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는 ‘통보’···취업·일자리 고민하지 않으려면

사람은 먹고살기 위해 일을 한다. 일하지 않으면 살 수 없다는 건 자명하다. 워커홀릭인 신은 문화 명령을 통해 “생육하고 번성하라”고 했다. 워라밸 시대라 그런지 신성한 노동까지 ‘혐오’ 대열에 끼게 됐지만.

먹고살기 위해 일하는 것뿐이라면 비참할 듯싶지만, 이 신적 명령(God’s Divine)에 따라 노동은 신성한 축복이며 삶의 본질적 요소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떻게 일하는지, 어떤 일인지 특히 누구와 일하는지가 중요하다. 자아가 만족하고 행복을 추구할 동기 부여는 곧 노동에서 비롯하기에 ‘내용’이 중요하다는 뜻일 거다.

창조 신화일지 모르겠으나, 신성한 창조 이후 인간의 타락으로 죄가 들어오면서 과실을 따먹는 노동은 가시덤불과 엉겅퀴를 솎아야 하는, 밭을 매는 ‘수고’로 바뀌었다. 요즘 말로 바꾸자면, 열심히 일한 만큼 그에 응당한 대가가 따라야 하건만 태풍으로 농작물이 잠긴다거나 가정 꾸려나가기에도 벅찬 연봉을 준다거나 성과는 빼가고 책임만 떠넘기는 조직 문화가 만연한 곳에서 ‘생존 경쟁’ 하는 상황으로 대치할 수 있겠다.

함께 즐겁게 일해야 할 일터가 생존을 위한 경쟁터로 전락하면 다수는 눈치만 보고 잔머리 굴리고 게으름 피우며 변명을 일삼고 일을 떠넘긴다. 손발이 맞아도 잘 될까 말까인데, ‘팀킬’이 난무하는 병폐가 자리한다. 어떤 일이든 주인 의식을 갖고 현재에 충실한 소명(calling) 의식이 있어야 하건만, 자기 놀음을 위한 수단으로 노동은 전락한 지 오래. 보란 듯 못된 짓만 고집하며 자기 정당화하지 않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요즘 젊은 세대는 회식은 가급적 안 하되 업무 지시는 명확하게 하는 것을 요구한다니 변화도 위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듯싶다. 정리를 두려워하고 머뭇대면 결국 누더기가 된다. 92% 직장인들이 늘 퇴사를 꿈꾸고 있고, 취업난에도 평균 퇴사율이 20%에나 이른다는 조사가 어제(7월 30일) 발표됐다니 얼마나 많은 회사가 ‘정체’됐는지 불 보듯 뻔하다. 원인은 물론 조직에 있기 마련. 연봉과 처우, 과도한 업무량, 불투명한 비전 순으로 집계됐다.

그럼에도 퇴사를 망설이는 이유는 다른 직장은 잘 구해질지, 생활비는 어떻게 마련할지 걱정이 가장 크기 때문이라고. 경제적 이유를 제외한 요인으로는 “최적의 퇴사 타이밍을 찾고 있어서”란다.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등 개정 3법이 직원 5명 이상 76만 개 업체를 대상으로 이달 중순 이미 시행된 상황에서 퇴사율은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말산업계는 어떨까.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제2차 종합계획에서 2023년까지 말산업 관련 일자리를 3만 개로 늘린다고 발표했다. 통계 실태 조사를 통해서는 사육두수와 경영 수지 외 종사자 수를 국가통계지표에 맞게 변경, 객관성과 신뢰성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과거에는 알음알음 지인 통해 취업하거나 몰래몰래 인력 빼가는 관행이 있었고, 말산업 관련 학과를 졸업해도 현장 취업이 어려운 문제가 산적했었다. 이후 한국마사회는 사이트를 개편하면서 호스피아 사이트(바로 가기)와 홈페이지 내 채용 포털(바로 가기)을 만들고 정부 워크넷 사이트에도 동시에 등록하면서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고 있다. 특히 일반 외부 사업체의 구인 요청도 취업지원센터를 통해 구직자에 효율적으로 연계해 주고 있어 귀감이 된다.

