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장을 처음 찾는 국민들을 대상으로 ‘착’이 무슨 뜻인지 아느냐고 물어보라. 또는 재결이나 조교가 무엇인지 아느냐고 물어보라. 아마도 대부분은 모른다고 답할 것이다. ‘조교사’를 ‘조련사’로 이해하는 국민들도 많다. 경마장에서는 일반 국민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일본식 용어와 생소한 용어들이 난무하고 있다. 가뜩이나 경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지니고 있는 국민들은 용어를 듣는 순간 더 경마와 멀어질 수밖에 없다. 돈 드는 일도 아닌데 왜 경마용어를 알아듣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용어로 쓰지 않는 것일까. 일반 국민들은 ‘대상경주’와 ‘경마대회’ 두 용어 중 어떤 용어를 친근하게 느낄까. 각종 스포츠종목에서도 경마의 ‘대상경주’ 개념을 대회로 부르는데 익숙해 있다. 월드컵축구대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등 큰 이벤트 뒤에는 ‘대회’라는 명칭을 붙이면 무슨 뜻인지 금방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사용하는 일부 경마용어의 경우 일부러 어렵게 하여 국민들을 경마로부터 점점 더 멀게 하려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한국마사회는 일본식 조어와 비어 등으로 만연된 우리의 경마용어를 순화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렇지만 아직도 일반 국민들이 느끼기에는 생소한 용어들이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마용어는 1922년부터 해방 때까지 33년 동안이나 일본인에 의해 경마가 시행되었기 때문에 일본식 조어가 많이 사용된다. 한국마사회는 오래전부터 경마용어를 순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일본식 조어나 난해한 용어 26개를 변경하여 사용하고 있다. 순화된 용어만 사용하는 경우 18개와 병행사용 용어 8개 등이다. 강착은 착순변경, 견습기수는 수습기수, 내국산마는 국내산마, 연대율은 복승률, 종부는 교배, 장내정리는 질서유지 등으로 용어를 순화하여 사용하고 있다. 또 병행해서 사용하는 용어로는 마필=말, 장외발매소=지점, 종마=씨말, 빈마=암말, 종모마=씨수말, 종빈마=씨암말 등이 있다.

한국마사회가 26개 용어에 대해 순화작업을 벌인 것은 뒤늦게나마 다행스런 일이었다. 그러나 일부용어는 순화를 시켰다고 하지만 여전히 일본투를 사용하고 있는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또 26개 용어 외에도 더많은 용어들이 시급히 고쳐져야 함에도 그대로 둔 것은 못내 아쉬움을 자아낸다. 순화된 용어 중에 다시 교정이 필요한 용어로는 강착-착순변경, 착순심판-착순판정, 내국산마-국내산마 등이다. 착순변경은 순위변경으로, 착순판정은 순위판정으로, 국내산마는 국산마로 변경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순화시키지 못한 용어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이 있다. 순화되지 않은 용어들이 한국마사회법에 그대로 있어 용어의 변경은 국회에서 마사회법을 개정해야할 입장에 놓여 있다.

대표적으로 승마투표권은 마권. 대상경주는 경마대회. 조교사는 감독. 기수는 선수. 조교보는 조감독 또는 코치. 재결은 심판 또는 심의. 재결위원은 심판위원 또는 심의위원. 착은 위 또는 등. 1착은 우승 또는 1위,1등. 2착은 준우승 또는 2위, 2등. 3착은 3위 또는 3등. 동착은 공동골인 또는 동시골인. 출주마는 출전마. 발주는 출발 또는 스타트. 재정위원회는 상벌위원회 등으로 바꾸면 어떨까?

이런 상황에서 한국마사회는 올해부터 4개의 경마대회를 서울과 부산을 번갈아가며 시행하고 또 서울과 부산의 모든 경주마들에게 출전자격을 부여했다. 그런데 이를두고 교류경마라고 선전하고 있다. 과연 맞는 용어인가. 다같이 한국 내에서 생산되고 육성된 경주마들이 출전하여 펼치는 경마를 놓고 교류경마라고 하니 누가 이를 이해할 것인가. 가령 A목장에서 태어난 B라는 경주마는 서울경마장 소속이고 C경주마는 부산경마장 소속이라고 할 때 무슨 교류를 하겠다는 것인지 언뜻이해가 되지 않는다. 서울경마장도 한국마사회 것이고 부산경마장도 한국마사회 것이다. 그리고 다같은 서러브레드 경주마로 경마를 시행하고 있다. 무슨 교류를 한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서울과 부산은 하나의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것이 맞다.

가뜩이나 부정적인 편견에 시달리고 있는 경마를 일반 국민들이 친근하게 느끼게 하기 위해서는 여타의 스포츠에서 쓰는 아름다운 우리 말(言)을 찾아 쓰는 것이 좋을 것이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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