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마생산자협회, 9월 1일 지구력 승마 페스티벌·제1회 유소년 오픈승마대회 개최

2013년 6월 <말산업저널>이 창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제주 출장을 가게 됐다. 마연구회 하계 학술 심포지엄이 열린 자리에서 한라마 생산 농가, 승마클럽 관계자 분들이 스스로 인터뷰 요청도 하고 꼭 현장을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한라마의 제주경마 퇴출 문제는 이미 알고 있었던 터. 현장 관계자들이 적극적으로 언론에 손짓한다는 사인은 현장 문제가 심각하다는 의미다.

그때부터였다. 2013 제주오픈지구력승마대회 때부터 시작해 뻔질나게 제주를 찾을 때마다 한라마 관계자들과 만났다. 촉(?) 하나 믿고 살아온 필자 판단은, 한라마의 제주경마 퇴출은 날짜 여부를 떠나 이미 ‘확정’이었고, 더 나아가 승용마는커녕 아예 제주마로만 활용하겠다는 정책 의지가 읽혔다는 게 문제.

그간 역사를 쭉 찾아보니 한라마는 ‘골칫덩어리’로 낙인찍힐 수밖에 없었다. 한라마의 제주경마 퇴출에는 인위적인 정치적 배경도 껴있다고 판단됐다. 하지만 한라마는 서러브레드에 이어 가장 많은 두수를 자랑하는 종이고, 승용마로서도 그 능력이 탁월하다는 점을 국내외에서 인정받은 것 그리고 제주경마의 핵심 자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었다.

생산 농가, 협회 관계자들은 사비를 더해 대회를 열고, 판매 활로를 개척하고 인맥을 총동원해 한라마 살리기에 나서는데 행정은 따라오지 아니, 따라갈 생각이 없었다. 여전히 한라마는 ‘잡종’이었고, ‘제주산마’였으며 활용 가치가 없다고 했다.

다행히 제주가 제1호 말산업특구로 지정되면서 혈통 정립 등 각종 사업을 추진하게 됐고 내륙을 포함해 현장 수요가 꾸준히 늘었지만, 한국마사회는 2006년에 확정한 혈통 제주마 중장기 시행 정책에 따라 2020년부터 100% 제주마 경마만 시행하기로 한 원칙을 재확인하며 혈통 형평성 논란을 다시 부추겼다.

당시 김상필 전 한라마생산자협회장은 ‘응답하라, 마사회’란 기고를 통해 “우리나라 말산업 중 경마산업 외에 승마나 마육, 기타 연관 산업은 걸음마 단계인데 농가의 자생력이 미비하고 시장이 형성되지 못하는 현실에서 농가들을 경마산업 외에 타 산업으로 내모는 건 마치 수영할 줄 모르는 어린아이를 넓은 바다에 내몰아 살아가라는 뜻과 진배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토종’ 천연기념물이라는 제주마 단독 경마 시행을 3년 연기하는 것으로 2023년 한라마 퇴출이 확정됐고(2016년 2월 17일 제주 말산업 상생 발전 합의), 농림축산식품부와 제주도 그리고 마사회는 한라마를 국내 대표 승용마로 전환하는 노력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도 아직 말 이력 관리 등이 제대로 안 돼 경주퇴역마의 승용마 및 말고기 시장 진입 등 정책 혼란 등으로 한라마 망아지를 낳으면 쓸 곳이 없어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등 한라마 생산 농가의 시름은 계속되고 있다.

한라마는 우리 말산업과 참 닮았다. 어려운 화두고, 난관에 시달렸으며 실제 그러했다. 하지만 그 가능성은 모두가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 미래며 지원해야 할 대상이다. 그래서 ‘애정’할 수밖에 없다. ⓒ말산업저널 황인성
한라마는 우리 말산업과 참 닮았다. 어려운 화두고, 난관에 시달렸으며 위태위태, 실제 그러했다. 하지만 그 가능성은 모두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소중한 존재. 그래서 우리 미래며 지원해야 할 대상이다. 그래서 ‘애정’할 수밖에 없다. ⓒ말산업저널 황인성

이런 가운데 한라마생산자협회(회장 강동우)는 올해 초 생산자를 대상으로 ‘제1회 한라마 생산자 역량강화 세미나’를 개최했고, 제주 축산진흥원 말 거점 조련센터를 위탁운영하며 생산 농가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또한 경북 영천시와 업무협약을 맺고 운주산승마조련센터에서 한라마를 위탁 조련하는 등 우수 승용마 생산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9월 1일 렛츠런팜 제주에서 열리는 ‘2019 제주 지구력 승마 페스티벌 겸 제1회 유소년 오픈승마대회’도 같은 맥락. 2014년부터 개최한 대회를 본격적으로 지속, 확장해 다양한 콘텐츠를 입히고 있다. 올해는 특히 암행 투표인을 통해 한라마를 가장 사랑하고 아끼는 선수를 선정하는 ‘마사랑 콘테스트’라는 특별한 프로그램도 선보인다.

말산업 주요 협회들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한라마생산자협회만큼 회원(생산자, 생산 농가)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는 단체가 또 있을까. 협회 임직원들도 선대 때부터 말을 기르고 생산하는 농가 주체이기에 네 일, 내 일 구분 없이 함께할 수 있는 것. 주최·주관하는 대회가 지속해서 확장하고 획기적인 콘텐츠를 계속 선보일 수 있다는 건 역시 기획부터 시행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 있어 남들은 모르는 수고, 눈물, 헌신 그리고 공동 목적을 향한 협회원들의 합심이 있기에 가능하다. 이번 대회를 통해 부디 한라마가 진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민 대표 승용마로 자리할 수 있도록 정부와 도·마사회 그리고 협회 모두 힘 모으기를 재차 촉구한다.

말산업저널 이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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