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조자룡···정기룡 장군 기리는 대회
인명 붙은 승마대회는 국내에서 유이
기병 활용한 명장···용마 얽힌 설화도 전해져

[말산업저널] 황인성 기자= 말산업특구 경북 상주에서 ‘제8회 정기룡 장군배 승마대회’가 개최되고 있다.

5월 3일부터 6일까지는 장애물 경기가 진행됐으며, 오는 10일부터 12일까지는 마장마술 경기가, 18일부터 20일까지는 생활체육경기가 열린다.

국내에서 열리는 승마대회 중 대회 명칭에 인명이 붙은 것은 매년 육군사관학교에서 열리는 ‘이용문 장군배’와 함께 유이하다. 그만큼 말(馬)과 인연이 깊은 인물로 매년 말산업특구인 상주에서는 이를 기리는 ‘정기룡 장군배 승마대회’가 개최되고 있다.

정기룡 장군은 조선 시대 인물로 임진왜란 때 크게 활약한 장수이다. ‘육지의 이순신’이라고 불릴 만큼 용맹하고 뛰어났으며, 지략 또한 갖췄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역사적 측면에서는 크게 부각되지 못했다.

정기룡 장군과 말(馬)이 얽힌 일화들은 그가 활동한 상주지역을 중심으로 구전돼 내려오고 있다. 상주의 대표적인 명소인 경천대는 정기룡 장군과 용마가 뛰놀던 장소라고 전해진다.

경천대는 수려한 경관뿐만 아니라 임진왜란 때의 명장 정기룡 장군이 젊었을 때 이곳에서 용마와 더불어 수련을 쌓았다는 이야기로도 유명하다. ⓒ말산업저널
경천대는 수려한 경관뿐만 아니라 임진왜란 때의 명장 정기룡 장군이 젊었을 때 이곳에서 용마와 더불어 수련을 쌓았다는 이야기로도 유명하다. ⓒ말산업저널

 

정기룡 장군이 하늘로부터 내려온 용마를 얻고, 더불어 수련을 쌓았다는 곳으로 알려졌으며, 관련 설화가 다양한 버전으로 전해진다.

가장 잘 알려진 설화는 다음과 같다.

경천대 용소에서 번개 같은 말이 나와 백사장에서 뛰어놀다가 다시 용소로 들어간다는 소문이 퍼졌다. 사람들은 말에 날개가 달렸다거나 하늘을 날았다고 하며 용마나 천마, 또는 비마(飛馬)라고 하였다. 정장군은 소문을 듣고 경천대에 가서 용소에서 뛰어나오는 말을 확인했다. 생김새가 준수하고 빠르기가 번개 같았다. 말을 잡아타고 나라를 위해 큰 뜻을 펼치려고 했으나, 인기척만 나면 말이 번개 같이 물속으로 들어가 버려서 방법이 없었다.

묘책으로 사람 크기의 허수아비를 백사장에 세워두고 말이 허수아비와 친해질 때까지 기다렸다. 말이 허수아비를 경계하다가 점차 익숙해지자 마침내 가까이 접근하여 몸을 문지르기도 하였다. 정장군은 허수아비 속에 숨어 있다가 말이 가까이 오자 갈기를 잡고 재빠르게 말등에 올라탔다. 놀란 말은 마구 날뛰기 시작하였다. 정장군이 내가 네 주인인데 어디로 가려느나?” 하고 호통을 치니 주인을 만난 듯이 순해졌다. “너는 하늘에서 내게로 왔구나!”하고 말하니 용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채찍을 가하니 말이 쏜살처럼 백사장을 돌자, 사람들이 지켜보고 감탄했다.

예부터 성인이 나면 기린이 나고 장군이 나면 천마가 난다는 설이 있는데, 정장군을 위해 하늘에서 용마를 보냈다. 정장군은 용마를 타고 임란 7년 동안 종횡무진하며 전공을 세웠다.

사벌지, 상주문화원, 1999, 318319, ‘정기룡과 용마

 

경천대 입구에는 유래비와 함께 ‘용마를 탄 정기룡 장군’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장군상 옆에는 직접 타고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용마 동상을 따로 제작해놓고 관람객을 맞고 있다.

또한, 정기룡 장군은 기병을 가장 잘 활용한 장군으로 알려진다. 왜란 개전 초 막강한 적군에 대응해 기병을 적절히 활용해 많은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기병을 앞세워 기습 돌격전을 펼친 후 적진을 교란, 매복한 보병과 합세하는 전술이었다.

실제로 1592년 4월 23일 거창 신창전투에 자원해 나선 정기룡 장군은 10기(騎)의 기병을 이끌고 구로다 나가마사(黑田長政)의 선봉대 속으로 돌입해 100여 명을 참살 격퇴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왜군은 패퇴하고 조선군의 사기는 하늘을 찔렀다.

정기룡의 행적을 기록한 ‘매헌실기(梅軒實記)’에 따르면 신창 전투는 임진왜란 발발 후 조선군이 거둔 첫 승첩으로 기록돼 있다.

또한, 정기룡 장군이 ‘조선의 조자룡’이라고 불리게 된 이야기도 실려 있다. 금산전투에서는 상관인 조경을 필기단마로 구출한 모습이 마치 삼국지의 조자룡이 유비의 아들 유선을 구하는 모습과 흡사하다고 알려져 얻게 된 별명이라고 한다. 그러나 실제 공식 기록과는 시기가 다소 일치하지 않는다.

구전으로 내려오는 설화와 주관적인 기록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야 없는 일이다. 하지만, 말은 과거 중요한 전쟁 물자이자 이동수단이었기에 무관을 꿈꾸던 정기룡 장군에게도 중요한 한 부분을 차지했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기에 말과 정기룡 장군의 인연은 가볍지 않다.

경북 상주는 말과의 인연이 깊은 장소이다. 조선 시대에는 말의 신에게 올리는 제례의식인 ‘마당제(馬堂祭)’가 거행됐다. 작년 10월 20일 열린 마당제 봉행행사에서 제를 올리는 황천모 상주시장의 모습(사진 제공= 상주시청).
경북 상주는 말과의 인연이 깊은 장소이다. 조선 시대에는 말의 신에게 올리는 제례의식인 ‘마당제(馬堂祭)’가 거행됐다. 작년 10월 20일 열린 마당제 봉행행사에서 제를 올리는 황천모 상주시장의 모습(사진 제공= 상주시청).

 

한편, 국내 주요 승마대회가 열리는 등 승마의 메카로 불리는 경북 상주는 말과 관련한 역사적 뿌리가 깊은 곳이다. 정기룡 장군의 일화 이외에도 과거 신라 화랑들의 터전이었으며, 말을 관리하는 고마청 등이 있었던 곳이다.

아울러, 조선 시대에는 말의 사위에게 올리는 제례의식인 ‘마당제(馬堂祭)’가 거행되던 장소이기도 하다. ‘마당제’는 예법서인 ‘국조오례의’에 따라 임금이 주관하던 큰 제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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