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 2018 승마 사례 공모전 당선작 발표, 최우수상에 배추용 씨

승마를 경험한 이들의 긍정 사례를 공유하고자 한국마사회는 2018 승마 사례 공모전을 열었습니다. 주제는 ‘승마를 통한 나의 변화’로 △학생승마체험(포니3등급포함) △기승능력인증제 △유소년승마단 △전국민승마체험 4개 부문으로 진행해 총 108명이 참여했습니다. 최우수상과 말산업특구상, 우수상 등 11개 수상작이 선정됐으며, 배추용 씨(50세, 학원강사)의 전 국민 승마체험 수기가 최우수상을 수상했습니다.

말산업특구상은 박시온(경기도), 장민석(경상북도), 이승윤(전라북도), 안지선(제주특별자치도) 씨가 수상했고, 우수상(한국마사회장상)은 김도현, 장려상은 박지연, 김은지, 양현희, 손영희, 윤현미 씨가 수상했습니다. <말산업저널>은 한국마사회 승마진흥부의 협조 아래 공모전 체험 수기 수상작을 종합 연재합니다. 첫 번째 순서로 배추용 씨의 ‘승마를 통한 나의 변화(전 국민 승마 체험 부문)’를 소개합니다. - 편집자 주



승마를 통한 나의 변화 - 배추용

“복부 비만과 관절염 등 자세 교정으로 건강 되찾아
교육에 대한 깨달음 얻고 교육자로서 나를 성숙시켜
건강·겸손·자신감 등 승마로 얻은 경험 나누고 싶어’
청소년과 성인 교육으로 재활승마 추천”

‘저분, 이제 자세가 많이 좋아졌네. 참 좋겠다.’ 승마장에 나온 지 6개월 된 어떤 분이 말 타는 모습을 보니 처음 승마를 시작했을 때의 제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말 타고 달리기’가 승마의 전부인줄 알아 속보와 구보는 할 수 있었지만, 자세가 불안정해 늘 코치 선생님을 불안하게 했던 모습, 단지 말 위에 올라가 앉을 줄만 알았지 승마의 부드러움을 몰랐던 그때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마사회 주관 가족마라톤대회’와 ‘전 국민 승마체험’에 참여를 계기로 승마를 접한 지가 벌써 2년 9개월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승마는 저에게 건강뿐만 아니라 교육자로서 저를 한 단계 더 성숙시키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승마 기술을 익히고, 말과 교감하면서 얻게 된 소중한 경험을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승마는 저에게 건강과 활력을 주었습니다. 승마를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스트레스와 야식으로 늘어났던 몸무게가 8kg 줄어들었습니다. 복부 비만과 다리 관절염이 해결되자 하루하루가 활기차고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자세를 교정하면서 키도 커졌습니다. 어느 날 키를 재어 볼 기회가 있었는데, 2cm가 커져 있는 걸 발견하곤 놀라서 다시 재어봤습니다. 역시 2cm 증가한 게 맞았습니다. 구부정했던 어깨가 펴진 것이었습니다. 평소 어깨가 구부정했던 저는 승마를 시작했을 때 코치 선생님들께 어깨 자세에 대한 지적을 많이 받았습니다.

30여 년 가까이 구부정한 자세로 있던 어깨를 바로 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습니다. 코치 선생님들의 지적이 미울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나쁜 어깨 자세 때문에 기수의 체중이 앞으로 쏠리면, 말도 힘들고 기수도 낙마의 위험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코치 선생님의 말씀을 의식하면서 자세 교정에 집중했습니다. 말 위에 있는 동안만이라도 어깨를 바로 펴려고 했던 노력이 이제는 습관이 되어, 평소에도 바른 자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저는 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과 함께 수학과 영어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몇 년째 매일 글을 쓰다 보니, 새끼손가락이 종이와 맞닿을 때마다 아팠습니다. 그 후로 손으로 글쓰기를 중단하고 노트북을 사용했더니 이번엔 오른쪽 어깨에 통증이 왔습니다. 정형외과에서 아무 이상이 없다는 얘기를 듣고, 지인의 권유로 한의원에서 침 시술을 받았습니다. 이마저도 뚜렷한 효과가 없어 2달 정도 다니다가 중단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승마하는 도중, 목을 자주 밑으로 숙이는 버릇이 있는 말(이름이 ‘다크’)이 갑작스레 머리를 숙이는 바람에 깜짝 놀란 일이 있었습니다. ‘다크’가 목을 숙이면서 고삐를 잡고 있던 팔이 순간적으로 앞으로 쏠렸습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몸은 반사적으로 뒤로 빠지면서 팔만 앞으로 쏠렸습니다. 짧은 순간 팔이 빠질 듯이 아팠지만 이내 괜찮아졌습니다. 다음날 자고 일어나니, 아프던 어깨가 아프지 않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게 어찌 된 일일까?’하고 코치 선생님께 말씀드리니, ‘재활 승마에 적용하는 치료가 몸 깊이 묻혀있는 신경을 자극하는 방법인데, 아직 국내에 도입이 미비합니다. 어쩌면 다크의 순간적인 고개 숙임이 선생님의 신경을 자극한 경우가 아닐까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재활 승마에 관심이 생겨 호주의 재활 승마를 찾아보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에서 재활 승마를 활성화시킬 수 있을까? 자원봉사자의 참여가 절실한데, 사회 제도화할 수는 없을까? 그러려면 승마 인구가 많아지는 것이 우선일 텐데 등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승마는 저에게 교육에 대한 깨달음을 얻게 해 주었습니다. 말의 습성을 잘 몰라 고삐를 심하게 당기거나 복대를 세게 조이는 등 말이 싫어하는 행동을 한 적이 있습니다. 다음날 말은 계속 뒷걸음질 치며 안장에 오르는 것을 거부했습니다. 그런 행동을 말이 싫어한다는 것을 안 다음부터는 고삐를 너무 세게 당기지 않도록 신경 쓰고, 복대를 조금씩 조여 아프지 않게 조심했습니다. 또 미안한 마음에 당근을 주고 몸을 두드려주며 격려해주었습니다. 진심이 통했는지 처음에는 옆에 가면 피하거나 고개를 돌렸던 말들이 더 이상 경계하지 않고 친근감을 표현해 주는 것 같았습니다.

