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파업을 가장 적게 하는 나라
국가는 여성 노동 여전히 이해하지 못해
육아에 가장 많은 돈을 지출, 육아정책 문제점 드러나
직장인, 정치가, 가정주부, 학생 남녀노소 함께 거리로 나와

여성들이 거리에서 브라와 넥타이를 태울 때,
로젠 성당, 페미니스트 보랏빛으로 종탑 장식하며 여성들 지지

지난 금요일  스위스 로잔 거리에서 열린 #여성파업 시위에 참여한 여성들 @ Grève des femmes, Grève féministe 페이스북
지난 금요일 스위스 로잔 거리에서 열린 #여성파업 시위에 참여한 여성들 ⓒGrève des femmes, Grève féministe 페이스북 갈무리

두 손에 떡 들고 누릴 것 다 누리면서 더 달라고 징징대는 사람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들까?” 사정이 있겠지 생각해봐도 그런 사람은 매력이 없다. 지난 금요일(2019.6.14.)에 스위스에서 여성들이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부자나라이고, 민주주의가 발전한 곳이고 게다가 실업률이 가장 낮은 나라에서 파업이라니, '역시 있는 것들이 더하구나'라는 속된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게다가 파업의 이유가 여성과 남성의 임금차별을 없애겠다며 100인 이상 고용한 회사에 동일노동 동일임금법을 확실하게 시행하겠다고 정부가 발표한 이후다. 정부가 남녀 평등의 의지를 보였는데도 파업이라니, 여자들의 욕심은 끝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스위스 여성노동조합은 정부정책에 단호하게 맞서고 있다. 그들은 정부가 여전히 여성노동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분노한 것이다. 많은 여성들은 육아, 돌봄, 청소영역, 교육 등 서비스 분야에서 일한다. 그곳은 소규모 일터다. 정부는 마치 중소기업도 보호하고 여성노동도 보호하며 일석이조의 정책을 펼친다고 여겼겠지만 결국 직장에서 차별받는 많은 여성들은 여전히 차별의 구조 속에 남겨지게 된다.

스위스는 세계에서 제일 늦게 여성참정권이 허용된 나라다. 남성들은 1971년에 여성들에게도 참정권을 주자고 결정했지만, 이것은 뉴질랜드보다 80년이 늦게, 그리고 주변 유럽국가보다 몇 십 년이나 늦은 것이다. 게다가 유급출산 휴가가 법으로 채택된 것은 2005년이니 여성정책에 있어서 유난히 느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아이를 기르는 가정들은 여전히 육아와 교육비에 가장 많은 비용을 들인다. 육아정책, 여성정책이 형편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스위스는 유럽국가중에서 파업을 가장 적게 하는 나라다. 2005년에서 2015년 사이에 고작 두 번의 파업이 있었으니, 수시로 시위를 하며 공공건물까지 불태우는 프랑스와 비교된다. 이런 나라를 어떻게 민주주의가 발전된 국가라고 하는 것일까 이상하다. 그러나 스위스는 전통적으로 집단교섭과 집단합의로 노사간의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것으로 유명하며 게다가 정기적으로 노사간 회의를 열어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고 노동자들의 의견을 잘 반영하여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해왔던 나라다. 그러나 최근에 서로를 이해하고 지지하는 소셜파트너십이 약해지면서 노동문제가 일어나고 있다고 로칼(The Local)지는 진단하고 있다.

이번 시위를 주도했던 조직위원회는(Grève féministe)#여성파업(#frauenstreik) 헤시태그 운동을 사회관계망을 통해 확산했다. 2018년에 전세계적으로 확산된 미투(#me too)운동이 이들에게 용기를 준 것 임은 분명하다.

여성들이 일하지 않을 때 국가의 기능이 멈춰버릴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겠다.” 여성들은 브라와 넥타이를 태우며 거리로 몰려들었다. '집에서 가사노동을 하지 말 것', '쇼핑도 하지 말 것', '직장 여성들은 임금차를 상징하는 노동시간 324분에 일제히 퇴근할 것' 운동 전략을 알렸다.

시위에 익숙하지 않은 스위스 사람들이지만, 연합뉴스에 따르면 취리히 7만명 로잔 6만명 베른과 바젤에서 각각 4만명 제네바에서 2만명들이 참여했다. 후라이팬을 들고 나온 여성들, 이번 시위를 상징하는 보라색옷을 입고나온 여성국회의원들, 직장에서 일찍 퇴근한 여성들, 그리고 대학생들은 하루 종일 시위에 참여하고 국가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진행했다.

파업을 하기 위해서 일찍 퇴근하겠다고 여직원들이 알리자 일부 회사는 그들을 지지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실용적인 전략을 취한것이다. 스위스 철도청은 여성파업을 지지하며 상징로고를 새겨 넣은 티셔츠를 제작해 제공했다. 이날 여성들은 남성들에게 집에서 아이를 돌보고 음식을 준비하라고 했지만 남성들도 시위에 동참했다. ‘우리가 서로 지지하지 않으면 미래에 누가 남겠는가?라고 시위에 참여한 한 남성이 BBC와 인터뷰를 하였다.

시위가 점점 뜨거워지자 로잔성당(Lausanne Cathedral) 의 벨 타워가 보라색으로 물들었다. 종교단체까지도 여성들의 요구가 정당하다고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종탑을 보랏빛으로 물들이며 시위를 지지하는 스위스 로잔 성당 @Denis Balibouse/Reuters
종탑을 보랏빛으로 물들이며 시위를 지지하는 스위스 로잔 성당 ⓒDenis Balibouse/Reuters 갈무리

이번 스위스 여성파업은 정치인, 종교인, 가정주부, 직장인, 학생 등 모든 여성이 참여했다. 육아와 가사노동으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해 주변화된 노동에 머물렀던 여성들의 문제는 특정 계급의 문제가 아니며, 특정 젠더의 문제도 아니며, 특정 종교의 문제도 아니다. 그들은 여성정책이 특정한 여성이 아니라 모든 여성을 위한 정책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모든 시민을 위한 정책이라고 믿고 있었다.

필자와 사회관계망으로 인터뷰한 록산느 로뒤(Roxane Roduit, 27)씨는 남자친구와 함께 시위에 참여했다. 그는 여성파업시위의 분위기에 놀라고 감동하며 여성들은 불평등과 인권의 문제에 도전하며 함께 춤추고 페미니스트 노래를 부르고 웃으며 전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거리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여성들 @Roxane Roduit
거리에서 시위를 하고 있는 여성들 ⓒRoxane Roduit 페이스북 갈무리
저작권자 © 말산업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