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 문제와 사마르칸트 방문으로 오랜 인연 양국 관계 강조할 듯

우즈베키스탄 항공편. 타클라마칸 사막을 지나 천산선맥을 넘고 있다. ⓒ최희영

8일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이 4월 17일부터 23일까지 중앙아시아 3국을 국빈 방문한다”고 밝혔다. 그 3개국 중 하나가 우즈베키스탄이다.

“함께 안 가세요?”
“문 대통령이 우즈베크 가면 상징적 공간으로 어디를 둘러볼 것 같아요?"
“우즈베키스탄에 꽂히다, 대박 날 듯 ^^”

고 부대변인의 발표와 함께 내 페이스북엔 이런 문장들이 꽂히기 시작했다.

함께 안 가느냐는 질문엔 갈 거라고 답했다. 다만 같은 비행기는 아니다. Uzkor Econnomy 취재팀장 자격으로 먼저 가 있을 거고, 여행지 취재 몇 곳이 기획되어 있어 그보다 나중에 올 것이라고 답해줬다. 그리고 ‘대박 기원’ 문자에는 ‘당신부터 한 권!’ 오랜 내 구호로 밉지 않게 화답했다. 

서쪽으로 서쪽으로... 인천공항에서 우즈벡 수도 타슈켄트 공항까지 7시간 걸린다. ⓒ최희영

중요한 건, 문 대통령이 들를만한 상징적 공간이다. ‘당연 두 군데일 것’이라고 즉답했다. 하나는 ‘한국문화예술의 집’ 개관식일 테고, 다른 한 곳은 사마르칸트의 아프라시압 박물관일 것이라고 전문가답게(?) 진단했다. 둘 다 양국 간 오랜 인연의 상징물이다. 하나는 근대사와 관련 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우리 역사책 기준으로 고대사다.

우즈벡 전통 환영식. 공항에 도착하면 우즈베키스탄 전통 복장을 한 여성들이 우즈벡 전통 빵을 들고 손님들을 맞이한다. ⓒ최희영

1937년 스탈린은 연해주에 살던 고려인들을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시켰다. 망명 작가 한진의 말마따나 한날한시에 승객이 되어버린 고려인들이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 몸을 싣고 한 달 만에 내린 곳이 우즈베키스탄 땅이었다. 그때부터 고려인들의 중앙아시아 정주가 시작됐다. 우즈베키스탄에만 현재 18만 명의 고려인이 살고 있다. ‘한국문화예술의 집’은 바로 고려인들의 청원으로 2016년 5월 착공해 개관식 준비까지 마친 상징적 공간이다.

우즈베키스탄에는 고려인들이 18만 명이나 살고 있다. 고려인들은 집단으로 모여살며 역사적 조국인 대한민국의 전통과 문화를 잊지 않기 위해 부채춤과 아리랑을 연습한다. ⓒ최희영

다른 한 곳은 사마르칸트에 있다. 수도 타슈켄트에서 300Km 떨어진 곳으로 아미르 티무르 제국의 수도였던 곳이다. 그곳에 아프라시얍박물관이 있다. 그리고 그 박물관 안에 1400년 이상 된 양국 간 인연의 상징물이 있다. 고구려 사신도다.

사마르칸트에 있는 아프라시얍박물관에서 발견된 벽화다. 벽화 속 맨 오른쪽 두 사람이 고구려 사신들이다. 7세기 때 벽화다. ⓒ최희영

고구려 사신도는 7세기 때의 벽화다. 심하게 훼손되었던 이 벽화를 복원해보니 ‘조우관(鳥羽冠)’을 쓰고 ‘환두대도(環頭大刀)’까지 찬 두 인물이 나타났다. 바로 고구려 사신들이었다. 그들은 그 시절 왜 사마르칸트까지 갔을까? 그 이유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양국 간 교류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그림이라 사마르칸트를 찾는 한국인 관광객들로부터 크게 환영받고 있다. 박물관에서는 한국어로 된 영상자료까지 준비해 놓고 있다.

사실 300Km면 서울에서 대구 가는 거리다. 짧지 않는 거리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짧은 여정 속에서도 사마르칸트까지 갈 거라 확신한다. 그 이유는 지난 2017년 11월 미르지요예프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약속했기 때문이다. 양국 대통령이 서울 용산의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아 그곳에도 전시돼 있는 고구려사신도 복제본을 보며 그렇게 약속했다.

굳이 한 곳을 더 짚는다면 아랄해다. 하지만 이건 가능성 0%다. 거리가 너무 멀다. 수도 타슈켄트에서 1200Km 떨어진 우즈베키스탄의 서부 오지다.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그곳을 여행했다.

2018년 11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우즈베키스탄엘 갔다. 아랄해 인근의 누쿠스에서 개최한 아랄해 환경 포럼 취재 때문이었다. ⓒ최희영

아랄해는 지구촌 환경재앙의 상징적 공간이다. 구소련의 치수(治水) 정책 실기로 60년도 안 돼 68,000㎢ 규모의 내해(內海)가 1/10로 줄어들었다. 그리곤 그 자리가 사막화 됐다. 멀리 파미르고원까지 날아가는 염분기 모래바람이 아랄해 일대를 환경재난 지역으로 만들며 많은 질병을 유발하는 실정이다.

사실 멀기는 해도, 그리고 오가는 길이 불편해도 문 대통령이 방문해 이 지역의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남북한과 고려인이 돕고자 한다는 메시지를 내놓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잠시 그런 생각에 잠겨봤다.

2018년 11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우즈베키스탄엘 갔다. 아랄해 인근의 누쿠스에서 개최한 아랄해 환경 포럼 취재 때문이었는데, 당시 주제가 ‘아랄해 지대 환경 상황 개선 문제에 대한 한국인과 고려인의 역할’이었다. 의미 있는 주제였다. 그 이유는 아랄해가 마르면서 이 지역 일대에서 농사 짓던 고려인들도 다시 터전을 잃고 또 다른 디아스포라의 길을 걷게 됐기 때문이다.

아랄해 옛 항구도시 무이낙. 2018년 '배들의 무덤'으로 불리는 무이낙을 두 번 여행했다. 뒷배경은 겨울 무이낙 풍경이다. ⓒ최희영

이제 새로운 매체를 통해 독자들과 다시 만나게 됐다. 향후 1년쯤 이 지면을 통해 우즈베키스탄의 여러 여행지를 소개하게 된다. 쓰고자 하는 목록을 미리 훑어보자면, 고려인과 아랄해와 우즈베키스탄의 자연과 역사와 문화일 것 같다. 특히 과일이 참 맛있다. 그리고 사람들이 정겹다. 그런 이야기들 속에 내가 중국에서 문화인류학을 공부하며 돌아다닌 대륙 여행 경험담과 중국 소수민족 중의 하나인 몽족의 발자취를 따라 2년쯤 여행했던 라오스 이야기와 이런저런 취재 일로 10여 차례 방문했던 평양 등 북녘 땅 여행기를 ‘파 송송 계란 탁’ 맛깔스레 버무리고자 하는데, 오늘 글이 첫 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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