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망하고 뒤통수 때릴 때는 ‘사실’로 맞서라

<말산업저널>는 국내 최초의 스포츠 칼럼니스트, 기영노 기자의 ‘스포츠 평론가 기영노의 콩트’를 연재합니다. 상상력을 바탕으로 쓴 기영노 콩트는 축구, 테니스, 야구 등 각 스포츠 규칙을 콩트 형식을 빌려 쉽고 재미있게 풀어쓰는 기획 연재입니다. 기영노 기자는 월간 <베이스볼>, <민주일보>, <일요신문>에서 스포츠 전문 기자 생활을 했으며 1982년부터 스포츠 평론가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 편집자 주

히든볼(사진= 유튜브 갈무리).
히든볼(사진= 유튜브 갈무리).

히든 볼은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은닉구(hidden-ball trick)’로 불리는데 상대 팀 선수를 속이는 행동으로 일종의 기만행위다.

프로야구 초창기 재일 동포 장명부 투수가 1루수와 짜고 히든 볼을 시도해서 실제로 아웃을 시킨 적도 있다. 이승엽 선수도 일본 프로야구에 요미우리 자이언츠팀에서 뛰던 2006년 4월 2일 요코하마 베이스타스전에서 ‘은닉구’에 당한 적이 있다. 당시 이승엽은 안타를 치고 1루 주자로 나가 있다가 히든 볼에 당했을 때 땅바닥에 헬멧을 내팽개치며 분통을 터뜨렸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히든 볼은 주로 1루나 2루에서 발생한다. 타자가 안타를 치고 1루에 나가 있을 때 1루수가 공을 받아 투수에게 던져 주는 척한 후 그대로 갖고 있다가, 1루 주자가 방심하고 루를 벗어나면 그대로 주자를 터치해서 아웃을 시키는 것이다. 주자가 2루에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2루수가 투수로부터 공을 건네받은 후 투수에게 다시 공을 던져 주는 척만 하고 그대로 공을 갖고 있다가, 2루 주자가 리드를 하면 그대로 터치를 해서 아웃을 시키는 것이다.

주자가 볼 때는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규정을 위반한 것은 아니지만 스포츠맨십을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 히든 볼에 일본인의 국민성이 그대로 나타나 있는 것이다. 이번에 “일본 정부가 반도체 핵심 품목에 대한 한국 수출 제한 조치를 발표”한 것도 마치 히든 볼처럼 안 그런 척하다가 한국의 뒤통수를 친 것이다.

일본의 히든 볼 정신에 뒤통수 맞아
남미 축구선수권대회 즉 코파아메리카(Copa America)는 남미의 최강 축구팀을 가리는 국가 대항 축구 대회다. 그러나 남미에는 10개국 밖에 없기 때문에 리그를 거쳐 토너먼트 대회를 치르기 위해 대회마다 2개 팀을 다른 대륙에서 초청한다.

올해 브라질에서 벌어진 제46회 코파아메리카 대회에는 아시아축구연맹 소속 카타르와 일본이 ‘초청국’이라는 이름으로 출전을 했었다. 카타르는 지난 1월 열린 아시안컵 우승팀, 일본은 준우승팀이었다. 그런데 정작 남미 소속 참가국들은 초청국 때문에 화가 났다. 당시 1차전에서 카타르와 맞붙어 2대2로 비긴 파라과이 에두아르도 베리소 감독이 “남미 국가가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 참가한 걸 본 적이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더구나 23세 이하 대표팀을 출전시킨 일본의 처사 때문에 더욱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베네수엘라 라파엘 두다멜 감독은 “일본 같은 23세 이하 팀을 초청하는 건 동의할 수 없다. 일본은 코파아메리카를 존중하지 않는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일본은 2020도쿄올림픽 축구에서 메달을 따기 위해 23세 이하 팀을 파견, 경험을 쌓게 한 것이다. 대회에 출전하는 국가들이나 초청한 남미축구협회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을 생각한 몰지각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남미축구협회는 일본 축구에 뒤통수를 얻어맞고, 남미 팀들로부터는 비난을 받아야 하는 이중고를 치러야 했었다.

일본 올림픽 정식종목에 가라테 집어넣어 태권도에 뒤통수
지난 2016년, 영국의 <가디언>은 2013년 9월 7일 열린 IOC 제125차 총회에서 일본이 터키 이스탄불과 스페인 마드리드를 따돌리고 2020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되는 과정에서 디악 당시 국제육상연맹(IAAF) 회장의 아들과 매우 가까운 인사 소유의 은행 계좌에 130만 유로(약 17억3171만7원)가 입금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폭로했었다.

그리고 지난 1월초 프랑스 유력 일간지가 일본 올림픽위원회(JOC) 다케다 스네카즈 회장이 프랑스에서 뇌물 공여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르몽드> 신문과 <로이터통신> 등이 지난 1월 11일 자 보도로는, 다케다 회장은 2020년 도쿄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아프리카 출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에게 200만 유로(미화 약 230만 달러)에 달하는 금품을 뿌린 것으로 알려졌다.

