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한국마연구회는 정승헌 교수를 차기 회장으로 선출한 뒤 2013년 사업 방안을 발표했다. (ⓒ레이싱 미디어 이용준)

- 한국마연구회 추계학술심포지엄, ‘한국 말산업 육성 정책 및 활성화 전략’
- 정책과 현장 분야 5개 세션 발표…학계도 말산업 열풍 ‘편승’

문제가 곧 희망이었다. 국내 말산업의 여러 문제점에서 말산업 육성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었다.

사단법인 한국동물자원과학회(회장 최윤재 서울대 교수) 산하 연구회인 한국말학술산업연구회(KSHRI·한국마연구회, 회장 정승헌 건국대 교수)가 12월 4일 건국대학교 새천년관 우곡국제회의장에서 ‘2012 추계학술심포지엄, 한국 말산업 육성 정책 및 활성화 전략’을 했다. 한국동물자원과학회 주최, 농협과 한국마사회 후원으로 열린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말산업 관련 정책과 학계 현장의 5개 세션 발표자가 아직 걸음마 단계인 국내 말산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 문제들이 국내 말산업 육성을 위한 ‘가능태’임을 보였다.

말산업 정책과 학계를 대표한 5명의 발표자의 내용을 종합하면, 국내 말산업 문제는 경마 위주의 성장으로 인한 다른 분야(승용마와 재활승마 분야)의 기본 인프라 부족(전문인력 부족, 관계 표준 국가 기구 전무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말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경마 등 특정 분야를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발전시키며 국가나 지자체 등의 전폭적 지지가 필요하다는 데 중지가 모아졌다. 말산업이 특정 분야에만 치우칠 수 없고, 고부가가치 창출이 가능한 융·복합 산업임을 방증한 셈이다.

국내 말산업이 경마 위주로 성장한 문제가 있지만, 경마를 규제 대상으로 인식해 위축시키면 전체 말산업 육성도 불가능하다는 발제가 있었다. 남태헌 축산정책 과장은 ‘말산업 진흥 5개년 계획의 의미-FTA 시대, 말산업을 농가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육성하기 위한 말산업 육성 방안’이란 발제에서 국내 말산업 문제점을 △정부나 지자체 전문 담당 부서 부재 △승마 활성화 기반 취약 및 승용마 부족 △현장 중심의 연구·개발(R&D) 미흡 등을 언급했다. 특히 남 과장은 경마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규제 대상으로 삼는다면 전체 말산업 매출 감소가 뒤따라 농촌 및 축산 분야 투재 재원이 감소할 것이라고 했다.

‘맞춤형 승용마 생산’이라는 발제를 한 이종언 박사(난지축산시험장)도 같은 목소리를 냈다. “경마가 없으면 전체 말산업은 성장할 수 없다”고 주장한 이 박사는 경마 산업이 전체 말산업의 핵심 견인 역할을 감당해 경주마 생산과 공급, 육성 및 조력 전문 인력 양성을 하도록 해야 하며 승마 산업과 부가 산업(말고기 등)과 함께 동반 성장해야 전체 말산업이 클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종언 박사는 국내 말산업 기술 수준을 평가하면서 말 사양과 번식 수준과 환경은 선진국과 동일하지만 핵심 기술이 평균 이하임을 지적했다. 같은 축산 분야인 소나 돼지와 달리 말산업은 ‘길들이기(순치)와 조련’ 기술이 가장 중요한데, 국내에는 전문 인력도 부족할뿐더러 기술 수준이 하위권이라는 평가다. 게다가 서러브레드 씨수마는 수입에 의존하고 국산 씨수마가 거의 전무한 까닭에 경주마 뿐 아니라 승용마 생산을 국내에서 진행하고 있지만 수요가 불안정하고 경제적이지 못하는 등 매우 어려운 상황임을 밝혔다. 그럼에도 이종언 박사는 향후 재활 승마나 생활 승마가 대중화되는 등 승마 산업이 발전할 것이기에 유럽 사례처럼 승용마를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농협중앙회 축산 컨설팅부 남인식 부장 또한 국내에 승용마 생산과 판매 수익 모델이 부재한 상황이기에 승마 시설 설치 관련 규제 완화 등 관련 법령 등을 개정하거나 명확화할 필요가 있으며, 정부의 예산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경마 산업을 제외한 다른 산업의 기본 인프라 부족을 지적한 발표도 있었다. 한국마사회 말산업진흥처의 문윤영 팀장은 말산업을 이끌어 갈 전문 인력 양성 시스템과 경력 인증 시스템 등의 부재, 취업으로의 연계 체제 미흡 등을 지적하며 마사회의 전문 인력 양성 동기를 밝혔다. 특히 오는 8일에 있을 말산업 분야 자격 시험 향후 시행 계획 외에도 승마 지도사 자격 신설 및 국가 공인을 추진할 계획도 밝혔다.

성덕대학 재활승마과의 이인실 교수도 ‘재활 승마의 발전 방향 및 효과 분석’이라는 발제에서 재활승마가 장애인의 신체·정신 재활 기능에 효과적이며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음을 실제 연구 결과 통계로 보여줬다. 특히 이 교수는 “우리나라에는 영·미 등 재활승마 선진국의 RDA(Riding for the Disabled Association Incorporating Carriage Driving)나 PATH(Professional Association of Therapeutic Horsemanship International)와 같은 관련 표준 국가 기구가 없다”며, “국내 재활승마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상적 표준 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국마연구회는 이날 임시총회를 열고 건국대 정승헌 교수를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강민수 전 회장(제주대 교수)은 회칙에 따라 명예회장이 된다. 정승헌 신임 회장은 “한국마연구회는 2013년에 말산업 전반에 대한 인식 전환을 통해 레져와 축제, 컨텐츠 산업화를 하는 등 다양한 산업과 연계하며 시장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용준 기자 cromlee21@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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