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 2018 승마 사례 공모전 당선작 발표
장려상(기승능력인증제 부문)에 김은지 씨 수상

한국마사회가 2018 승마 사례 공모전 11개의 수상작을 발표했다(사진 제공= 한국마사회).
한국마사회가 2018 승마 사례 공모전 11개의 수상작을 발표했다(사진 제공= 한국마사회).

[말산업저널] 안치호 기자= 승마를 경험한 이들의 긍정 사례를 공유하고자 한국마사회는 2018 승마 사례 공모전을 열었습니다. 주제는 ‘승마를 통한 나의 변화’로 △학생승마체험(포니3등급포함) △기승능력인증제 △유소년승마단 △전국민승마체험 4개 부문으로 진행해 총 108명이 참여했습니다. 최우수상과 말산업특구상, 우수상 등 11개 수상작이 선정됐으며, 배추용 씨(50세, 학원강사)의 전 국민 승마체험 수기가 최우수상을 수상했습니다.

말산업특구상은 박시온(경기도), 장민석(경상북도), 이승윤(전라북도), 안지선(제주특별자치도) 씨가 수상했고, 우수상(한국마사회장상)은 김도현, 장려상은 박지연, 김은지, 양현희, 손영희, 윤현미 씨가 수상했습니다. <말산업저널>은 한국마사회 승마진흥부의 협조 아래 공모전 체험 수기 수상작을 종합 연재합니다. 아홉 번째 순서로 김은지 씨의 ‘40살도 할 수 있어요~(기승능력인증제 부문)’을 소개합니다. - 편집자 주

2018 승마 사례 공모전은 ‘승마를 통한 나의 변화’를 주제로 진행됐다(사진 제공= 한국마사회).
2018 승마 사례 공모전은 ‘승마를 통한 나의 변화’를 주제로 진행됐다(사진 제공= 한국마사회).

40살도 할 수 있어요~ - 김은지

비전공자 초보인 나, 기승능력 시험 도전

기승능력인증 5급 받고 4급 시험 기다려

도전 늦지 않았을까 생각했지만, 자신감 생겨

평범한 국민에서 특별한 사람 되다

내 나이 41살. 어디선가 본듯한 흔한 외모, 평범한 직장을 다니며 월급도 보통. 회사 집 회사 집 가끔 친구의 아주 단순한 생활을 하고 간간히 감기와 소화 장애로 약국을 찾아주는 나는 무척이나 평범한 대한민국 국민이다. 아 참! 이 나이에 아직 미스라는 것만 빼면…. 이런 평범한 사람이 기승능력인증 5급을 받게 되기까지의 특별할 것 없던 이야기를 써 내려가 볼까 한다.

2017년이 되기 전까지 나는 말을 타 본 적이 없다. 남들 다 해본다는 제주도 승마체험도, 관광지에서의 로맨틱한 마차도. 그렇다고 주변에 승마를 즐기거나 전공자가 있었던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저 다이어트에 좋다더라, 변비에 좋다더라는 내 귀에 솔깃한 정보를 듣고서는 승마장 문을 두드리게 된 것이다. 생각보다 넓고 깨끗하던 승마장의 첫인상, 약간은 시골스럽던 향취, 말을 타고 달리던 사람들의 멋짐도 좋았다. 마방 창밖으로 뾰족이 머리를 내민 말들의 모습, 그 녀석들이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날… 타보겠니??” 그렇게 나는 승마인의 첫 발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초급반에서의 몇 가지 경험들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처음 말에 올랐을 때 떨어지지는 않을까 걱정스러웠던 마음, 경속보 강습을 처음 받은 날 말에서 내려 후덜덜한 다리를 끌고 집으로 갔던 것. 그리고 오렌지라는 조금은 작은 말과 함께 원형마장에서 구보를 하던 짜릿함, 좋았던 것은 아니지만 말에서 훌렁 날려 낙마를 했던 추억. 무서움과 즐거움이 교차된 감정들 속에 4개월 동안은 발전하는 모습들이 보이기에 승마가 참 재미있었다. 다른 말을 탈 때마다 새로운 깨달음도 있었고. 그러나 모든 배움이 그러하듯 상승곡선 후에는 정체기가 찾아오는 것이다. 평보 속보 구보의 단출한 수업에 머리로만 이해되던 고삐 연결, 쉽게 내려가지 않는 뒤꿈치, 내 바람과는 다른 말들의 행동들.

