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1일 국가대표 A팀 평가전 앞두고 ‘축알못’이 알아두면 좋을 축구 상식

대한축구협회 홍명보 전무이사가 A매치를 위해 한국에 온 토트넘의 손흥민, 발렌시아의 이강인 선수를 종로에 있는 대한축구협회로 불렀다.

정정용 감독이 이끌고, 이강인 선수가 활약 중인 월드컵 U-20세 팀이 16강 한일전 승리 후 관중들과 함께 자축하고 있다(사진=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 갈무리).
정정용 감독이 이끌고, 이강인 선수가 활약 중인 월드컵 U-20세 팀이 16강 한일전 승리 후 관중들과 함께 자축하고 있다(사진=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 갈무리).

홍 전무: 너희들 그동안 클럽에서, 국가대표 팀에서 뛰느라 수고 많았다. 흥민이는 이제 대세더라.

손흥민: (머리를 긁적이며) 대세라뇨, 홍 전무님 전성기 때 비하면 아직도 멀었어요. ‘홍 카리스마’ 대단하셨잖아요. ‘브라질 월드컵 실패가 좋은 경험이었다’라고만 말하지 않았다면.

홍 전무: 흥민이가 만나자마자 한방 먹이네, 비꼬는 건 (이)영표 닮았네. 그건 그렇구 강인이는 (축구 실력) 많이 늘었더라. 이제 여유도 생기고 말이야.

이강인: (밝게 웃으며) 모두 두 선배님들 덕분이에요.

홍 전무: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보며) 아직 점심시간 전인데, 뭐~ 축구협회나 나한테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봐.

이강인: 저~ 선배님들이 ‘빌드업, 빌드업’ 하는데 말인데요, 빌드업이 뭔지 알고 싶고, 또 어떻게 해야 (빌드업) 잘하는 거예요?

 

‘빌드 업(Build-up): 원래 뜻은 건축물 같은 무엇인가를 쌓아 올리는 일.

축구에서는 공을 잡은 팀이 길고 짧은 패스로 전진을 하다가 (크로스하는 등) 슈팅까지의 작업을 뜻한다. 

빌드다운은 골키퍼를 기준으로 수비 진영이 볼을 돌리는 것을 말한다.

홍 전무: 너, 질문 잘했다. 빌드업은 영어로 Build-up이라고 하는데, 수비가 공을 잡은 후부터 슈팅하기까지 패스나 크로스 등을 합한 거야. 공격 작업이라고도 하지. 강인이 너 지난번 폴란드 (20세 이하 월드컵) 대회 아르헨티나 전이었지 아마. 오세훈한테 크로스 날린 거 있지. 거 있잖아 택배 크로스라고도 했구.

이강인: 네~ 제가 크로스 날렸고, 그 공이 아르헨티나 선수 3명을 지나서 세훈이 형 머리를 맞고 골인이 되었어요.

홍 전무: 바로 그 순간, 그러니까 내가 기억하기로는 (김)현우가 (최)준이에게 패스했고, 준이가 강인이 너한테 공을 줬을 거야. 그리고 네가 크로스를 날려서 (오)세훈이 머리를 맞춰서 골을 넣은 거잖아. 그 일련의 작업들을 다 합해서 빌드업이라고 표현하는 거야.

이강인: 만약 세훈이 형이 골을 넣지 못했으면요?

홍 전무: 골을 넣었건, 못 넣었건 작업 자체를 빌드 업이라고 해. 그리니까 골키퍼나 수비 또는 미드필더가 공을 잡아서 최종적으로 슈팅까지 날리거나 상대 선수에게 공을 빼앗길 때까지의 작업을 빌드업이라고 하는 거지.

손흥민: 전무님! 제가 지난 러시아월드컵 독일 전에 골을 넣는 것 보셨지요?

홍 전무: 그거 2018년 대한민국 ‘올해의 골’ 아니니? 물론 자세히 기억하고 있지. 1대0으로 우리가 앞서고 있었고, 시간은 후반전 추가 시간도 다 되었고, 독일은 동점을 만들기 위해서 마누엘 노이어 골키퍼까지 공격에 가담했다가 볼을 빼앗겼고, 노이어에게 공을 빼앗은 주세종이 우리나라 페널티 에어리어 진영에서 왼발로 하프라인 부근에 있던 너한테 길게 패스를 했고, 네가 50여 미터 달려서 추가골을 넣었잖아.

손흥민: 그 골도 빌드업에 의한 골이에요?

홍 전무: 물론이지. 단지 (주)세종이가 미드필더를 거치지 않고 공격수인 너에게 바로 롱패스를 했다 뿐이지. 그러니까 빌드업 직업을 간단하게 한 거지, 빌드업이란 게 패스 몇 번 크로스 몇 번…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거든.

2002 한일 월드컵 3, 4위전에서 터키의 하칸 쉬쿠르 선수는 홍명보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골을 넣었다. 경기 시작 11초 만으로 이는 월드컵 역대 최단 시간 골로 기록돼 있다(사진= ranker.com).
2002 한일 월드컵 3, 4위전에서 터키의 하칸 쉬쿠르 선수는 홍명보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골을 넣었다. 경기 시작 11초 만으로 이는 월드컵 역대 최단 시간 골로 기록돼 있다(사진= ranker.com).

이강인: 전무님! 저 이런 거 물어봐도 되는지 모르겠어요.

홍 전무: 뭐든지 물어봐. 허심탄회하게.

이강인: 정말이지요?

손흥민: 야! 아무거나 물어봐. 홍 전무님 마음이 넓으셔서 뭐든지 답해 주실 거야.

이강인: 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 때 저는 태어난 지 16개월, 그러니까 겨우 두 살 때라서 나중에 비디오를 보고 알았는데, 홍 감독님 터키와 3·4위전에서 경기 시작하자마자 공을 빼앗기셔서 결국 골을 허용했잖아요?

손흥민: 어~ 그래 아마 터키의 하칸 쉬퀴르 선수가 경기 시작 11초 만에 홍 전무님에게 골을 빼앗아서 골을 넣었기 때문에, 그 골이 월드컵 역사상 최단시간 골로 기록되어 있을 걸? 11초라면 나같이 빠른 사람도 골을 넣기 어려울 걸.

홍 전무: (목소리 톤을 낮춰) 뭐~ 그렇게 신나서 떠들 건 아니고. 그건 사고야. 내 실수였다 고.

이강인: 그- 골 –도, 빌-드-업.

손흥민: 강인아! 그 골은 빌드업에 의한 골이 아니라 빌드다운이라고 하는 거야.

홍 전무: 뭐~ 뭣이라고, 빌드다운?!?

<말산업저널>는 국내 최초의 스포츠 칼럼니스트, 기영노 기자의 ‘스포츠 평론가 기영노의 콩트’를 연재합니다. 상상력을 바탕으로 쓴 기영노 콩트는 축구, 테니스, 야구 등 각 스포츠 규칙을 콩트 형식을 빌려 쉽고 재미있게 풀어쓰는 기획 연재입니다. 기영노 기자는 월간 <베이스볼>, <민주일보>, <일요신문>에서 스포츠 전문 기자 생활을 했으며 1982년부터 스포츠 평론가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주요 저서로 『야구가 야단법석』, 『재미있는 스포츠 이야기』 등 30여 권에 이릅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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