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아름드리 전나무들이 빽빽하게 우거진 숲 사이로 이어지더니 전망 좋은 고원 지대로 들어섰다. 나울 마을과 제세 반장이 내려다보이는 이 고원지대에서는 가오리상칼과 룸불 히말이 잘 보였다.

고원지대에서 본 룸불 히말. ⓒ김홍성 

 

가우리상칼 히말과 여객기. 여객기는 루클라에 승객을 내려놓고 카트만두로 날아가고 있다.  ⓒ김홍성 

 

 

우리가 묵었던 나울 마을 전경. ⓒ김홍성 

 

화덕 앞에서 샥빠를 먹다가 눈을 들면 부엌문 밖으로 햇살에 빛나는 설산이 보였다.
화덕 앞에서 샥빠를 먹다가 눈을 들면 부엌문 밖으로 햇살에 빛나는 설산 룸불 히말이 보였다.ⓒ김희수 

 

나울의 새벽도 피케 마네 못지않게 추웠다. 날이 밝기 전에는 바람이 세차게 불더니 날이 밝으면서 구름이 흩어지고 햇살이 났다. 설산 가우리상칼의 뾰족한 봉우리 끝이 나타나고, 룸불 히말도 그 위용을 드러냈다. 산책 삼아 나울 마을의 능선 길을 거닐며 사진을 찍었다.

아침 식사는 샥빠(셀파 스튜, 수제비 비슷한 음식)였다. 화덕 앞에서 샥빠를 먹다가 눈을 들면 부엌문 밖으로 햇살에 빛나는 설산이 보였다. 날이 개는 걸 보니 다시 피케 정상에 올라가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몸이 무겁고 기침이 심해서 포기하기로 했다.

앙 다와 씨에 의하면 지난번 순례단이 피케 정상에 갔을 때도 날씨가 안 좋아서 고생했다. 그런데 나울을 떠나 하산하면서는 고생이 더욱 심했다. 그들은 이곳 나울에서 아침 7시 경에 하산을 시작했는데 여성들은 밤 10시 경에야 손전등을 켜든 셀파들의 부축을 받으며 남켈리에 도착할 수 있었다.

고리 능선에서 남켈리로 내려가는 경사가 너무 급했던 것이다. 경사가 심한 길을 내려오느라 다리가 풀려버린 그들은 다음날 차울라카르카를 거쳐 지리로 가서 도보 여행을 마무리하는 이틀 동안 셰르파들의 부축을 받아야 했다고 앙 다와 씨는 말했다. 

앙 다와 씨 등 현지 셰르파들에 의하면 나울 - 남켈리 구간의 하산은 일반적인 투어리스트들의 경우 8 시간이면 충분하다고 했다. 내가 직접 가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그 날 남켈리까지 가지 않고 고리쯤에서 하루 더 쉬는 일정이었다면 그토록 힘든 산행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훗날 카트만두에서 앙 도로지 씨를 만났을 때 다음 여행자들의 일정은 이 구간에서 하루를 더 잡도록 조언했다.

차울라카르카에서 남켈리와 고리를 거쳐 나울을 잇는 비탈길은 지리부터 걸어서 쿰부로 가고자 하는 순례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색다른 길이기도 하다. 지리에서 쿰부를 잇는 일반적인 길은 차울라카르카를 통과하여 긴자, 세테, 고얌을 거쳐 람주라라(3,530 미터)를 넘어 준베시로 가게 되는데, 차울라카르카에서 남켈리 - 고리로 오르면 나울에서 피케에 올랐다가 제세 반장, 탁톡을 거쳐 준베시로 갈 수 있다. 일반적인 길은 투어리스트들을 위한 그럴싸한 롯지가 있어 숙식이 편하지만 '색다른 길'은 숙식에 불편이 따른다. 또한 일정도 이틀 정도 더 잡아야 할 것이다.

 

가우리상칼 히말. ⓒ김홍성 

 

오른쪽 설산이 룸불 히말의 왼쪽 귀퉁이.ⓒ김홍성

 

숲 사이로 보이는 하늘.ⓒ김홍성 

 

울창한 숲을 빠져나오자 나타난 고원지대. ⓒ김홍성

 

사진 정면 중앙 상단에 보이는 작은 설봉이 가우리상칼. ⓒ김홍성 

 

우리는 탁톡을 이 날의 목표로 삼아 나울을 떠났다. 길은 아름드리 전나무들이 빽빽하게 우거진 숲 사이로 이어지더니 전망 좋은 고원 지대로 들어섰다. 나울 마을과 제세 반장이 내려다보이는 이 고원지대에서는 가오리상칼과 룸불 히말이 잘 보였다. 이때까지 우리의 목표는 이 날 탁톡에 도착하는 것이었다. 저지대로부터 구름이 조금씩 올라오기는 했지만 날씨가 아주 나쁠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고원지대에서 쉬는 동안, 설산을 배경으로 한 푸른 창공에는 람주라라를 넘어 루클라로 향하는 국내선 비행기들이 부지런히 오가고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제세반장으로 내려서는 동안 심상치 않은 구름이 빠른 속도로 모여들었다. <계속>

 

모여드는 구름 속에 보이는 설산 가오리상칼.ⓒ김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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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세반장. 맞은편 산으로 오르는 길이 탁톡으로 이어진다. 구름이 몰려들고 있어서 우리는 오른쪽으로 내려가는 길을 택했다. ⓒ김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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