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케 기행 38 ] 변화무쌍한 구름
[ 피케 기행 38 ] 변화무쌍한 구름
  • 김홍성 시인
    김홍성 시인 ktmwind@naver.com
  • 승인 2019.05.24 07: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피케 마네의 옛 치즈 공장에 돌아오니 잠시 구름이 걷히는 듯했다. 그래서 일찍 내려와 버린 것을 후회했다. 피케 정상에서 네팔 히말라야를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즉 동쪽의 칸첸중가에서 서쪽의 다울라기리 산군까지 파노라마로 조망해 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피케 봉우리에 머무는 10 분 동안 룸불 히말은 이 순간만 이런 모습을 보여주었다. ⓒ김홍성  

 

치즈 공장에서 나울 마을로 조금 내려가다 만난 고사목 지대. 오래 전 큰 화재가 원인이었다고 한다. ⓒ김홍성 

 

피케 마네의 옛 치즈 공장에 돌아오니 잠시 구름이 걷히는 듯했다. 그래서 일찍 내려와 버린 것을 후회했다. 피케 정상에서 네팔 히말라야를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즉 동쪽의 칸첸중가에서 서쪽의 다울라기리 산군까지 파노라마로 조망해보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아무리 춥고 바람이 심하게 불고 기침이 심했어도 좀 더 기다렸어야 마땅했다는 자책마저 들었다. 그러나 후회는 잠시에 그쳤다. 다시 검은 구름이 사방에서 모여 들어 앞을 분간하기조차 어려웠다.

 

김 선생은 변함없이 서 있는 설산보다도 설산을 감싸고도는 변화무쌍한 구름의 조화가 더 신비스럽다고 했다. 우리는 치즈 공장의 발코니에 서서 시시각각 변하는 구름의 움직임을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실내로 들어갔다.

 

실내에서 뜨거운 차를 마시고, 라면을 끓여 먹고, 다시 감자를 삶았다. 감자는 하산하는 세 소년, 그러니까 앙 다와 씨의 조카 남매와 킹쿠르딩 곰파의 승려 나왕 딱바 라마의 길양식으로 삶는 것이었다. 남매에게는 따로 용돈을 좀 줄까 싶기도 했지만 너무 일찍 돈맛을 알게 되면 사는 게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참았다. 

 

결국 우리의 비상식량인 초콜릿과 사탕을 나누어 주고 말았다. 앙 다와가 요구한 남매의 일당은 전날 불부레를 출발할 때 남매의 어머니인 밍마 셀파에게 미리 지불했다. 두 아이의 일당을 어른 한 사람 몫으로 쳐서 이틀 치인 1천 루피(15천 원)였다.

 

늘 그렇지만, 내 양심은 고무줄 양심이다. 더 줘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더 주지 못하는 때가 많았다. 누군가 내게 산중의 인건비를 턱 없이 올려놓았다고 비난했던 일이 떠오르거나, 마침 잔돈이 없을 때 특히 그랬다. 

 

건물 안쪽부터 지미 셰르파, 앙 다와 셰르파, 필자, 나왕 린지 라마. ⓒ김희수 

 

나울 마을로 내려 가는 길. ⓒ김희수 

 

나울(3550미터)로 가는 길은 고사목 지대 사이로 나 있었다. 10 년 쯤 전에 큰 산불이 난 흔적이라는데, 산불 피해 면적이 최소한 10만 평은 될 것 같았다ⓒ김희수 

 

불에 타서 고사목이 된 나무들 사이로 이어지는 길. 이런 길이 나울 마을 초입의 숲까지 이어져 있었다. @김희수 

 

나울 마을 초입의 숲. 산불이 나서 고사목 지대가 된 지역도 원래는 이런 숲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김희수 

 

피케 마네에 혼자 남았던 소년 승려 나왕 린지 라마도 몇 시간 후에 나울 마을에서 만났다. 나왕은 어머니(어제 내려간 늙수그레한 사내의 딸)가 나왕의 여동생을 낳고 앓다가 사망하는 바람에 여동생과 함께 외할아버지 슬하에서 자랐다고 했다.

 

나왕은 중국제 가스라이터를 가지고 있었는데, 거기엔 LED 전구와 배터리가 내장되어 있어서 손전등을 겸했다. 그런데 이 손전등 빛을 흰 벽에 대고 켜서 빛의 길이를 조절하면 흰 벽에 어떤 영상이 떠올랐다.

 

나왕 린지 라마는 나에게 달라이 라마를 아느냐고 묻고, 그 영상이 바로 달라이 라마라며 킥킥댔다. 자세히 보니 그 영상은 젖을 드러낸 반라의 여인이었다. 말이 통하면 잘 타일러 줄 수도 있었겠지만 말이 통하지 않는지라 무시하고 말았다. 나왕 린지 라마도 멋 적은 듯 히히히 웃고는 전등을 껐다.

 

나울(3550미터)로 가는 길은 고사목 지대 사이로 나 있었다. 10 년 쯤 전에 큰 산불이 난 흔적이라는데, 산불 피해 면적이 최소한 10만 평은 될 것 같았다. 고사목 지대를 빠져 나오자 치즈 공장이 나왔다. 나왕 린지 라마의 외할아버지는 이 치즈 공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이곳의 치즈는 나크(Nak, 야크Yak의 암컷) 치즈라는데, 치즈 옆면에 PIKE라고 찍어서 카트만두의 라인차올(빌라에베레스트 근처)의 위탁판매소로 납품한다고 했다. 가격은 1킬로그램에 375 루피(약 5달러). 공장에서나 판매소에서나 소매가격은 같다고 했다.<계속> 

숲 사이로 보이는 능선 위의 마을이 나울(Ngaur 해발 3,350 미터)이다. ⓒ김홍성  

 

나울 마을 치즈 공장을 방문한 앙 다와 씨. ⓒ김홍성  

 

나왕 린지 라마의 할아버지는 이 치즈 공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이곳의 치즈는 나크(야크의 암컷) 치즈라는데, 치즈 옆면에 PIKE라고 찍어서 카트만두의 라인차올(빌라에베레스트 근처)의 위탁판매소로 납품한다고 했다. ⓒ김홍성 

 

말산업저널, HORSEBIZ

여러분의 후원이 좋은 컨텐츠와 정의로운 사회를 만듭니다.
  • 1,000
    후원하기
  • 2,000
    후원하기
  • 5,000
    후원하기
  • 10,000
    후원하기



  •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시민대로 383 디지털엠파이어 B동 808호 (우)14057
  • 대표전화 : 031-8086-7999
  • 팩스 : 031-8086-7998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옥현
  • 법인명 : (주)미디어피아
  • 제호 : 말산업저널
  • 등록번호 : 경기 아 50381
  • 등록일 : 2012-03-23
  • 발행일 : 2019-02-08
  • 발행/편집인 : 김문영
  • 말산업저널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9 말산업저널.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horsebiz.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