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식환경에 따라···핫블러드·웜블러드·콜드블러드 분류
크기에 따라···중종마·경종마·조랑말
200여 개 넘는 말 품종 존재해
국내 토착마는 천연기념물 ‘제주마’

[말산업저널] 황인성 기자= 국제동물단체 페타(PETA)가 공개한 경주퇴역마 학대 영상이 각종 언론을 통해 보도되며 말(馬) 복지와 더불어 말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불과 100여 년 전만 하더라도 길가에서 쉽사리 볼 수 있었던 말이었지만, 요즘에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동물은 아니다. 말을 보기 위해서는 교외에 위치한 승마시설을 찾거나 경마공원을 방문해야 한다. 아니면 바다 건너 말의 고장 제주도를 가야만 한다.

이런 변화 속에 정부는 2011년 말산업육성법 제정을 통해 국내 말산업의 육성과 발전을 기약했다. 국민 삶의 질 개선과 함께 고부가 가치 산업인 말산업을 통해 농촌경제 활성화를 이루겠다는 목적에서이다.

하지만, 몇 년 전 대한민국을 뒤흔든 ‘최순실 국정농단’과 일련의 사건 등으로 인해 말산업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만은 않은 실정이다. 얼마 전까지도 일반 국민에게 ‘말(馬)’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무엇인지를 물으면 ‘정유라’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게다가 최근 공개된 말 학대 영상으로 인해 말산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미성숙한 국내 말 문화와 부족한 말 복지 실태가 부끄러운 건 사실이지만, 꿋꿋하게 말산업을 이끌고 발전시켜온 말산업계 종사자들도 함께 싸잡아 욕을 먹게 된다는 사실은 더욱 안타깝다.

위기가 기회라는 이야기처럼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민들이 말에 대해 바로 알고,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말과 국내 말산업을 소개하는 기획을 준비했다.

1부 - 인간에게 유용한 동물, 말

2부 – 말은 어떻게 나뉘나요?

3부 – 말의 이미지

4부 – 한국 말산업이 가야 하는 길

서식환경에 따라 분류···핫블러드·웜블러드·콜드블러드

날렵한 핫블러드, 빠른 스피드 경주마·승용마로 주로 쓰여

기본적으로 말은 서식환경이나 형태학적에 따라 분류한다.

말의 조상이 어떠한 환경에서 생활하며 진화했는가에 따라 말의 외모와 성격에 많은 차이점을 보인다. 크게 동양종(열혈종, hot blood)과 서양종(냉혈종, cold blood), 정온종(온혈종, warm blood) 등으로 구분된다. 이는 말 체내에 흐르는 혈액의 온도를 의미한다고 오해할 수 있으나, 서식환경 기후에서 비롯된 말의 외모와 성격에 따른 임의적인 분류일 뿐이다.

일명 ‘핫블러드’로 불리는 동양종은 아랍 등 초원지대에서 풍부한 영양을 섭취하고 고온의 기후에 진화돼 왔다. 체내 열을 쉽게 외부로 내보내기 위해 얇은 피부를 지녔고, 털이 짧다.

체고는 대략 150cm 전후로 목과 다리는 길고 체형이 날씬하며, 스피드가 빨라 경주용 또는 승용으로 활용된다. 아랍말, 앵글로 아랍, 바브, 서러브레드 등이 이에 해당한다.

반면, ‘콜드블러드’ 서양종은 북유럽의 춥고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온 말이다. 체온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피부가 두껍고 털이 거칠다. 지방질이 많으며, 체구에 비해 목과 다리가 짧은 편이다. 발굽은 크고 넓으며 동작이 느리고 둔하다.

대개 농경용 또는 노역용, 마차용으로 많이 활용되며, 힘이 좋다. 성격은 침착하고 차분한 편이라 잘 놀라지 않아 덩치가 작은 콜드블러드 품종들은 유소년 승마에 많이 활용된다.

페르슈롱, 샤이어 같은 덩치 큰 중종마들이 대부분 이에 해당하며, 천연기념물인 제주마 등 다양한 조랑말 품종들이 콜드블러드로 분류된다.

핫블러드와 콜드블러드를 교배해서 만든 교잡종인인 정온종 ‘웜블러드’가 있다. 체격이 적당히 크고 온화한 성격을 가져 유럽 승마 종목인 마장마술과 장애물 경기에 많이 활용된다. 벨기에의 웜블러드, 하노베리안, 홀스테이너, 올덴부르크, 쿼터호스 등이 이에 해당한다.

▲투르크메니스탄이 원산지인 아할-테케. 일명 한혈마로 불리며, 피땀을 흘리 정도로 빠르게 달리는 말로 평가된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명마 적토마가 이 품종의 말이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이 있다(사진 출처= 한국마사회 말 혈통정보).
투르크메니스탄이 원산지인 아할-테케. 일명 한혈마로 불리며, 피땀을 흘리 정도로 빠르게 달리는 말로 평가된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명마 적토마가 이 품종의 말이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이 있다(사진 출처= 한국마사회 말 혈통정보).

