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서양 문물을 받아들인 지 불과 130여년 만에 전 세계가 주목 할 비약적인 성장을 하였지만 급성장의 후유증일지는 몰라도 모든 분야가 골고루 균형 있게 성장을 한 것이 아님은 누구나가 공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클래식 음악계 현장의 여러 문제점들을 진단하는 연재를 시작하면서 그 첫 번째로 예술을 일상에서 분리해온 엘리트 예술의 이데올로기가 소멸하고 생활예술, 생활체육 등 누구나 창작 주체가 되는 고급문화에 대한 갈망이 커지는 판국에 전문가와 아마추어가 혼재되어 있는 상황을 분석한다.

한국의 메디치 구로의 신사 나래코리아 김생기 대표가 자신이 주최한 음악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한국의 메디치 구로의 신사 나래코리아 김생기 대표가 자신이 주최한 음악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국의 메디치 구로의 신사 나래코리아 김생기 대표가 자신이 주최한 음악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한국의 메디치 구로의 신사 나래코리아 김생기 대표가 자신이 주최한 음악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먼저 전문가, 즉 프로의 기준과 정의가 무엇인지부터 포문을 열겠는데 이게 명확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해당 분야의 전공자로 고등교육기관 이상의 학력을 소지한 자를 프로라고 할 수 있겠다. 즉 성악가라면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했고 작곡가라면 체계적으로 정해진 학문의 길을 밟아야하고 운동선수라면 오랜 기간 실력을 연마해서 남들보다 뛰어난 실력을 보유한 사람을 우리는 프로, 또는 전문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역으로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했다 하더라도 졸업 후 다른 진로와 인생의 여정의 길을 걷는 사람도 많다. 그럼 특히나 꾸준한 트레이닝과 자기 관리가 필수인 음악에서 한때 한 분야에 일정시간 매진했다고 평생 전공자라고 칭할 수 있는가? 이때 우리는 딜레마에 빠진다. 과연 저 사람을 프로라고 인정해 줘야 하는가?

 예술인이 갖춰야 할 전문성에 관한 정의는 명확하게 규정되어있지 않다. 분야별 전공자일 필요는 없으나 최소한 분야별 전문적인 식견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엔 오히려 인문학·사회과학·자연과학을 대학에서 전공한 사람이 문화적 식견과 인지능력, 판단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전문가로서의 능력을 충분히 갖춘 경우도 많이 있다. 도리어 전공자들이 전공자라는 권위와 허영으로 연습도 안하고 전문지식이 희박한 경우도 너무너무 많으며 비전공자들의 음악애호와 관심, 연구, 집중이 훨씬 뛰어나고 높은 경우가 많다. 음악대학을 진학하진 않았지만 노래를 잘 부르고 악기 하나를 기가 막히게 잘 다루는 사람도 흔하다.

음악애호가를 넘어 자신이 직접 노래를 부르고 즐기고 대중 앞에 서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다.
음악애호가를 넘어 자신이 직접 노래를 부르고 즐기고 대중 앞에 서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이다.

 작곡의 예를 들어보자. 현재 클래식 음악애호가들(특히나 가곡분야)에서의 애창되고 감상되는 김효근, 국현, 민남일 같은 분들은 위 기준으로 본다면 프로가 아니다. 엄연히 다른 직업으로 생계를 해결하고 음악이 좋아서 작곡을 하고 싶어 곡을 쓰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십 수 년 간 음악 한 길만 파고 많은 돈과 시간을 들여 공부를 한 사람들, 학계에 자리 잡았고 음악적, 예술적 깊이와 권위를 인정 받는 사람들의 곡보다 훨씬 애창되고 사랑 받는다. 김효근의 <첫사랑>은 알아도 백병동, 강석희, 김정길의 음악은 모르고 진은숙은 언론을 통해 이름만 얼핏 들은 정도다. 저작료와 음원수익이라는 또 다른 프로의 기준까지 들이댄다면 이때 전문작곡가들과 김효근, 민남일, 임채일 같은 분들은 누가 프로고 아마추어인가?

