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올림픽 진출권 대회’ 한국 대표 전재희 선수 인터뷰
“해볼만 하다···한국승마 대표한 만큼 최선 다할 것”
“스폰 문화 없이는 승마도 없다”
“유럽에서 승마는 하나의 문화···공연 보는 것과 비슷해”

[말산업저널] 황인성 기자= 2002년 월드컵. 한국축구가 4강의 기적을 이뤄낼지 그 누구도 장담하지 못했다. 국내에서 열리는 대회이긴 했지만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됐던 일이었기에 그 감동은 배가 됐다. 

이번에는 한국승마가 꿈을 향한 도전을 펼친다. 국제승마의 변방국인 한국승마가 낮은 가능성이지만 젊은 패기를 앞세워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오는 8월 12일과 13일 양일간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2020 도쿄올림픽 장애물 단체전 국자가격 획득대회’에 권만준·김보선·전재희 선수 등 3인이 한국승마를 대표해 출전하는 가운데 전재희 선수와의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유럽에서 전해온 전재희 선수의 이야기를 엮었다.

오는 8월 12일과 13일 양일간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2020 도쿄올림픽 장애물 단체전 국자가격 획득대회’에 권만준·김보선·전재희 선수 등 3인이 한국승마를 대표해 출전한다. 유럽에서 활동하는 전재희 선수에게 유럽승마 문화와 분위기를 물었다(사진= 전재희 선수).
오는 8월 12일과 13일 양일간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2020 도쿄올림픽 장애물 단체전 국자가격 획득대회’에 권만준·김보선·전재희 선수 등 3인이 한국승마를 대표해 출전한다. 유럽에서 활동하는 전재희 선수에게 유럽승마 문화와 분위기를 물었다(사진= 전재희 선수).

-근황을 알려 달라. 
올림픽 선발전 준비 막바지 단계이다. 올림픽 선발전 레벨에 맞춰 3*급 승마대회 150·155·160클래스 경기에 집중적으로 뛰고 있으며, 한창 훈련 중이다. 여러 마리의 말이 있다면 여유가 있었을 테지만 한 마리밖에 없어 말 컨디션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다치지 않도록 주의하고 있다.

-협회 차원의 지원이 부족했던 걸로 안다. 개인적인 훈련과 활동으로 어렵사리 출전하게 됐는데. 어떤 각오로 임할 것인지. 
현재 한국승마가 안정되지 않았고, 승마 시장 자체가 힘들다 보니 도움을 받지 못한 것 같다. 그래도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나가는 만큼 최선을 다해 후회 없는 경기를 하고 싶다. 현재 여건에 대한 불만을 갖기보다는 향후 한국승마가 국제무대에 설 때 발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선수들이 지원받아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구체적으로 어떠한 도움이 필요한지. 
물론 재정적인 지원이 가장 절실하고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밖에도 도움이 필요한 부분은 행정업무이다. 대한승마협회에서는 지금도 잘 해주고 계신다. 이번 올림픽 선발전에도 4명의 선수가 출전했다면 좋았을 텐데. 여유가 없이 3명의 선수만 가게 돼 너무나 아쉽다. 한 국가를 대표해서 출전하는 만큼 자켓, 헬맷 등 공통 물품이 지원됐다면 더욱 도움이 됐을 텐데. 이번에는 결국 다 다른 자켓을 입고 나가게 됐다.

-쉽지 않은 타국 생활을 하고 있다. 유럽 무대에서의 생활은 어떤가.
정말 ‘맨땅에 헤딩’하는 느낌이었다. 6년 정도 유럽에서 활동하고 있는데 멀리 타국이다 보니 쉽지 않은 것만은 분명하다. 특히, 유럽 무대에서 활동했었던 선배들의 계보가 계속되지 않았단 사실이 아쉽다. 직접적인 도움을 받지 않더라도 유럽에서 활동하는 선배들을 보면서 ‘아 저 선배는 저렇게 길을 가고 있구나’, ‘올림픽·세계승마선수권을 준비하려면 이런 방법이 있구나’, ‘이런 수준의 말을 사야 되는구나’ 등을 생각하며 간접적인 도움을 받았을 텐데.

