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산업 칼럼] 우리 안에 남은 친일·적폐 찌꺼기는
[말산업 칼럼] 우리 안에 남은 친일·적폐 찌꺼기는
  • 이용준
    이용준 cromlee21@horsebiz.com
  • 승인 2019.09.25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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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 70주년 한국마사회, 역사에 영원히 남으려면

“퉤, 천구백삼십년대 지금처럼 그때도
시인 박사 선상님들
애법, 먹물께나 먹었단 이들
퉤, 퉤, 너도 나도 유식한 말

왜말 찌꺼기 좇아 쓸 때
봄봄 산골나그네 만무방 동백꽃
김유정만큼은 우리말 잘 살려 썼다…”

필자가 평소 흠모하는 윤한로 선생님의 시 ‘퉤, 퉤’에서는 우리말 바로 쓰기, 문장론이 왜 중요한지 말하고 있다. 시작 메모는 더 재미있는데 “우리말이라고 쓰는 게 왜말 찌꺼기에 얼마나 더럽혀졌는가고”라며 밑바닥 삶을 살고 밑바닥 사람들 마음에 귀 기울여야 우리말과 진실이 담긴다고 했다.

뜬금없이 시 타령은 아니고, 시 쓰겠다는 것도 아니. 지난 연휴 때 ‘말모이’란 영화를 보고는 감동 받아 우리말을 지키려고 했던 진짜 애국지사, 나라 사랑이 누구고 무언지 다시 고민하고 있다. 얼마나 쓸데없는 말을 내뱉고 얼마나 정신을 더럽혔는지 –비록 고의적이었다 해도- 되살피니 삶의 80%가 가짜였다. 이제는 그도 재미가 없어 생각도 안 하고, 문장은 쓰지도 않고, 맥락은 보기도 싫지만.

언어도 시대 따라 변해서 자장면은 짜장면이 됐고, 시대정신은 혐오가 지배했으니 이 또한 지금 현재 역사다.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시간 개념에 따르면 이런 ‘현재의 가변성’은 영원성에 미치지 못하니 결국 무(無)가 되지 않겠는가. 그래서 우리는 끊임없이 성화하고 발화를 갈망하는 존재일 수밖에 없다.

무슨 말인고 하니, 반성하지 않고 정리하지 않고 답습하기만 하면, 주저하고 있으면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 주기는커녕 그 존재가 ‘없음’이 된다는 뜻이다. 변하지 않으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는 거다. 우리 실생활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진리니 쓰지 않고 생각하지 않으면 말은 사라지고, 과거를 제때 그리고 제대로 정리하지 않으면 의심과 시기만 넘치고, 좁디좁은 경험칙만 관철하려고 든다는 지혜를 확인하게 될 뿐이다.

전 국민적으로 인식, 이미지가 나쁘다고 그 국민을 상대로 공모전을 열고 사회 공헌을 하고 인식 개선 사업을 하고 홍보를 한다? 정답을 알고 있어서 피해만 간다. 왜 그럴까. 뼈를 깎아 내는 고통이 싫기 때문이다. 내 잔이 아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80년대도, 90년대도, 2000년대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옷만 갈아입었지 속은 그대로다.
전 국민적으로 인식, 이미지가 나쁘다고 그 국민을 상대로 공모전을 열고 사회 공헌을 하고 인식 개선 사업을 하고 홍보를 한다? 정답을 알고 있어서 피해만 간다. 왜 그럴까. 뼈를 깎아 내는 고통이 싫기 때문이다. 내 잔이 아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80년대도, 90년대도, 2000년대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옷만 갈아입었지 속은 그대로다.

또 서론이 길었다. 이번 주는 한국마사회 창립 제70주년이 끼어 있다. 공식적으로는 1949년 9월 29일. 조선마사회가 ‘한국마사회’로 개칭하면서 역사에 남게 된 날이다. 한국마사회는 26일 목요일 오후 창립 70주년 기념행사를 한다. 임직원과 말산업 관계자 800여 명이 참석하며 친목과 화합을 위한 만찬식도 한다. 국민 신뢰 경영 선포식도 하고 관현악 협연 등 공연도 한다고.

변화를 위한 노력이 근간부터 바꾸는 시도라면 늦어도 좋다. 축하할 일은 마땅히 축하하는 게 맞다. 하지만 필자는 현 상황에 여러 의구심이 든다. 오래전부터 본사가 주창했던 일제 잔해 경마 용어 바꾸기, 도박회사로 낙인찍힌 한국마사회를 ‘말산업진흥공단(원·처)’으로 바꿔야 한다는 시대 요청은 온데간데없다. 그외 바꿔야 할 것들도 수두룩하다. 반면 사회 가치 실현이니 공헌이니 국민마사회니 힐링이니 하는 좋은 모든 것들은 다 갖다 붙이는 게 솔직히 영 불안하다. 나쁜 일은 알려야 다시 반복하지 않고, 선한 일은 숨길수록 진가가 드러난다는 게 진리기 때문.

나도 모르고 쓰는 왜말이 많기에 우리말을 쓰려는 노력 없이 변혁은 불가능하다. 존재는 그 이름에 담기고 쓰는 말, 정신으로 표현된다. ‘우리말’, ‘우리 것’을 고집하는 게 세계·국제화 시대, 혐오만 남은 세대에 어울리지 않을 듯하지만 ‘내’가 있어야 ‘당신’을 인지하듯 영원이 선재해야 ‘없음’을 쓸 수 있듯 주체는 중요하다. 아무쪼록 70주년이라는 곧 다가올 현재가 단지 기념행사로 끝나지 않는, 말과 선언에만 그치지 않는 영원으로 회귀하기를 바란다.

말산업저널 이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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