 

말 체격·체중 따라···중종마·경종마·조랑말 구분

가장 큰 말은 영국산 샤이어

최단신마, 아르헨티나산 팔라벨라

말은 체격과 체중 등에 따라 경종마, 중간종마, 중종마, 조랑말 등으로 나뉜다. 쉽게 말해 큰말, 중간말, 작은말 정도로 분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체격이 가장 크고 우람한 외모의 말은 중종마로 체중이 700kg 이상 나간다. 대다수가 북유럽이 원산지인 말들로 클라이즈데일, 페르슈롱, 샤이어 등 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말은 영국산 말인 샤이어(Shire)로 어깨 높이가 1.7m 이상, 몸무게는 910kg를 넘는다. 큰 개체 중에는 높이 2m에 몸무게가 1.2톤이 넘는 경우도 있다.

중간종마는 체중 600~700kg 정도의 말을 말한다. 앵글로노르만, 트룻터, 팔로미노 등이 해당한다.

경종마는 체구 폭이 좁아 날렵하게 생긴 말들이다. 체중은 400~500kg 정도로 아시아와 유럽, 아메리카 등 온대지방에서 주로 서식했던 말이다. 가장 많은 품종이 있으며, 역사적으로 기병대용 말로 주로 쓰였다. 경주마로 잘 알려진 서러브레드와 아랍말, 앵글로아랍, 스탠더드브레드 등이 이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몸집이 왜소한 조랑말로 나뉜다. 체중은 200~400kg 정도로 체고는 148cm 이하이다. 북유럽과 몽골 등지에서 주로 서식했던 말로 몽골인들과 함께 세계 정복에 나섰던 말이 이 말이다. 국내에서는 천연기념물인 제주마를 비롯해 셔틀랜드 포니, 팔라벨라, 하프링거, 몽고마 등이 이에 해당한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말은 조랑말일텐데 아르헨티나산 팔라벨라(Falabella)가 주인공이다. 성체의 평균 어깨 높이가 60~70cm 수준으로 서러브레드와 포니를 교배해 개량한 품종이다.

말 가운데 최장신은 영국산 말 샤이어(Shire)로 보통 어깨 높이가 1.7m 이상, 몸무게는 910kg를 넘는다. 최단신 말은 아르헨티나산 팔라벨라(Falabella)이다. 성체의 평균 어깨 높이가 60~70cm 수준밖에 안 된다. 샤이어(위)와 팔레벨라(아래)의 모습.
말 가운데 최장신은 영국산 말 샤이어(Shire)로 보통 어깨 높이가 1.7m 이상, 몸무게는 910kg를 넘는다. 최단신 말은 아르헨티나산 팔라벨라(Falabella)이다. 성체의 평균 어깨 높이가 60~70cm 수준밖에 안 된다. 샤이어(위)와 팔레벨라(아래)의 모습.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말을 품종별로 구분할 수도 있다. 품종은 같은 종류의 생물을 고유한 특징에 따라 나눈 것을 의미하며, 오늘날 품종을 정의하는 방식은 품종 협회, 등록기관, 혈통서에 따라 다르다. 이전에는 단순히 한 지역에 모여 사는 말의 군집을 가리키는 의미였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인정되는 말과 조랑말의 품종은 200개를 약간 넘는다.

세계적인 경주마, 서러브레드

대부분의 경주용 말은 서러브레드 품종이다. 사람을 태운 상태에서 분당 50~70km/h의 속도로 달릴 수 있으며, 경주마로서 개량된 품종이다. 경마종주국인 영국은 17세기 경주 능력이 우수한 말을 개량 발굴하기 위해 영국 재래 암말과 아랍 수말을 교배해 서러브레드 품종을 만들어냈으며, 300여 년간 경주 능력이 우수한 말끼리 교배·번식해 오늘날까지 이르고 있다.

경주마의 대명사인 서러브레드(사진 제공= 한국마사회).
경주마의 대명사인 서러브레드(사진 제공= 한국마사회).

 

당시 아랍종과 바브종의 수말을 수십 두를 교배·번식했으나 경주 속도가 느린 말은 자연 도태되고 현재의 서러브레드는 ‘바이얼리 터크(Byerley Turk, 1680년 터키산)’, ‘달리 아라비안(Darley Arabian, 1700년 아라비아산)’, ‘고돌핀 아라비안(Godolphin Arabian, 1724년 북아프리카산)’ 등 3대 시조의 후예이다.

