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생명 줄, 존재 이유는 독자···생태계 구조 바꾸는 데 힘 모아야

기자가 현장(필드)을 찾지 않고 기사 나부랭이나 쓰는 건 일종의 죄악이다. 자괴감 들게 하는 방식도 참 여러 가지다. 소설가, 시인, 작가들조차 현실을 겪어야 글이 나오는데 책상에 앉아 칼럼이라고 끄적대자니 죽을 맛이다. 주 7일, 24시간 책상머리에 붙어 있으니 수영도 못 하고 허리는 아프고 혈압은 오른다. 내 글이라는 것도 사라진 지 오래다.

더 괴로운 건 취재원들과 한 약조도 제대로 못 지키고 있는 현실 때문이다. 한국농어촌말산업연합회는 지난 17일 총회를 열고 민병철 신임 회장과 윤태승 사무총장을 선출했다. 올해는 전국승마지구력대회를 열고, 전국농업기술자협회 승마 교육도 다시 하자고 목표를 설정했다고. 전임 이성복 회장이 한 달 전 연락해 꼭 뵙자고 했는데도 결국 가지 못했다. 3월 경매도 마찬가지다. 평소 흠모하는 오권실 한국경주마생산자협회 사무국장 소식을 듣고도 찾아뵙지 못하는 현실이다.

그뿐인가. 1월 열렸던 한라마생산자협회 역량 강화 세미나 당시 강동우 회장의 초청이 있었지만 후배들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김상필 전 회장께 꼭 찾아뵙겠다고 했는데 역시 가지 못했다. 파주시승마협회가 주최하는 ‘말과 함께 윤관대원수 별무반 여진족 정벌 재연극’이 23일 토요일 오후 3시부터 파주시 문산 행복센터 대공연장에서 열린다. 류명삼 파주시승마협회장과 통화에서는 아예 찾아뵙겠다는 말도 꺼내지 못했다. 경주마훈련소로 바뀐 궁평캠프의 류태정 대표도 얼굴 뵙고 싶은데 일정을 짤 엄두가 나지 않는다.

매년 잊지 않고 연락하는 경상남도승마협회(김향곤 회장)가 23일 대표 선발전을 함안승마공원에서 하는데 가지 못한다. 같은 날 한국마사회 경마기획부가 경마 정책 자문단 위촉식도 하는데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영남지역본부가 검역 계류장을 새로 열고 중·대형 동물로 처음 말을 계류, 검역했다. 이천일 본부장에게는 늘 감사한 마음이 있어 당장이라도 달려가고 싶은데 때를 기다리고 있다.

전남 고흥에 있는 농어촌승마장, 행복 마구간이라는 곳도 가고 싶고 승마 코치와 직원을 채용하고 있는 미리내승마클럽, 용인포니클럽은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소식이 궁금하다. 말산업대상 수상자인 최지이 씨와 애마 ‘로이’, 박찬원 사진작가도 직접 만나고 싶다. 말용이라는 크리에이터 유튜버도 정체가 궁금하다. 필자를 고소했던 마사회 유가족을 만나 자초지종 설명하고, 오해도 풀고 싶다. 엊그제 모 경제지에 난 김낙순 한국마사회장의 참신한 인터뷰 기사를 보고는 적잖게 놀란 탓에 당장이라도 마사회장실에 뛰어 들어가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다.
 

필자 ⓒ말산업저널 자료 사진
역마살 낀 필자. 못 생겨서, 몸뚱이 비루해서 말의 힘을 빌린다. ⓒ말산업저널 자료 사진

무엇이 문제일까. 다수 언론사는 기획을 핑계로, 바쁘다는 핑계로 취재원과 현장을 ‘등한’한다. 관심사 밖이면 쳐다보지도 않는다. 저가 보고 싶은 걸, 광고주가 보고 싶은 걸 보기 때문이다. 내부는 더 가관이다. 아마추어리즘, 매너리즘으로 점철된 조직 그 이상도 아니면서 위계질서는 군대보다 더 철저해야 하기에 서로 눈치 보고 경쟁하고 일 떠밀고 ‘곤조’하는 고착된 문화가 만연한 곳이 언론사다.

‘되는 집안’으로 바뀌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현장이 그리 안타까우면 퇴사해서 프리랜서 신분으로 현장을 뛰면 된다. 그러나 개인이 공신력을 담보하는가? 믿고 맡길 수 있는가? 그도 아니다.

답은 역시 뻔하다. 언론의 생명이자 존재 이유는 독자, 취재원이다. 현장을 찾지 못하지만, 필자는 현장을 한시도 잊은 적 없다. 밥벌이로 글 쓰고 밥그릇 지키려고 버티는 게 아니라 글이, 독자가, 필자에겐 곧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다. 쉽게 어길 약조는 하지 않는 성격 탓에, 중심을 잡고 일해야 하는 탓에 찾지 못할 뿐이다. 늦었다는 사실도 안다. 추진력에 불이 붙을까 걱정도 된다. 하지만 독자들이 함께한다면 두려울 일 없다.

<말산업저널>은 국내 유일의 말산업 전문 언론 기관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구글 등 주요 포털에 뉴스 검색 제휴를 한 것도 필자나 회사를 위한 일이 아니라 독자, 회원, 취재원의 소통 창구를 위해 도전한 일이다. 새로이 <말산업저널> 사이트를 개편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결국 필자가 예전부터 주창했던 내용으로 귀결된다. 일종의 언론 운동이자 '말산업 살리기 캠페인'이다. <말산업저널>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시라. 벌써 많은 분이 <말산업저널> 새 사이트에 회원 가입을 했다. 농림부와 마사회만 바라보는 유관 기관, 소속 협회, 단체에 불만이 있다면 펜도 들고 영상도 찍으시라. 유관 기관과 협회, 단체도 마찬가지다. 돈줄 쥔 이는 주인이 아니다. 농림부나 마사회가 아닌, 말과 그들의 주인인 종사자들, 독자들이 말산업 주체 역할을 할 때 우리 말산업은 진정한 산업의 길에 접어든다. 언론도 소통 창구의 조력자 역할을 할 뿐이다.

글과 지면, 이를 만드는 시간까지 참 소중하다. 글, 사진, 영상으로 비겁하게 장난치는 사람들을 종종 보니 문자 하나하나, 단어 하나하나의 소중함을 최근 다시 느끼고 있다. 한 주 유일하게 쓰는 칼럼을 독자와 취재원에게 서한식으로 보낸 것도 푸념하려는 게 아니라 가장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글이 길었다. 다음에는 독자, 회원들이 어떻게 글을 쓰고 기사를 올릴 수 있는지, '집안'을 일으키는 공정을 설명하고자 한다. 부디 한 귀로 흘려듣지 않기를, 이제는 언론과 독자가 함께 말산업 생태계를 아래서부터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기를 바란다.

말산업저널 이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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