이 일을 있은 지 얼마 후, 마구를 준비해 고삐를 물리고 안장을 올리는 중에, ‘말이 참 크구나. 그런데 이렇게 큰 말을 움직이는 건 재갈과 채찍만은 아니구나. 말을 쓰다듬고 마음을 살피며 교감을 나누는 것이 소중하구나’라는 생각이 들며, 그 순간 학생들의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학생들이 바로 덩치 큰 말과 같다는 생각이 든 것입니다.

수업 시간에 대답도 잘 안 하고 반응이 없어 가르치는 것이 힘든 학생들이 종종 있습니다. 덩치는 크지만, 아직 어린아이라서 자신을 표현하는데 서툴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제가 먼저 ‘하이파이브’를 하며 친해지려고 노력하면, 학생들도 마음을 열고, 속에 있는 말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나서는 확실히 수업 태도가 적극적으로 변화한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말이든 사람이든 서로 신뢰가 쌓일 때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을 경험한 저는 승마장에 도착해 말 앞에 서면, ‘어제 수업 중에 학생들에게 잘못한 것은 없나? 학생들에게 짜증을 내지는 않았나? 아이들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것은 아닌가?’ 하고 기도할 때의 마음으로 나 자신을 돌아봅니다. 그래서 마구를 준비하면서 말을 쓰다듬어주고, 목욕을 시키고, 마방을 청소하며 교감을 나누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있습니다. 어쩌면 여기가 ‘절’이고, ‘성당’이기도 하다는 생각도 가끔 합니다.

말마다 다른 습관과 체형이 있어, 여러 말을 타다 보면 말에게서 배우고 느끼는 것이 많습니다. 고삐의 민감함을 알게 해 준 ‘효리’, 정지 자세와 고삐를 길게 잡아도 무섭지 않다는 것을 알려 준 ‘브레고’, 구보 자세가 정확해야 반응한다는 것을 알게 해 준 ‘엔젤’, 좌속보 연습에 익숙하게 해 준 ‘금륭사’.

‘말과 마찬가지로 학생들도 저마다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같은 내용이라도 학생들 각각에 맞는 수업 방식과 대화 방식이 필요합니다. 학생의 성향을 파악하고 적합한 교육 방식을 찾아가며 노력하는 과정에서 저도 배우며 성장함을 느낍니다. 국내산 말을 타다 유럽산 말을 처음 탔을 때 굉장히 무서웠던 기억이 납니다. 말 등의 높이가 겨우 10cm 높을 뿐인데, 그 차이가 매우 크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말의 습성을 이해하고 적응하며 교감하고 나니 두려움이 사라지고,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승마를 통해 겸손함을 배웠습니다. 말에서 떨어지고, 말에 밟힐 뻔한 경험을 한 뒤로 안장을 올리고 굴레를 씌울 때 말의 발굽에 밟힐 수 있음을 항상 조심합니다. 한번은 저의 잘못된 자세로 인해 말의 등에 상처가 난 일이 있었습니다. 바른 자세는 안전사고의 예방뿐만 아니라, 말의 건강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것임을 알았습니다. 정확한 자세와 신호를 주었을 때 정지나 구보가 제대로 수행되는 것을 경험한 후, 그동안 승마할 때 느낀 부족함은 말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실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학생들이 어려워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학생들의 잘못이 아니라 그들이 이해할 수 있게끔 쉽게 풀어주지 못한 나의 잘못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며, 일본 수학책, 싱가포르 수학책 등을 공부하며 학생들이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승마의 경험을 교육에 적용해보면서 학생 교육뿐만 아니라 일반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직업 인성 교육에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10cm 차이의 ‘말 등’에서 느끼던 두려움을 적응을 통해서 극복하고 자신감을 찾을 수 있었던 사실, 덩치 큰 말은 힘으로는 끌어낼 수 없고 칭찬과 교감을 통해 리드할 수 있다는 사실, 말 옆에서 습관처럼 느끼는 안전 의식, 안전 승마를 통해 배운 겸손과 기초 실력의 중요성 등을 통해, 승마가 일반 성인들의 직업 인성 교육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승마는 저에게 평온함을 줍니다. 승마 준비를 하면서, 말 위에서, 말에서 내려 말의 땀을 닦아주면서, 항상 시야로 들어오는 하늘과 자연은 저에게 여유로움과 차분함을 느끼게 해줍니다. 마방에서 말똥을 치울 때는 아이들 기저귀를 갈아줄 때 느끼는 행복감까지 선물 받습니다.

저의 경험들을 많은 분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말을 통해, 승마를 통해 느끼는 것은 ‘부드러움’입니다.



원고 제공= 한국마사회 승마진흥부
교정·교열= 안치호 기자 john337337@horse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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