최고(最古)의 말, 아랍

아라비아 반도가 원산지인 아랍 품종은 현대 말 중 가장 기원이 오래된 말이다. 유럽럽과 아시아의 야생마를 중동 유목민인 배두인족이 순치·번식한 것으로 다른 품종보다 약 천 년이나 앞서 혈통이 정립됐다.

무함마드가 전리품으로 막대한 양의 페르시아 말을 아라비아로 들여와 종교 전파 및 영역 확장을 위한 목적으로 본격적인 말 생산을 했으며, 십자군 전쟁과 무어족의 유럽 침략 등을 통해 유럽에 전파돼 다양한 품종으로 개량됐다. 현대에 활약하는 많은 말 품종의 모체이다.

아메리칸 쿼터호스는 서부식 승마에 쓰이는 주요 품종의 말로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두수의 말 품종이다(사진 출처= 카우보이 라이프넷).
아메리칸 쿼터호스는 서부식 승마에 쓰이는 주요 품종의 말로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두수의 말 품종이다(사진 출처= 카우보이 라이프넷).

 

서부식 승마, 아메리칸 쿼터호스

미국 서부지역 목장 감시용 말로 사용됐고, 단거리 경주용 말로서 개량됐다. 아랍과 바브, 서러브레드 등 여러 품종의 말이 교잡됐는데 특히, 서러브레드의 형질을 많이 지녔다.

체구가 작고 단단하며, 소몰이에 주로 쓰였기 때문에 빠른 출발과 정지, 방향 전환, 단거리 주파 능력이 뛰어나다. 미국 서부식 승마에서 주로 활용되며, 미국 쿼터 경마에 일부 쓰인다.

아메리칸 쿼터호스협회에서 혈통 대장을 관리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400 여만 마리가 등록돼 사실상 세계에서 가장 두수의 말 품종이다.

보급형 마차용 말, 페르슈롱

프랑스 페르슈(Perche) 지방이 원산지이다. 노르만, 플레미시 계통의 말과 아랍종, 브레톤을 교배해 만들어졌다고 추정된다. 가장 많이 보급된 마차용 말로 19세기 영국 런던의 승합마차를 끈 말의 90%가 페르슈롱이다.

견인력과 지구력이 강해 1차 대전 당시 많은 말이 전쟁 군수 물자를 나르는데 활용되기도 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말, 샤이어

영국 중부지방이 원산지로 올드 블랙 잉글리시(Old Black English) 영국 재래마와 폴란드·네덜란드 말을 교잡해 만들어진 말이다. 평균적으로 체고가 170~180cm, 체중이 900~1200kg 정도 된다. 대표적인 중종마로 앞서 설명한 것처럼 세계에서 가장 큰 말 품종이다. 성격이 유순하고 영리해 쇼(Show) 말로도 활용된다.

천연기념물 347호에 지정돼 있는 국내 토착마인 제주마(사진 제공= 농촌진흥청).
천연기념물 347호에 지정돼 있는 국내 토착마인 제주마(사진 제공= 농촌진흥청).

 

천연기념물, 국내 토착마 제주마

고려시대 이전부터 제주에서 생산되던 말로 몽고 침략 당시 몽고마가 들어와 토종마와 교잡돼 현재의 형태로 고정됐다. 체고는 120cm, 체중 200~250kg 정도로 작은 편이다.

토착마인 까닭에 국내 기후에 최적화돼 있다. 특히, 발굽은 단단해 돌밭을 달릴 정도이다. 성향도 한국인의 기질을 빼닮아 강인하고 대담하며, 자신의 영역에 들어온 덩치가 더 큰 말들을 쫒아낸다.

2023년 제주경마에서의 퇴출을 앞두고 한국형 승용마로 새롭게 변모하고 있는 한라마. 강인하고 속도가 빨라 지구력 말로도 활용되고 있다. ⓒ말산업저널 황인성
2023년 제주경마에서의 퇴출을 앞두고 한국형 승용마로 새롭게 변모하고 있는 한라마. 강인하고 속도가 빨라 지구력 말로도 활용되고 있다. ⓒ말산업저널 황인성

 

한국형 승용마로 재탄생, 한라마

국내 토착마인 제주마와 경주용 서러브레드를 개량해 만든 품종이다. 혈통 정립이 되지 않은 상태로 국제적인 품종으로 인정받고 있진 않다. 국내에서는 한라마 품종에 대한 공감대는 이미 형성돼 있으며, 한라마생산자협회가 주축이 돼 혈통정립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제주마와 서러브레드의 좋은 기질만을 주로 이어 받아 제주마보다 덩치가 크고 상대적으로 빠르다. 제주마와 같이 몸이 단단하며, 잔병치레가 없다. 지구력도 강해 지구력 승마에서 활용되는 사례도 많다. 현재는 유소년 승마에 주로 쓰이며, 2023년부터는 제주경마에서 완전히 퇴출된다.

※ 기사는 말산업 국가자격시험 교재 등을 참고해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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