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횡횡하는 하 수상한 시절, ‘맷집’ 기르려면 노하우 사야

‘그루밍(grooming)’이란 단어가 유행이다. 본뜻은 마부(groom, 馬夫)가 말을 빗질하고 목욕시켜 말끔하게 꾸민다는 데서 유래했다. ‘미러링(mirroring)’이란 단어도 인기다. 데이터 손실을 막기 위해 중복 저장한다는 전문 IT 용어다. 최근 성폭력, 혐오와 관련해 치환된 두 단어는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지배해 드러나지 않게 폭력을 가하는 일’, ‘당한 차별을 되돌려(모방) 가해자가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점을 각성하게 하는 일’로 요약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언론은 동종업자를 ‘까지’ 않는다. 권력화한 카르텔 집단에서 자칫했다가는 왕따가 되기 때문이다. 왕따가 되면 정보에서 뒤늦고, 공유도 되지 않는다. 결국 광고 경쟁에서도 밀리니 침묵한다. 기자가 아는, 침묵하지 않는 무모(?)한 독립 언론은 <뉴스타파>와 <고발뉴스>, <뉴스앤조이> 정도다. 최근에는 <셜록>이란 매체를 매우 흥미롭게 보고 있다. 권력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을 표방하는 제대로 된 대안 언론은 저들 취재처, 취재원마냥 가난하고 힘없다는 사실에 우리나라 언론 수준에 개탄할 수밖에. 한솥밥 먹는 기자로서 동종업자들이 가엽다.

지난해 이어 올해도 ‘가짜뉴스’가 언론계 아니 사회 전반에 걸쳐 최대 화두다.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저들끼리 생산하고 퍼뜨리는 뉴스에 대한민국 사회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 사실과 진실, 정의를 표방하면서 입맛대로 루머와 소스, 담합이란 삼합을 생산한다. 지난 4일, 제63회 신문의 날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도 이를 언론과 사회 구성원 간 ‘신뢰에 대한 도전’이라며 “공정하고 다양한 시각을 기초로 한 비판, 국민의 입장에서 제기하는 의제설정은 정부가 긴장을 늦추지 않고 국민만을 바라보게 하는 힘”으로 “언론의 사명을 잊지 않고 스스로 혁신한다면, 국민의 신뢰와 사랑 역시 변치 않고 지속될 것”이라고 하지 않았나.

특수한 산업 분야를 전담하는 정부 산하 준공기업, 한국마사회는 언론에 참 좋은 먹잇감이다. 한동안 잠잠하더니 지난해 말부터 한국마사회를 향한 ‘비난’이 고개를 다시 쳐들었다. 문제는 일부 ‘입찰 문제’라든지 내부 폭로 이후 데스킹을 거친 몇몇 기사들 외에는 깊이가 없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경마 비위, 일부 임직원 일탈에 대한 비판적 보도였다면 이번에는 생떼쓰기 비난이다. 사실은 나열하되 전후 논리도, 문맥도 없다. 흔드는 게 목적이다. 언론이 논리 흐름에 따라 문맥을 살리는 글쓰기를 잘할 것 같지만, 사실 언론이 가장 잘하는 일은 왜곡이다.

한 언론은 마사회가 사회 공헌 사업 하는 것 좋지만, 결국 매출 때문에 ‘화상경마장’을 포기하지 못하니 지탄받고 도박 문제가 계속된다고 훈계한다. 사실일까? 가관은 기사 말미에 마사회 ‘매출액’과 정부 ‘육성 지원’의 차이도 모르고 막 썼다는 점이다. 마사회 임직원들이 돈을 벌고 매출을 늘리려고 가족과 친구들은 뒷전하고 주말에 출근해서 욕먹으면서 그 일을 하고 싶어 할까? 일고 가치도 없다.

한국마사회가 하반기 사진 공모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과거 애마 사진전의 부활이다. 우리 말산업 홍보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관련 내용은 다음 칼럼에서 다루겠다. ⓒ말산업저널 자료 사진

또 다른 언론은 현 김낙순 회장의 입지가 크게 흔들린다고 운을 떼더니 부임 전인 2017년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 결과를 두고 그의 경영 능력에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낙하산’ 논란에 이어 전문성이 없다는 지적까지 재탕했지만, 사실 차관급인 한국마사회장은 국회나 정부 등 대외 활동을 유능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이 적임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진 것도 오래.

이 정도는 ‘애교’로 봐줄 만하다. 제삼자인 언론도 특수한 말산업 분야, 행정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건 마찬가지니까. 문제는 이런 류의 기사는 결국 ‘광고’가 목표라는 점이다. 왜 메이저만 주고 우리는 안 주느냐, 그간 집행하던 건 어찌 됐냐는 발로에서 시작한 기획 또는 단발이다. 생채기는 남지만, 그래도 풀 수 있는 오해다.

오늘날 ‘메이저’ 언론이라 할 때 질보다 양으로 평가받는 듯하다. 좋은 품질의 기사, 가짜뉴스 없고 발전하라고 쓴소리하며 소통할 수 있는 기사는 사실 메이저가 낼 수 없다. 더군다나 메이저는 전문 산업 영역에 몰이해할뿐더러 무관심하다. 말산업 주요 협회, 유관 기관, 단체 등등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메이저 입장에서는 마사회도 여러 취재처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비판, 비난이 아니라 홍보를 위해 보도자료를 그대로 베껴 쓰는, 나름 선의(?)에서 하는 언론 보도 행태도 마사회 더 나아가 말산업 이미지 개선이 아니라 악화할 뿐이라는 점을 각인해야 한다. 정부 산하 기관 중 마사회만큼 많은 보도자료를 내는 곳도 드물다. 일종의 ‘호도’로 비칠 수 있는 이 관행을 마사회부터 스스로 바꿀 노력을 해야 한다. 팁을 제안하자면, 사진 보도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괜찮을 성싶다(한국마사회가 하반기에 사진 공모전을 부활한다. 다음 칼럼에서 다루겠다).

다행인 건 최근 언론 관행 타파에 한국마사회도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는 점. 전략적 홍보를 하고자 세계적인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기업 계열사의 국내 지사와 용역 계약도 체결할 예정이다.

말산업 육성 전담 기관, 한국마사회가 우리 말산업을 대표해 과거 관행을 깨려면, 언론 그루밍에서 벗어나고, 미러링 유혹을 극복해야 한다. 이는 우리 말산업의 인식 개선이라는, 최대 숙원과 연결된 중요한 과제다. 여기에는 마사회뿐 아니라 말산업 협회, 기관, 단체, 종사자는 물론 전문 언론도 함께 힘을 실어야 한다. 상생하려면 전문 언론이 우선이다. 전문 언론이 제 기능을 못(안)할 때는 이유가 있다. 그저 광고 달라는 게 아니다. 아이디어를 차용했으면, 인재를 스카우트하고 싶으면 최소한 보리굴비 값은 내라는 얘기다. 정부 기관을 향한 건전한 비판과 견제 그리고 홍보는 언론 의무이자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라고, 이제는 솔직히 말하고 싶다.

말산업저널 이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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