-과거에 유럽에서 활동한 국내 선수들의 얘기는 들었나.
아테네 올림픽을 전후로 삼성전자 승마단이 유럽에서 활동했던 걸로 안다. 당시 엄청난 지원을 받기도 했지만 기량이 뛰어난 선배님들의 활약이 대단했다고 지금도 전해진다. 과거 삼성에서는 승마단에 대한 지원뿐 아니라 유럽 승마 스폰서십도 추진했었다고 한다. 삼성에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까지도 지원을 했었는데 말 지원은 없었다고 한다. 지속적인 지원이 있었다면 한국승마는 지금보다도 진일보했을 건데 아쉽다.
삼성전자 승마단 이후에는 개별적으로 유럽에서 활동했던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활동 기간도 길지 않았다고 들었다. 계속해서 유럽무대에서 활동하지 않더라도 인연이 닿으면 도움을 받았을 텐데 내가 유럽에 갔을 때는 그런 도움을 받긴 힘들었다.  

-유럽 승마에 대해 관심을 갖는 후배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맨땅에 헤딩’, ‘바위에 계란치기’라는 표현을 쓰긴 했지만 한국선수들이 도전한다면 충분히 해볼만 하다는 생각도 든다. 한국선수들은 재능이 뛰어나기 때문에 조금만 여건이 받쳐준다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어린 선수들이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해봤으면 좋겠다. 그럼 분명 길은 열릴 거라고 본다. 그마저도 안 하면 한국승마의 길은 없을 것이다.

-호주, 일본이 빠졌다고 하더라도 도쿄 올림픽 진출권 획득이 쉽지만은 않아 보이는데.
누구는 굉장히 좋은 기회라고 말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올림픽 선발전이기 때문에 어려울 거라고 말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때를 기다리며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다. ‘진인사대천명’이란 생각으로 준비하고 있다. 그래도 ‘해볼만 하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는 현실적으로 경쟁하는 국가들이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각국의 수준을 평가해본다면.
G그룹에 배당된 2장의 티켓 중 한 장은 뉴질랜드가 사실상 챙길 테고, 나머지 한 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것이다. 뉴질랜드에서 출전하는 4명의 선수 모두는 현재 높은 레벨에서 평균 이상의 성적을 보여주고 있다. 
향후 승마 신흥국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이는 중국은 재정적 지원은 압도적이다. 말들의 값이 우리나라 선수들의 말에 비해 몇 배를 호가한다. 경험이 부족한 어린 선수들이 대거 유럽에 나와 있어서 그렇지 국가 차원의 준비는 가장 잘 됐다. 중국은 리저브 선수까지 5명까지 준비돼 있다. 
홍콩 선수들은 모두 잘 타는 선수이다. 하지만, 말들은 그에 비해 부족한 것 같다. 홍콩에서 제일 잘 타는 선수 두 명은 한두 달 전 급하게 준비를 했다고 들었다. 아무래도 G그룹 상황을 보니 해볼 만하고 판단하고 급하게 준비한 것 같다.
우리나라는 중간 수준이란 생각이다. 선수들의 기량이 높지도 떨어지지도 않는 평이한 수준이다. 선수 3명의 평균점을 내기 때문에 최대한 감점을 줄인다면 해볼 만하다. 필리핀 선수들의 이력은 잘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한국이 다른 국가에 비해 지원을 못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유럽은 ‘기업 스폰’뿐 아니라 ‘개인 스폰’ 문화도 활성화 돼 있다. 어떤 식으로 스폰이 이뤄지고, 선수들이 도움을 받고 있나.
스폰 없이 승마를 계속 할 순 없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론진, BMW, H&M, 헤르메스, 구찌, 롤렉스 등은 기업의 홍보 효과를 내기 위해 기업 차원의 스폰을 대회 또는 선수에게 한다. 그리고 그 옵션이 엄청 다양해서 케이스마다 각기 다르다.
유럽에서 승마는 하나의 비즈니스이다. 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탑클래스 라이더들도 말을 사고파는 비즈니스와 깊은 관련을 맺고 있다. 부호가 아닌 이상 비즈니스 없이 승마를 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는 일이다. 국내 기업인 삼성, 현대의 현지법인들도 가끔 승마와 관련된 스폰을 하는데 가끔 그런 걸 보면서 한국 기업이 한국선수들에게도 스폰을 해줬으면 좋겠단 생각을 해봤다.

