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용원 음악통신 71] Critique: 고양시 교향악단 다이내믹 클래식, 콘체르토 시리즈 IV
[성용원 음악통신 71] Critique: 고양시 교향악단 다이내믹 클래식, 콘체르토 시리즈 IV
  • 성용원 작곡가
    성용원 작곡가 klingsol@hanmail.net
  • 승인 2019.10.06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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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5일 토요일 오후 5시, 고양 아람누리에서 열려

레스피기에 의해 인도되는 환상의 non diegetic 로마 여행.

작곡가 자신의 직장이 있던 로마의 건축물이나 자연 풍경, 도시의 각 시대별 전설과 축제를 음악으로 표현한 레스피기의 로마 3부작은 음악 기행문으로서 리스트의 <순례의 해>와 더불어 서양 클래식 음악사에 독특하면서도 차별화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곡들인데 그래서 우리는 로마에 가보지 않아도 레스피기의 인도로 로마의 소나무와 분수도 보고 거기에 관련된 정경과 환영을 파노나마처럼 쫓아가면서 로마를 여행하게 된다. 관현악의 대가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제자답게 레스피기는 말 한마디 없이(non diegetic) 로마를 소리로 생생하게 형상화하는 최고의 가이드다.

고양시 교향악단의 다이내믹 클래식 콘서트 시리즈 IV, 사진제공: CNB뉴스, 김진부 취재본부장
고양시 교향악단의 다이내믹 클래식 콘서트 시리즈 IV, 사진제공: CNB뉴스, 김진부 취재본부장

레스피기의 로마 3부작 중 <로마의 소나무>와 <로마의 축제>가 2부에 고양 심포니 오케스트라에 의해 연주되었다. 곡의 규모와 인원 그리고 구성면에서 확실히 방대하고 완숙한 레스피기 음악의 대표작이다. 이런 대규모의 교향시를 연주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건 인원이다. 모차르트 같은 소규모 오케스트라의 곡보다 2배가 넘은 인원이 들어가고 다양한 타악기가 첨부되며 심지어의 발코니의 관악 밴드로 추가된다. 정단원과 곡과 형편에 따라 그때그때 투입되는 객원 연주자 간의 조화로운 앙상블을 혼합하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시끌벅적한 축제와 행진곡에서는 소리의 증폭으로 인해 디테일한 게 묻혀 간다. 하지만 레스피기 음악의 매력은 시적인 정서미와 섬세한 감각 그리고 지극히 이탈리아적인 우아함과 품위에 있다. 레스피기보다 더 직접적인 채색의 묘사의 작품이라 오늘 연주의 첫 곡이었던 베르디의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에서 이런 이탈리아적인 색채와 농후했다. 레스피기 <로마의 소나무>에서는 정경적 표현과 오케스트라의 매혹적인 색채가 <로마의 축제>에서는 시시각각 변하는 외부의 장면과 색채가 기본적인 일련의 평면으로 환원되어 버렸다. 축제 안에 일어나는 다양한 군상의 모습과 소란스런움, 작은 움직임이 민중들이 집결한 거대한 광장의 집단(the mass)이었다. 

고양시 교향악단의 지휘자 카를로 팔레스키
고양시 교향악단의 지휘자 카를로 팔레스키

파가니니는 불세출의 기교로 비르투오소 시대를 개창한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이긴 하지만 일급 작곡가는 아닌 게 천만다행(?)이다. 파가니니 같은 희대의 인물이 베토벤이나 슈만의 수준으로 곡까지 썼다면 그건 너무 불공평하기 때문이다. 물론 파가니니에게는 이태리 출신답게 빼어난 장점이 있다. 바로 선율이다. 이태리 칸초네 풍 또는 벨칸토 오페라의 아리아 같은 느낌의 선율은 풍부하다. 하지만 콘체르토 같은 대곡은 선율만으로 완성될 수 없다. 즉 그 선율을 담은 구조와 형식이 밑받침되어야 되는데 그런 점은 미비하다. 일급 퍼포먼스로 펼치는 진기명기, 화려한 쇼이다. 그런 파가니니의 초절 기교를 현 생존하는 한국의 바이올리니스트 중에 양인모만큼 구연할 수 있는 연주자도 없을 것이다. 양인모의 진기명기를 본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자 값진 시간이었다.

파가니니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협연한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2015년 프레미오 파가니니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우승자답다.
파가니니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협연한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2015년 프레미오 파가니니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우승자답다.

수도권 지방 도시 내에서의 오케스트라나 합창단 등의 예술단을 운영하는데 한도가 있다. 도시의 경제력과 인구수, 인프라, 인구 대비 클래식 음악 향유층의 수, 시와 문화 재단에서의 재정 지원의 범위, 시의회와의 협의와 조율 등 여러 사안을 고려해 볼 때 무대에 올리기 결코 쉽지 않은 대작인데 고양시 교향악단의 이런 '다이내믹'한 행보를 통해 고양시민은 다양한 레퍼토리를 접하고 감상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맞고 있다. 더구나 2018년 4번의 마스터피스 시리즈를 포함 올해인 2019년에 진행되고 있는 총 5번의 콘체르토 시리즈도 문태국, 신지아, 양인모 등 광범위한 팬덤을 소유한 한국 클래식 음악계의 신예 아티스트를 꾸준히 섭외, 고양시민들에게는 쉽게 접하기 힘든 레퍼토리와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는 한국 스타플레이어들을, 한국 클래식 음악계는 프로그램의 확산과 영 아티스트들의 연주 기회 및 매니지먼트 역할이라는 일거양득의 시간을 고양시 교향악단이 끌어가고 있다.

올해로 고양시 교향악단의 계약기간 2년이 만료된다. 실로 2년이라는 시간은 문화예술에 있어 씨를 뿌리기에도 적은 시간이다. 가치창출 면에선의 예술은 촌각을 다투는 경쟁과 속도전이 아니고 적어도 한 세대가 지나야 한다. 고양시가 이제 다시 오케스트라를 공모하고 선발해서 장기간 음악과 예술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줘야 한다. 그래서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의 문구를 인용한다.

새로운 과학적 진리는 그 반대자를 설득하고 그들에게 새로운 빛을 보여줌으로써 이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대자가 멸종하고 새로운 세대가 성장하여 그들에게는 당연하게 여겨질 때에 비로소 승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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