한국마사회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좋은 일자리 창출’이라는 정부 핵심 국정 과제와 관련해 일자리위원회를 발족하고 말산업과 연계한 현실성 있는 일자리 창출 대안 마련에 나섰다. 2019년 7월 현재 한국마사회 홈페이지 내 온라인 일자리 상황판.
한국마사회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좋은 일자리 창출’이라는 정부 핵심 국정 과제와 관련해 일자리위원회를 발족하고 말산업과 연계한 현실성 있는 일자리 창출 대안 마련에 나섰다. 2019년 7월 현재 한국마사회 홈페이지 내 온라인 일자리 상황판.

특히 ‘국민 눈높이에 맞는 좋은 일자리 창출’이라는 정부 핵심 국정 과제와 관련해 지난해 7월 일자리위원회를 발족하고 말산업과 연계한 현실성 있는 일자리 창출 대안 마련에 나섰다. 좋은 일자리 창출로 사회적 가치를 향상한다는 비전을 내세우고 향후 5년간 3천여 개 직·간접 일자리를 적극 창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홈페이지에는 ‘일자리 상황판’까지 등장한 상황.

올해는 양과 질 모두 만족할 2,486개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으로 일자리 상황판을 개편하고, 관련 주요 이슈를 선제적으로 발굴해 홍보도 추진한다는 방침. 지난 6월 열린 제2차 일자리위원회에서도 일자리 창출 중장기 계획을 조정하면서 창업 활성화와 아이디어 공모전(하반기), 협력 업체 협업 강화 등을 주제로 토론하며 마사회 및 민간 분야 일자리 창출 성과를 독려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좋은일자리기획단을 대신할 일자리 창출 전담 부서 설치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2천여 명에 가까운 비정규직을 정규직(무기 계약)으로 전환하고, 파견 및 용역직의 정규직 전환을 논의하고 있지만 변화한 시대는 더 명확하고 분명해지길 요청하고 있다. 민간 등 현장 사업체도 마찬가지다. 본사가 실시한 말산업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구직자들이 원하는 급여나 환경 수준을 대다수 현장은 아직 따라가지 못한다. 경영 상황이 열악하기 때문이라는데, 대부분 최고 경영자의 결단 부족과 효율만 강조하는 복지 인식 미흡 등이 근본 원인이지 않을까.

이런 상황에서 필자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기자 연봉이야 뻔하고, 업무야 말 그대로 ‘일상’이다. 변화 없는 불투명한 현재가 계속한다고 가정했을 때 펜을 접고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이다. 유명인들이야 유튜브도 하고 강연도 다니고 책도 쓰고 하겠지만, 말밥 먹던 기자는 어디 가서 말똥이라도 치우든지 경마 예상이나 해야 하나. 사실 그도 잘 못 할 것 같다. 그래서 형처럼 돌봐준 전(前) 이사님은 “있는 동안 자격증 많이 따두라”고 귓말을 남기고 홀연 세계로 여행을 떠났던가.

몇 해 전 인기 있었던 ‘미생(未生)’ 드라마의 명대사가 떠오른다. “인생은 끊임없는 반복이기에 지치지 않는 자가 성취한다”고 했던 것 같다. 성취, 즉 승진하고 연봉은 오르고, 책도 내고 그깟 이름 더 알리기야 하겠지만 그 반복 끝에서 폭풍우처럼 밀려올 허무가 벌써 두렵다. “선물로 주어진 삶, 이웃을 위해 살았는가?” 말이다. 얼마 전 한 취재원이 “기자님은 지금도 충분히 훌륭하니 쉬면서 여유도 가져야 한다”라고 충고한 적 있다. 처음엔 더 신경 써달라는 의미인 줄만 알았는데, 곱씹어보니 인생 선배로서 까마득히 어린 필자에게 진심으로 충고해 주신 말씀이란 걸 깨달았다.

세상일에 미혹하지 않고 이치를 터득한다는 불혹, 마흔을 넘기며 시작하는 ‘마흔앓이’라는 중년 위기일까. 일종의 두 번째 사춘기라는데 역마살 낀 천성 또한 어디 가겠는가. 성실한 이는 어딜 가든 인정받는다는 것 역시 자명하다. 게다가 부러 미혼에 딸린 자식 없고 빚도 없고 건강하니 진짜 하고 싶은 일 찾아 떠난들 거칠 것 없으리라.

말산업저널 이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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