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한나와 노르웨이 트론헤임 심포니 오케스트라, 11월 13일 예술의전당을 시작으로 부산, 대구, 익산에서 공연

장한나가 한국을 찾는다. 첼로가 아닌 오케스트라를 대동하고! 스칸디나비아의 노르웨이 트론헤임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상임 지휘자로 취임하여 노르웨이 출신 그리그의 페르귄트 모음곡과 임동혁이 협연하는 피아노 협주곡 그리고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6번 <비창>과 함께 11월 13일 수요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오르는 것을 시작으로 14일은 부산, 16일 대구, 17일 익산 등 총 4개 도시를 순회하며 연주회를 개최한다.

11월 13일 수요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장한나와 트론헤임 오케스트라 연주회 포스터
11월 13일 수요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장한나와 트론헤임 심포니 오케스트라 연주회 포스터

12살이었던 1994년 로스트로포비치 국제 첼로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세계적 관심을 받고 등장했던 첼리스트 장한나가 2007년 경기도 성남아트센터에서 청소년을 모은 오케스트라로 6년간 지휘한 후 해외로 진출했다. 2013년부터 1년 동안 카타르 필하모니의 음악감독으로 활동하다 자신이 상임지휘자로 취임한 이제 첼로가 아닌 오케스트라라는 자신의 악기를 연주한다. 장한나의 내한 공연은 두 가지 관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첫째, 한 명의 음악 신동이 장원급제 후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 고된 생활로 좌절하고 사라져 버린 게 아닌 연주자에서 음악인, 음악인에서 예술가로 자신만의 길을 걸어 성장하고 일가를 이루어가는 과정이다. 자신의 분야에만 함몰하여 '기능인'이 되어 출세의 테크트리를 타려는 욕망인이 아닌, 기계같이 테크닉만 연마하는 그런 로봇이 아니라 음악과 인생, 예술을 폭넓게 보며 포괄적이고 인문학을 통달한 거장이 되어간다. 이제 고인이 된 장한나의 스승인 로스트로포비치는 초등학생이던 장한나에게 한 달에 네 번 이상 연주하지 말기, 음악 안 하는 친구들이랑 열심히 놀기, 중학교 열심히 다니기 등의 메모를 남겼고 장한나는 남들과 커리어를 비교하거나 초조해하지 않으면서 스승의 가르침을 잘 지켰다고 한다. 또한 악기만 연습하다 보니 시야가 좁아져 말러, 브루크너, 베토벤 등의 작곡가의 교향곡을 파고들고 철학책을 읽으며 인문학적 요소에 관심을 가졌다고 하니 고시, 전공, 취업, 스펙을 위한 공부만 하는 우리 사회 전체에 바람직한 모델을 보여준다. 왜 한국엔 존경할 만한 전문가, 여러 영역에서 참된 대가가 나오지 못하고 아웅다웅하는건 어렸을 때부터의 교육제도에 있다. 의대를 가려면 의학만, 사시 합격을 위해서 법문만, 피아니스트가 되기 위해선 피아노만 치고 다른 건 눈 감고 귀 막고 차단하며 사치로 생각하는 풍토다. 또 그래야지 일단은 등용의 관문을 넘을 수 있고 어느 정도의 전문성 담보와 연마는 필수다. 허나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장한나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둘째, 한때 클래식 음악계의 경우에도 굉장히 보수적이고 여성들에게 진입의 벽이 높았었다. 우리나라만 예전의 전통적인 유교사상의 영향과 음악은 여자들이 하는 거라는 괴상한 남성적인 시각 때문에 여성의 클래식 전공 비율이 압도적으로 많지 외국의 경우 남성들의 전유물이며 우리나라 못지않게 온갖 학연, 지연, 혈연으로 엮여 있는 경우가 많다. 부자 세습도 많고 서로가 사제, 선후배 지간으로 엮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카르텔의 집합체이다. 전 세계적인 시대 흐름에 따라 지금이야 금녀의 공간이 없고 도리어 여성 음악가들의 약진이 우세하지만 불과 3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여성 지휘자는 찾아보기 힘들었으며 세계 최정상급 오케스트라로 자부하는 전통의 베를린 필하모니나 빈 필하모니 등에서는 아예 여성 단원을 뽑지 않았을 정도이며 지금도 철옹성을 구축하던 남자들 사이의 마초적인 농담이 기록으로 남아 있을 정도다. 장한나는 여성 지휘자로서 받은 불평등에 대해 여성 지휘자로 인종·나이·성별에 따른 차별이 수없이 많은 곳이 사회고 세상이다고 Cool 하게 넘기며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하려고 하고 여성 지휘자를 사회가 생소해하고 진로도 어렵지만 거기에 대해 크게 생각하는 편은 아니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런 유리천장을 깬 여성 음악인들은 우리나라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2008년 과천시립아카데미오케스트라가 창단됐을 당시 상임지휘자로 선택되면서, 여성 상임지휘자도 오케스트라를 이끌 충분한 능력이 있음을 증명하고 그렇게 후배들의 길을 터 준 우리 사회에 남아 있던 또 하나의 장벽을 무너뜨린 현 전주시립교향악단 상임 지휘자 김경희, 결혼하고 자녀를 세명이나 둔 30대의 나이로 아이들을 데리고 미국으로 건너가 본인은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자식들 육아와 학업까지 챙기고 귀국 후 상명대학교 성악과 교수가 된 소프라노 김지현, 역시 결혼과 함께 3명의 자녀를 낳고 기르면서도 무대가 있는 곳이라면 경중을 가리지 않고 어디든지 달려가는 바이올리니스트 여근하 등 사회 곳곳에 견고히 남아 있는 금녀의 벽을 깨고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 음악가들의 모습이 경탄스럽다. 우리 사회, 음악계에 장한나와 같은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전문 사회인이 많이 나와 부조리와 고정관념, 견고한 기득권의 장벽을 깨는 다음 주자를 기다린다.

 

저작권자 © 말산업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