그런 정체기 속에 학생들이 기승능력시험을 위해 연습하고 준비하는 과정을 보게 되었다. 승마를 전공하지 않는 사람들도 도전할 수 있도록 쉬운 것부터 여러 단계로 나누어져 있고 등급으로 그 사람의 실력을 어느 정도는 판단할 수 있는 부분도 체계적이라 생각되었다. 9월 어느 날 호스피아 홈페이지에서 기승능력인증 7급 공지에 성인이 포함된 것을 보고 기쁜 마음에 덜컥 원서를 내고 공부를 해야 할 프린트를 다운받았다. 이미 우리 승마장 학생들은 벌써 7급 시험을 통과한 후라 따로 7급을 위한 연습은 없는 상태. 마방 관리사님들의 도움을 받아 말을 손질하고 안장을 얹는 일련의 과정들을 연습할 수 있었다. 그래도 구보까지 레슨을 받은 상태라 기승도 많이 걱정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공부가 문제다. 책을 멀리한 지 어언 20년이 되었고 용어들도 참 많이 생소한 것들이고 꼭 초등학생에게 미적분이론을 보라고 하는 기분이랄까…. 더 걱정되는 것은 이 시험은 아는 사람 하나 없이 혼자 영천에 가서 치러야 한다는 것이었다. 꼭 나이만 먹었지 심리상태는 어린이가 된 불안함에 나는 7급 시험을 치르게 된 것이다.

운주산 시험장에는 승마학과를 다니는 대학생들이 많이 참석했다. 몇몇 어른들도 있었는데, 다들 승마를 오래 하신 분들 같아 보였다. 나만 비전공자의 초보처럼 느껴져 10월의 찬바람이 내게 더 춥게만 느껴졌다. 게다가 오전에 시험 본 어린 학생 중에 낙마도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어 더더욱…. 이게 뭐라고… 스스로 위안하면서도 마음은 콩닥콩닥. 시험은 생각보다는 쉬웠다. 다들 10여 분 만에 문제를 다 풀어 조금 일찍 실기를 시작했다. 코스를 그리는 것도 나쁘지 않았고 연습한 데로 말 손질도 잘 끝냈다. 생각보다는 쉽게 7급의 관문을 통과했다.

6급은 며칠이 지나지 않아 바로 시행되었다. 운이 좋게도 우리 승마장에서 시험이 있어서 많은 회원분이 시험에 응시하셨다. 그전까지는 오가며 눈인사만 나눈 많은 회원과 시험 준비를 하면서 가까워지는 계기도 덤으로 얻게 되었다. 무엇보다 목적이라는 것을 가지고 연습을 하게 되니 말을 타는 것도 즐거워지고, 잘 안되던 부분들은 어떻게든 해보려는 의지가 생겼다. 코스에 따라 전경 자세도 처음 배워보게 되었고, 다양한 크기의 원을 그려보는 것도 내겐 참 유익한 부분이었다. 공부는 여전히 어려웠다. 그러나 지식을 통해 기승이 조금 더 풍요로워진다는 생각은 든다. 사용하면서도 무엇인지 모르던 드로레인이나, 왜 조마를 시키는지 등의 원리를 알게 되는 것은 앞으로 승마를 시작하는 기승자들에게도 꼭 알려주었으면 하는 부분들이다. 6급 시험도 큰 변수 없이 끝나고 우리는 모두 합격의 기쁨을 나눴다.