다케다 회장은 그에 따라, 2018년 12월 10일 프랑스 검찰 수사관들의 대면 조사를 받았고, 당시 다케다 회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돈으로 올림픽을 산 것은 그렇다고 치고, 올림픽 정식 종목에 가라테를 집어넣은 것은 분명히 한국의 태권도에 대한 도발이라고 할 수 있다. IOC는 올림픽 정식 종목을 택할 때 ‘유사 종목 영입 불가’ 즉, 비슷한 종목은 배제해야 한다는 IOC의 방침과도 배치된다.

가라테는 도쿄 올림픽에 남녀 겨루기 종목인 구미테에 각각 3개씩 모두 6개의 금메달, 품세 종목인 가타에 남녀 각각 1개씩 모두 8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태권도도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이 된 후 남녀 각각 4개씩 모두 8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는데, 태권도와 가라테를 금메달 8개로 똑같이 맞춘 것을 보면, 20년 전통의 태권도와 가라테를 동등하게 대우한 것이다.

(사진= 청와대).
(사진= 청와대).

도쿄올림픽 기간에 역시 예상했던 대로 일본인 특유의 차별 대우가 이뤄질 예정이다. 태권도는 일반 다목적 체육관에 배치하고, 가라테는 다목적 체육관 보다 훨씬 퀼리티가 높은 무도관 즉 부도칸에서 치르게 한 것이다. 그러나 더욱 가관인 것은 일본이 궁극적으로는 태권도를 올림픽에서 내쫓고 가라데를 남기려 한다는 데 있다.

그러나 일본의 속셈은 무산되었다. 일본이 뒤통수를 치려고 공작을 하기 전에 2024 파리올림픽에 태권도는 그대로 남게 되지만 가라테는 제외된 것이다.

일본 측이 한국에 경제 도발로 뒤통수를 강하게 가격한 후 양국이 갈등을 겪은 끝에, 문제 해결을 위해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만났다. 두 사람은 광주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수영선수권대회부터 화제를 풀어나갔다.

문재인 대통령 ;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이케에 리카코 선수가 왔으면 더 좋았을 텐데 안타깝다. 치료는 잘 되고 있는가?

아베 ; 덕분에 잘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 이제 한창나이인 19살 여자 선수가 급성 백혈병에 걸린 것을 보면, 뭔가 심상치 않다. 후쿠오카 원전 사고 여파가 아닌가 생각한다.

아베 ; 무슨 얘기를 하려고?

이케에 리카코(池江 璃花子) 선수는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수영 접영 50m와 100m, 자유형 50m와 100m 등 6개 종목에서 금메달을 차지해서 최우수선수로 선정되었다. 일본 수영은 리카코 선수에게 이번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도 금메달 2개를 기대했었지만, 리카코 선수가 지난 2월 13일 급성 백혈병에 걸리는 바람에 무산됐다. 이케에 리카코라는 이름은 ‘연못과 강 위에 핀 꽃’이라는 뜻으로, 1m 70cm의 큰 키에 발바닥 길이가 265mm나 되는 타고난 수영 선수다.
이케에 리카코(池江 璃花子) 선수는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 수영 접영 50m와 100m, 자유형 50m와 100m 등 6개 종목에서 금메달을 차지해서 최우수선수로 선정되었다. 일본 수영은 리카코 선수에게 이번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도 금메달 2개를 기대했었지만, 리카코 선수가 지난 2월 13일 급성 백혈병에 걸리는 바람에 무산됐다. 이케에 리카코라는 이름은 ‘연못과 강 위에 핀 꽃’이라는 뜻으로, 1m 70cm의 큰 키에 발바닥 길이가 265mm나 되는 타고난 수영 선수다.

문재인 대통령 ; 그래서 우리 선수들 건강을 생각해 도쿄올림픽 출전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아마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나라들이 미국을 포함해서 한둘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아베 ; 백혈병으로 뒤통수를 치려고!

문재인 대통령 ; 뒤통수는 일본이 전문이고, 나는 사실대로 얘기하는 거다.

아베 ; 도쿄올림픽은 우리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잔치다. 백혈병과 연결시키지 말자.

문재인 대통령 ; 일본이 한국을 향해 수출 규제를 하면서 겉으로 내세운 이유는 ‘한국 정부가 대북 제재에 소홀하다는 것이었다. 전략 물자, 그러니까 얼마든지 군사용으로 전용될 수 있는 물자를 한국이 우회적으로 밀수출을 해서 결과적으로 북한에 도움을 줬다’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먼저 한 것은 일본이다.

아베 ; 나의 불민(不敏)함이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 (급히 노 비서실장을 찾으며 귓속말로) 불민하다는 뜻이 뭐야?

노 실장 ; (역시 귓속말로) 국어사전이 없어서, 확실하지는 않지만 나쁜 뜻은 아니랍니다.

아베 ; 그럼 사과한 것으로 알고 받아들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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