 않는 말들로 파악됐다. 한시적 지원도 아쉽지만, 지원 규모가 애초 작았던 것 아니냐는 지적.

국내 한 생산자 겸 마주는 “생산 농가는 좋은 혈통을 위해 씨암말을 들여와 교체하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는데 농가당 2두로 한정한 규정 때문에 더 구매하고 싶어도 지원이 없어서 포기하는 실정”이라며 “이미 책정된 예산을 불용하기보다 탄력적으로 운영해 집행할 수 있는 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마사회와 생산자협회가 함께 노력하면 충분히 집행할 수 있지 않겠냐며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산지 통합 경주제 도입 이후 국산마 경쟁력 제고와 생산 농가의 경영 실태 개선을 위한 지원책을 마련하라는 국회 주문이 있었다”라며, “올 하반기에 생산 농가에 대한 지속적 지원과 농가 경영 안정을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고 했는데 보수적으로 원칙만 고집하는 상황이 아쉽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생산·육성 분야로 예산을 전용해 불용이 안 되도록 최대한 노력해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한국마사회 측은 추가로 지원할 경우 형평성 원리에서 어긋나 다른 농가들의 불만이 있을 것이라며 원래 계획대로 집행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특히 한국마사회는 유상 교배 환불 기간을 조기 종료하고, 환불 기간 이후 씨암말이 수태하지 못해 생산 농가에 손해가 발생하자 경주마생산진흥협의회와 논의를 거쳐 보수적이었던 지원 기준을 변경(유·사산 등 불수태 시 동급 씨수말로 무상 교배 지원 등)한 바 있어 씨암말 교체 장려금 지원 건에 대한 입장 변화도 가능할지 생산 농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용준 기자 cromlee21@horse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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