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짐을 진 처녀 총각들이 한데 어울려 앞서거니 뒤서거니 비탈길을 내려오고 있었다. 이들은 지리까지 화물차로 실려온 각종 공산품들을 솔루쿰부의 여러 산간 마을로 운반하는 중이었다. 이들이 주막집 밖에 세워둔 지게에는 엄청난 양의 물건들이 쟁여져 있었다. 비스킷, 사탕, 라면, 콜라, 사이다, 국수, 라이터, 식용유, 소금 등등인데 맥주와 위스키도 있었다.

길가의 샘에서 땀에 전 수건을 빨았다. 도꼬(망태기)를 짊어진 소년들이 지나갔다. 숲 속으로 땔감이나 가축들의 먹이를 구하러 가는 소년들이었다.

 

절쿠 셀파 호텔을 나선 시각은 7. 전 같으면 아침을 든든히 먹고 출발했겠지만 차만 마셨다. 먹으면 몸이 무거워 질 것이기에 식전 산책삼아 걷다가 도중에 먹기로 한 것이다. 금방 갈림길이 나왔다. 곧장 이어지는 길은 봄에 걸었던 푸싱가 - 킹쿠르딩 곰파를 거쳐 오컬 둥가 지방으로 가는 지름길이고, 왼쪽 비탈로 올라서는 윗길은 보우다 고리 - 마일리를 거쳐 피케로 가는 길이었다. 우리는 윗길로 올랐다.

 

윗길은 아랫길보다 공기도 신선하고 전망도 좋았다. 날이 청명하여 설산도 잘 보였다. 어제 아침 우리가 있었던 데우라리 능선 위에는 하현달이 선명했다. 길가의 샘에서 땀에 전 수건을 빨았다. 도꼬(망태기)를 짊어진 소년들이 지나갔다. 숲 속으로 땔감이나 가축들의 먹이를 구하러 가는 소년들이었다.

 

830 분경에 보우다 고리에 도착했다. 전 날은 힘들게 걸었는데, 이 날은 힘든지 모르고 걸었다. 어제부터 감기가 심해진 앙 다와는 몹시 힘들어 했다. 경사가 완만한 산중턱에 자리 잡은 이 마을에는 제법 큼직한 학교도 있고 학교 뒷마당에는 오래된 불탑이 서 있었다.

 

규모는 작을지언정 카트만두의 보우다나트에 있는 탑처럼 동서남북 사방을 향한 탑신의 네 면에 각각 지혜의 눈이 그려진 탑이었다. 앙 다와는 이렇게 생긴 탑들은 모두 '보우다'라고 부른다고 알려 줬다. 

 

보우다 마을에서 본 서남쪽 풍경. 산골도 가을이라 추수가 한창이다.   

 

보우다 마을에서 보우다 탑과 서북쪽 능선을 바라본 풍경. 공제선의 잘룩한 곳이 데우라리이다. 

 

우리가 라라 누들(네팔 라면의 일종)을 먹은 주막집에서는 한 떼의 남녀 젊은이들이 달밧떨커리를 먹고 있었다. 그 중 두 처녀는 어디서 봤다 싶어 찬찬히 보니 어제 출렁다리를 건너기 전의 샘가에서 머리를 감던 처녀들이었다.이들 처녀들도 지리까지 화물차로 실려온 각종 공산품들을 솔루쿰부의 여러 산간 마을로 운반하는 중이었다. 

 

이들이 주막집 밖에 세워둔 지게에는 엄청난 양의 물건들이 쟁여져 있었다. 비스킷, 사탕, 라면, 콜라, 사이다, 국수, 라이터, 식용유, 소금 등등인데 맥주와 위스키도 있었다. 개인 소지품인 거울과 빗도 꽂아 놓았으며 FM 방송의 음악을 듣기 위한 트랜지스터라디오도 매달아 놓았다. 앙 다와에 의하면 이들의 짐 무게는 50-60 킬로그램 정도라고 했다. 이들은 그렇게 무거운 짐을 지고도 우리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걸었다.

 

사진 오른쪽 소년은 오른손 근처에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매달아 놨다. 머리 쪽에는 동그란 거울도 꽂혀있다. 

 

보우다 고리에서 두 시간을 더 걸어서 마일리 도반에 도착하기까지 두 어 번 그들과 섞였다. 섞일 때마다 두 처녀의 모습을 사진에 담아보고자 했으나 미안해서 사진 찍어도 되겠냐는 말조차 꺼내기가 뭣했다.

 

마일리 도반은 산에서 내려오는 두 줄기의 시냇물이 모이는 지점 위에 터 잡고 있었다. 우리말로는 두물머리 혹은 아우라지에 해당하는 말이 도반이다. 마일리 도반에 있는 외딴 집은 주막집을 겸했다. 마나님은 어디 출타 중인지 선량해 보이는 사내와 세 자녀가 우리를 맞았다.

 

이 집은 좌우로 흐르는 시냇물 소리가 아주 크게 들리지만 마당 구석구석에는 고요가 깃들어 있었다. 햇살을 가득 받은 노란 유채꽃, 파릇한 푸성귀들, 그리고 잿빛 고양이 ……. 우리가 이 주막집에 밥을 시켜 놓고 멍석에 주저앉아 신과 양말을 벗고 쉬고 있을 때 처녀 총각 짐꾼들이 주막집 앞마당에 도착했다. 그들은 짐을 내려놓고 창(막걸리)을 청해 마셨다. 처녀들도 한 사발 씩 벌컥벌컥 마셨다. <계속> 

 

오늘 타작을 했나보다. 타작 마당 멍석에 곡물이 수북하다. 보우다 마을에서 마일리 도반으로 가는 사이의 농가. 

 

처녀 총각들이 지리로부터 솔루쿰부의 산간으로 여러 가지 상품들을 등짐으로 운반하는 중이다

 

마일리 도반은 산에서 내려오는 두 줄기의 시냇물이 모이는 지점 위에 터 잡고 있었다. 우리말로는 두물머리 혹은 아우라지에 해당하는 말이 도반이다
마일리 도반의 주막집 식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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