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그거 도대체 한 근에 얼마나 하는 거유

라며
늘 씨부리더니

지리산으로 내려간
언눔이가

소포 한 꾸러미를 보내왔다
주섬주섬

시인과 스님이 쓴
책 두 권
시인이나 스님보다
자기가 더 훌륭하면서

그리고
당뇨랑 어깨 아픈 데 좋다고
말벌술 한 병
자식두,
즤나 먹을 일이지

 


시작 메모

하비에르 성인은 친구한테서 온 편지 한 장을 읽을 때조차, 꼭 무릎을 꿇고, 몸과 마음을 다해 정성스레 읽었다. 매를 맞거나 칼을 받거나 화형을 당하거나 하는 일도 모두 굉장하지만, 성인의 이런 심성 또한 이들에 못지않은 힘을 갖는다. 아름답고 갸륵하다. 이제 무뚝뚝, 그러나 깊고 조용히, 그리고 똑바로 사는, 우리 친구가 하나 있어 얼마 전 고맙게도 책과 말벌주를 보내왔다. 그래 내 무릎은 못 꿇을지언정 보내 준 책과 술은 약 삼아 꼬박꼬박 읽먹으리라 했다. 쓰레기 같은 놈들! 그 친구는 드럼통 술청에 앉아 늘 가래침을 끌어올리며, 세상과 인간들에 대해 개탄을 내뱉곤 했는데, 아무튼 나 또한 여러 차례 혼난 바, 지금도 문득 문득 환청 같은 그 개탄에 그리움을 느낄 때가 있다. 이 친구에 대해, 이름없는 무명씨 어느놈인 언눔이라 부르고 싶었다. 얼마나 좋은가, 꼭 찌그러진 궤짝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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