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한양대 성악과를 졸업한 한 청년이 세계적인 성악가가 되겠다는 일념으로 미국으로 건너갔다. 유학생 시절 피자 한 조각으로 끼니를 때우고 처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식당에서 쥐똥을 손으로 줍기도 했다고 한다. 성악을 공부하러 유학 갔지만 사람의 인생은 한 치 앞도 모르는 법, 세계 최초로 '붙이는 매니큐어"를 개발해 미국 매니큐어 시장의 20%를 차지하고 년 2000억 매출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킨 사업가가 되었다. 그런 그가 11월 4일 모교 한양대에 한국의 젊은 음악인들이 마음껏 실력을 발휘할 장인 콘서트홀을 지어달라며 100억 원을 기부했다. 바로 코스메틱 제조업체 인코코 박화영(61)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박화영 인코코 회장, 사진제공: 동아일보
박화영 인코코 회장, 사진제공: 동아일보

올 8월 서울 성동구의 한 극장에서 대학 후배들이 준비한 오페라를 보며 열약한 환경과 부실한 음향시설을 안타까워 한 박 회장은 "한국의 공연장은 예술의전당처럼 대규모가 아니면 오케스트라가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소규모인 경우가 대부분인 한국의 현실에서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으면서 관객과의 소통도 가능한 1000명 수용 규모의 콘서트홀을 만들어 국내 모든 젊은 예술인들에게 콘서트홀을 문을 열어주고 싶다"며 청년 예술인의 조력자를 자처하며 35년 만에 모교에 거액을 쾌척, <박화영 콘서트홀>이라는 이름으로 내년 하반기 한양대 서울캠퍼스 음악대학 옆에 착공해 2023년에 완공할 예정이다.

순수예술은 사회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당장의 이익을 중시하는 시장 메커니즘이 지지하지 못하는데서 발생하는 시장실패(market failure)를 보완하는 가장 중요한 대안 중 하나인 사회적 관계 회복이 가장 필요한 분야이다. 당장 인기가 있어서 문화 소비자들에 의해 시장메커니즘이 지탱될 수 있는 대중예술과는 달리 단기적 대중성이 낮고 성과나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 순수예술은 그 자체의 사회적 중요성과 명분에 대한 자발적이고 순수한 공감과 존경이라는 선의에 기반한 도움과 기여가 없으면 생존이 불가능하다. 이번 사례에서 보듯이 사회적으로 성공한 선배가 모교를 지원하거나 독지가 또는 기업의 후원과 지원을 통해서 더 나은 문화예술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다. 유럽의 르네상스가 도래하기까지는 이태리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의 물심양면의 후원이 없었으면 불가능했고 미국의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의 기부로 만들어진 카네기홀, 록펠러가의 후원으로 조성된 링컨 센터 등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및 사회전 인도적 입장의 에술후원사업사업인 메세나(Mecenat)는 필수이다.

미국의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가 건립한 뉴욕의 카네기홀
미국의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가 건립한 뉴욕의 카네기홀

이제 문화예술에 대한 투자도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의 전환도 필요하고 다양화 안에 집중이 요구된다. 이중 KB 청소년 음악대학은 콘서트홀 건립이나 예술 단체의 공연 성사를 위한 지원금 대신 음악에 재능은 있으나 어려운 사정으로 꿈을 키워 나가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미래의 음악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KB금융그룹이 후원하고 아이들과미래재단이 주관하는 음악인재 양성 프로젝트이다. 국내 음악대학과 연계하여 음악대학교수 및 강사진의 전문적인 도제식 실기교육과 진로체험을 통해 직접 무대에서 연주하고 자신의 재능을 펼쳐 보일 수 있게 사람들에 직접적으로 투자하고 사람을 기르는 사업이다.

KB청소년음악대학 조선대캠퍼스의 향상음악회가 2019년 10월 조선대학교 사범대학 음악교육과 (학과장 김지현 교수)에서 실시되어 광주시 고등학교 재학 중인 1학년생의 작품을 조선대학교 음악교육과 4학년 재학생, 멘토선생님이 연주하였다.
KB청소년음악대학 조선대캠퍼스의 향상음악회가 2019년 10월 조선대학교 사범대학 음악교육과 (학과장 김지현 교수)에서 실시되어 광주시 고등학교 재학 중인 1학년생의 작품을 조선대학교 음악교육과 4학년 재학생, 멘토선생님이 연주하였다.

마지막으로 奇貨可居(기화가거)” (‘가히 거두어들여 큰 이문을 남길 진기한 물건이로다.’라는 뜻)의 고사를 소개하며 글을 마친다. 중국 전국시대의 상인 여불위는 조나라에 들렀다 볼모로 잡혀와 곤궁하게 살고 있는 진나라 왕족 이인을 만나게 된다. 이인을 보니 왕이 될 재목인지라, 번뜩이는 그의 사업적 판단은 거금을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보고 집에 돌아온 여불위는 아버지를 찾아가 묻는다. “땅에 투자를 하면 몇 배의 이문이 남습니까?”, “열 배!” “진주 보석에 투자를 하면?”, “백 배!”, “왕위를 이을 희망도 없고 볼모로 잡혀와 있는 왕족을 왕으로 만들면 몇 배의 이문이 남겠습니까?” “그건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이문을 남길 것이다.” 

저작권자 © 말산업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