 노래는 작곡과 일정한 기능을 연마해야 하는 기악과는 달리 누구나 부를 수 있다. 예술행위의 욕구가 커지면 노래를 전문적으로 배워보고 싶어 하고 그래서 성악교실, 노래교실 같은 아마추어 대상의 클래스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으며 이건 당연하고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런데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타고난 재능으로 인해 성악과를 나온 사람들보다 더 잘 부르는 사람이 있으며 이들이 학업에 대한 갈증으로 나중에라도 음대에 진학하거나 대학원에서 성악을 배운다. 원래 가진 것도 출중한데 시기가 늦긴 했지만 전문성악가들한테 노래를 제대로 배웠다. 그리고 그런 시장이 생기다보니 아마추어 대상 또 문화사업을 하려는 음악인들이 생겨 이들을 타켓으로 단기 연수, 마스터 클래스, 원거리 학위제, 평생학습 등의 명목으로 이탈리아나 동유럽, 러시아의 수많은 음악기관, 컨서바토리 중 하나와 연계를 맺어주는 유학원이나 브로커가 생겼다. 그 브로커가 어떤 사람들인가? 아마추어가 많으면 많을수록 시장이 커진다고 반겼던 음악전공자들이다.

 아마추어든 전공자든 어느 정도 실력이 쌓이면 꼭 하고 싶어 하는 다음 단계는 무엇이겠는가? 무대에 서서 남들 앞에서 하고 싶은 것이다. 이건 인간으로서 당연한 욕구이자 열망이다. 그리고 음악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혼자서만 공감과 소통 없이 하는 행위는 연습이지 연주가 아니다. 더군다나 평소에 동경했던 프로들과 한 무대에 설 수 있다면 얼마나 큰 광영인가! 프로들이 괜히 자존심 상해할 필요 없다. 결국 아마추어들을 무대에 불러 올린 것 그들이었다. 어떤 목적이든 이유든, 이윤이든 간에 말이다.

소비자와 애호가를 넘어 직접 참여의 열망이 커지는 현 트렌드에 당신은 누구십니까? 프로입니까? 아님 프로를 위장한 아마추어입니까?
소비자와 애호가를 넘어 직접 참여의 열망이 커지는 현 트렌드에 당신은 누구십니까? 프로입니까? 아님 프로를 위장한 아마추어입니까?

 경영 쪽도 마찬가지이다. 영국에서 예술경영으로 박사학위를 받아와도 한국에 오면 말로 배운 예술의 세계와 현장이 너무나 달라 현학적인 이론의 별 쓸모가 없다. 공공기관의 포스터 규격부터 알고 대관신청하고 통장 개설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능력이 요구되는 현장에서 전공, 비전공 구분은 무의미하다. 경영에서의 전문성에 대해 숙고할 필요가 있다. 학위와 이론은 학문의 체계화와 증명일 뿐이고 현장은 이론과 너무나 판이하다. 중요한 것은 현장경험, 신속한 행동, 상황에 맞는 현명한 판단과 대처 그리고 책임감과 주인의식일 것이고 그걸 갖춘 사람이 진정한 프로일 것이다. 박사학위자보다 더 필요한 인재는 표10장을 팔줄 알고 서비스 정신이 투철한 믿음직한 매니저일 것이다.

한국음악실연자협회의 표어
한국음악실연자협회의 표어

프로와 아마추어의 기준은 이제 학력과 전공의 유무가 아니게 되었다. 그럼 그들을 판별하고 나누는 기준은 무엇이 되어야겠는가? 답은 아주 간단하다. 바로 실력이다. 큰 무대든 작은 무대든 나누지 말고 정말 프로다운 정신과 행동(Attitude)으로 입각해서 어느 누구도 듣자 마자 다르다는 감탄사가 나오게 자신을 들어내면 된다. 보면대 보고 부르고 연주하고 가사와 음표 틀리고 연습도 제대로 안 해오고 음악에 대한 기본지식도 미비하고 연습시간도 늦고 연주와 음악이 1순위가 아니면 1년에 곡 하나 쓸까말까 하면서 살아온 행적, 학력, 현 위치로 자신을 프로로 포장하지 말자. 김효근, 임채일의 작품보다 더 뛰어나고 대중이 좋아하면서 학계에서도 인정받는 작품을 쓰면 되는거지 자신의 위치가 자신을 프로, 전문가라 규정한다고 착각하지 말자. 김효근, 임채일의 노래를 부르고 알린 사람들은 아마추어가 아니다. 자신들과 같은 뿌리이자 원류였던 전문음악인의 곡을 외면하고 친근하면서도 우호적이다고 그들의 노래를 부르고 알리고 보급했고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가르친 사람들은 전문성악인이다. 그럼 그렇게 현장이 돌아갈 때 고귀하신 박사님들, 교수님들은 뭐하고 계셨는가? 가짜가 물러나고 진짜가 진가를 인정받고 가치보존하기 위해선 음악인들이 먼저 각성하고 변별력을 길러야 한다. 아마추어는 음악인들에게 남아 있는 유일한 시장이니 공생의 관계이다. 허나 프로로서 존중과 존경을 받는 것은 학력과 전공이 아니다. 오직 실력과 프로로서의 바른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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