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기수, 예상가, 마사회 직원 등 개인 SNS, 방송 주목··투명·공정 촉진 기대

지금이야 세대 구분 없이 유튜브에 익숙하지만, 벌써 4년 전쯤일 게다. 유튜브도 여러 SNS 계정 가운데 하나로 관리하며 ‘눈팅’만 하던 필자에게 한 지인의 일상은 충격이었다. 하루 시작과 끝을 침대 속에서 유튜브와 함께하는데 사주, 로또, 연예, 음모론 등 온갖 잡학한 것들을 보며 히히덕거렸다. 걸러지지 않은 가짜 정보가 굉장한 소스라도 된 마냥 호들갑이었고, BJ, 유튜버라는 이들이 어디서 성형했네 등등 신변까지 줄줄 꿰고 있었다.

시도 때도 없이 영상을 공유하는 톡을 보낼 때마다 솔직히 지긋지긋했다. 얼마나 할 일이 없으면 저럴까, 삶이 얼마나 무료하면 저런 것에서 위안을 얻을까, 주관은 어디 가고 귀만 얇으니 저런 것들에 속지, 하며 그를 안쓰럽게 여겼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필자가 딱 그 꼴이다. 물론 기자, 작가로 업을 삼지 않았다면 눈길조차 안 줬겠지만. 다른 직업이었다면 아마도 눈팅이 아니라 직접 콘텐츠를 만들고 있었을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유튜브가 ‘돈’이 되는 건 변함없지만, 가짜뉴스 붐을 타고 유튜브는 이제 일상, 소통의 대표 창구가 됐다. 물론 구독자 수와 조회 수가 일정 수 이상 돼야 몇 원, 몇백 원이라도 버는데 더 중요한 건,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그저 개인 일상을 공유하고 자기 목소리 내는 창구로 글보다 영상을 택했다는 사실이다. 영상은 글보다 더 순순하고 날 것(raw) 그대로인 데다 나 아닌 대상을(혹은 객관화된 자신을) 쉽고 편하게 그대로 담아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

본사 말산업저널 유튜브 채널. 말산업 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소식도 접할 수 있다.
본사 말산업저널 유튜브 채널. 말산업 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소식도 접할 수 있다.

지난해부터 말산업계도 개인 중심 유튜브 채널 개설이 부쩍 늘었다. 한국마사회 경마 방송이나 페나코바TV 등은 이전부터 영상 기획에 집중해 각종 콘텐츠를 생성하고 있지만. 전현직 기수나 경마 예상가(애널리스트), 마사회 젊은 직원들 등 개개인이 유튜브 외 각종 SNS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단지 수익, 돈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대다수 성공한 유튜버들의 경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알리고, 일상을 공유하고 싶은 목적의식이 뚜렷했기에 초기 어려움이 있었어도 꾸준할 수 있었다. 그랬기에 성공했다. 말산업과 관련해 콘텐츠를 생성하고, 현재 주목받는 유튜버들도 마찬가지라고 필자는 판단한다.

여러 채널 중 박수홍 전 경마 기수의 채널(바로 가기)이 참신한 기획과 돋보이는 그래픽, 진솔한 이야기로 상당히 큰 반응을 얻고 있다. 승마에서는 국가대표 이건주 선수가 ‘이건주의 말이랑TV(바로 가기)’를 최근 개설하고 승마 레슨을 하면서 대중에 다가서고 있다.

국내 대표 여성 기수로 활약하는 김혜선 기수도 이번 주부터 ‘혜선 기수 브이로그’를 제목으로 유튜브를 시작했다(바로 가기). ‘어느 여기수의 화장법’, ‘나비라 부르면 좋아 죽는 말’ 등 새벽 훈련을 하는 일상을 담아냈다. 김혜선 기수는 과거 공중파에서도 다큐, 퀴즈 프로그램 등에 여러 차례 출연하며 경마 기수의 일상을 알리고, 경마 대중화를 위해 노력했었다.

중고로 산 카메라를 직접 들고 현장을 찍으며 김혜선 기수는 “기수들이 이렇게 힘들게 말을 타요”라고 했는데 그 말이 유독 가슴에 와닿았다. 숙소에서 새벽 4시에 일어나 가볍게 화장한 뒤, 킥보드를 타고 마방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인사하고 말을 훈련하며 장비 등을 직접 설명하는 모습에서는 스포츠 스타의 프로다운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승마, 경마 등 말산업 관련 영상을 보면 과거와 확연히 달라진 점을 공통으로 느낄 수 있다. 어렵기만 한 승마 레슨은 쉽게 이해가 되고, 국민은 쉽게 다가갈 수 없었던 마방이라든지 새벽 훈련 모습을 보며 더욱 친근하게 느껴진다는 점. 이는 기존 언론이 뉴스를 기획하고 공들여도 만들 수 없는 현장 당사자의 생생한 일상이다. 그리고 오늘날 국민 다수는 이런 ‘콘텐츠’를 더 사랑한다.

마사회 젊은 직원들이 사무실 뒷공간에서 ‘브이’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고, 이른 새벽 경주마 마방 깊숙한 현장까지 영상에 담아내는 노력은 국민마사회가 지향해야 할 소통, 투명 나아가 공정성 확보와 맥을 같이 한다. 그간 우리가 꼭꼭 숨기고, 모른척하고, 입막음하던 관행은 이렇게 현장에서부터 깨지고 있다. 시대가 변하고 있다는 증거다.

반면, 정책은 현장을 따라가지 못한다고, 얼마 전 경마 예상 유튜버의 영상을 우연히 본 적 있는데 이 문제는 하루빨리 정리가 필요할 듯싶다. 소장용이나 상업용이 아니면 경주 영상을 쓸 수 있다고 했는데 저작권 신고를 당했다는 것. 정부도 공공 데이터를 개방하고 이를 토대로 민간에서 앱을 만들어 창업을 독려하는 시대인데 마사회는 거꾸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마 경주가 열리는 건 팬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고, 팬들을 위해 경주를 대신 알리고 소개하는데 지원이나 격려는 못 할망정 ‘저작권’ 신고는 부당하다는 것.

한국마사회가 공기업 아닌 민간 기업이라면 모를까, 방송센터까지 운영하며 그 역시 유튜브를 운영하고 있고, 즉 별도 수익이 발생하는 등 여러 딜레마에 처한 만큼 정책 구조상 변화, 대안이 필요하다. 유튜브 채널 운영 특성(같은 영상 중복 게재 금지 등)도 고려하되 경주 영상이라든지 경마 정보 저작권 문제에 대해 명쾌한 지침이 요구된다. 유일 경마 시행체의 존재 이유는 독점하라는 게 아니라 고객과 팬, 즉 국민을 위한 행정, 편의를 최대한 서비스해야 한다는 의무 부여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영상= 김혜선 기수 유튜브 채널).

말산업저널 이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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