5급 시험은 발리오스 승마장에서 시행된다고 했다. 나는 몸담은 대덕승마장과 시험을 보러 간 운주산 승마장 외에 다른 승마장을 가 본 적이 없다. 사람들의 말로는 발리오스 승마장은 그냥 구경을 가보고도 싶은 좋은 곳이라고 한다. 우리 대구라는 시골 사람들은 합격은 덤~ 승마장 구경이 목적이라는 그런 불합격에 대한 변명거리를 만들고는 5급 시험 준비에 임했다. 5급은 6급과는 달리 실기조차 만만치 않아 보였다. 사실 함께 시험을 보신 언니들은 벌써 승마를 시작하신 지 5년이 넘으신 베테랑분들이었다. 처음 코스부터 링고리를 옮기는 것인데, 한 손으로 이 말들을 조절하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까발레티로 만든 길을 따라 똑바로 가주어야 하는데, 녀석들은 까발레티 정도야 하는 식으로 훌쩍 넘어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은 여사이고, 만들어 놓은 길을 들어가지 않으려는 것도 다반사였다. 그 길지도 않는 코스를 그리다가 내가 잊어버리거나, 녀석이 내 말을 듣지 않거나. 심지어 원하는 위치에서 정지하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줄은!

추운 날씨 가운데서도 연습하도록 함께 밖에서 수고해 주시는 선생님들도 참 고맙고, 함께 연습하면서 충고도 해주시는 언니들도 고마웠다. 영천을 가는 길도 어려웠는데, 발리오스로 가는 길은 내게 얼마나 험했을까. 게다가 장거리 운전 못 한다는 언니 한 분 동승하고서 헤매다가 우리 둘은 가장 마지막 응시번호 19번과 20번을 배정받았다. 발리오스는 진짜 고급진 곳이었다. 무엇보다 넓은 실내마장이 부러웠고, 관람석이 카페 같은 분위기에, 마방도 어찌나 깨끗한지! 그것들보다 더 부러운 것은 빛깔 좋고, 폼나던 녀석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어린이 시험에 등장한 작은 말들은 데리고 키우고 싶을 만큼 귀엽기 그지없었다.

이제 공부는 어렵지 않았다. 100점 맞지 못한 게 아쉬울 정도로 하하~. 기승은 좀 떨렸지만, 다행히 무리 없이 마쳤다. 사실 연습했을 때보다도 말 제어가 더 잘되었던 것 같았다. 장안을 하는 것도 이젠 어려운 것이 없다. 구술시험은 썩 좋은 성적이 아니었을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약간의 불만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구술에서는 마사회에서 제공해 준 교제에 없는 내용을 질문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승마 전공인이 아니기에 전공자들에게는 상식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도 우리는 알지 못하는 것이 많다. 그래서 나는 구술시험에도 범위를 정해서 공지한 후 질문하는 것이 좋지 않겠는지 조심스레 건의를 하고 싶다.

그렇게 나는 짧은 시간에 3단계의 자격증을 받게 되었고, 이것들은 나의 2017년을 아름답게 장식해 주는 훈장이 되었다. 기승능력을 마치고 다시 말을 타게 되었을 때 나는 예전보다 조금은 발전한 기승자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고, 무엇인가 도전하기엔 늦어버리진 않았을까 하는 내 나이에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기게 되었다. 어느덧 시험을 치룬지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지금 아마 다시 코스를 그려보라고 하면 즐거운 마음으로 잘 해 볼 수 있을 만큼 실력도 향상되었다. 올해도 기승능력을 준비하는 회원을 볼 때면 꼭~ 도전하시면 기승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진심 어린 마음도 전했다. 뒤돌아서 본 나의 도전은 시기적절하게 승마를 계속할 수 있게 해 준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그저 “나 승마해요~” 라고 이야기하는 대신 “나 기승능력 5급이에요~” 라는 말. 태권도의 흰 띠와 검은 띠로 그 사람의 실력을 나타내주듯 나는 지금 파란 띠의 기승자일까? 내 기승능력 도전은 그저 평범했지만, 3단계의 인증서를 가진 나는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 5급 인증서를 가진 사람이 많지 않기에~ 그래서 나는 대한민국의 특별한 사람이 되었다.

그나저나 4급 시험은 언제 있나요?

장려상(기승능력인증제 부문)을 받은 김은지 씨(사진 제공= 한국마사회 승마진흥부).
장려상(기승능력인증제 부문)을 받은 김은지 씨(사진 제공= 한국마사회 승마진흥부).

원고 제공= 한국마사회 승마진흥부
교정·교열= 안치호 기자 john337337@horsebiz.co.kr

-Copyrights ⓒ말산업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저작권자 © 말산업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