-만일 유럽 승마무대에서 크게 활약하고 있는 한국선수가 기업 스폰을 받는다면 홍보 효과는 있다고 생각하나.
유럽에서는 승마가 인기 있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확실히 있을 것이다. 과거 삼성이 국제승마연맹의 메인 스폰으로 참여하기도 했었고, 유럽에서 활동하던 삼성승마단을 후원하면서 인지도가 높아졌다고 들었다. 게다가 승마는 유럽에서도 고급적인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그 효과도 낼 수 있다.

-전재희 선수는 스포을 전혀 안 받고 있나.
아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스폰이 없이 승마를 한다는 것은 어렵다. 한국에서 여러 형태로 도움을 받고 있어 감사한 마음이다. 세종시승마협회, 스티븐승마클럽,K-toto, GUESS에서 개인적인 지원을 해주셨다. 유럽에서는 벨기에 챔피언인 Lieven Devos 선수로부터 트레이닝 받고 있다.

-전재희 선수가 바라는 한국승마의 미래 모습은.
과거에는 소수층만이 즐기던 골프가 국민들이 즐기는 스포츠가 됐듯이 승마도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스포츠가 됐으면 좋겠다. 국내 승마시장이 커져서 승마선수들이 먹고 사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지 않고, 전문체육 선수들은 아시안게임을 넘어 올림픽, 세계승마선수권에 출전해 상위권에 들어가길 바란다. 
또한, 이를 위해 가장 빠르게 유럽의 선진국의 승마 문화를 그대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한국인들은 머리가 좋기 때문에 ‘베이직’한 것들을 기반으로 우리 실정에 맞게 변형해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의 경우는 처음에는 완전 유럽에서 승마를 그대로 가져와서 지금은 자기 색깔을 입혀 탄탄히 가고 있다. 자국 내에  재팬 리그가 있고, 국제승마대회도 많이 열린다. 돈이 많이 들겠지만 국제승마연맹(FEI) 공인 인증을 받은 대회가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그러한 행보들이 쌓인다면 한국승마도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춰갈 수 있을 것이다.

-아직도 국민들은 승마는 일부 상류층의 스포츠로 인식하고 있다. 승마 현장에서 활동하는 승마선수로 한 마디 한다면.
승마에 대한 많은 편견이 있다. 부유층의 레저 스포츠로 많은 돈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 승마선수로 활동하지 않는다면 그 정도의 비용 부담이 드는 것은 아니다. 유럽에서도 재정적 뒷받침 없이 전문 승마선수로 뛰는 것은 어렵고, 고급스런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그에 대한 진입 장벽은 국내보다는 낮다. 유럽에서는 학교 체육으로 승마를 배우고 말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승마를 알기에 유럽에서 열리는 승마대회를 보기 위해 주말마다 승마장을 찾는 이들이 많다. 정말 부러운 일이다. 유럽에서는 승마시합 관람을 하나의 문화생활로 즐기는 것 같다. 마치 연극이나 공연을 보는 것처럼 하나의 문화로 향유하는 모습이다. 아무래도 유럽은 저녁에 놀 수 있는 게 많이 없으니 승마시합장을 찾아 경기를 보고, 주말에 파티도 하고 그 안에서 비즈니스도 자연스럽게 이뤄지더라. 한국마사회가 승마 저변 확대를 위해 많은 활동 등을 펼치고 있는데 한국도 못할 이유는 없다는 생각이다. 편견을 깨고 승마를 봐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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