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락비의 박경이 지난 24일 “바이브처럼 송하예처럼 임재현처럼 전상근처럼 장덕철처럼 황인욱처럼 사재기 좀 하고 싶다"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면선 야기된 음원 사재기 논란은 가요계, 더 나아가 우리 대중문화계의 해묵은 이슈다. 과거의 음반 사재기가 유통구조의 변화로 음원시장이 커지면서 음원 사재기 논란으로 바뀐 거 뿐이며 출판업계, 미술업계 등의 일감 몰아주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실명으로 저격당한 6팀은 일제히 “사실무근”이라며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라는 입장을 밝혔고 박경은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의도는 없었다. 현 음원 차트의 상황에 대해 말한 것”이라는 항변했다.

출처: 중앙일보, 이경희 기자, https://news.v.daum.net/v/20130713004404689
출처: 중앙일보, 이경희 기자, https://news.v.daum.net/v/20130713004404689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나 작가의 책을 알리고 보급하기 위한 순수한 팬심의 자발적인 행동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책을 읽고 감명받은 독자가 100여권 자신의 사비로 구입해 주변 사람들에게 들어보라 읽어보라 선물하는 건 너무나 감사하고 자연스러운 마음이다. 일례로 필자의 지인 중 한 분은 뮤지컬 한편을 보고 꽂혀서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가 출연하는 같은 뮤지컬을 6번이나 보러 가고 갈 때마다 지인들을 대동하면서 지갑을 열었다. 그거야말로 진정한 팬심이다. 제작사, 기획사 등이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상업적인 목적하에 시장 경제를 유린하는 데 문제가 발생한다. 하긴 그것도 어찌 보면 남의 돈을 강탈해서 강제로 한 것도 아니고 바이럴 마케팅, 홍보전략 차원에서 그들의 자본을 들여 하나를 '띄워주기"한거니 애매하다. 공정성의 문제와 억울함의 차원이다.

2012년 경엔 음원 사재기 브로커의 존재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1위를 만드는 데에 억대의 돈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왔고 요즘엔 실시간 차트 50위에 천만 원, 1위에 수억 대, 이런 식의 소문이 오간다. 업자들이 음원사이트를 해킹해 차트를 분석하고 거기에 맞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ID와 IP를 다량으로 구매한 다음 이를 매크로 프로그램에 집어넣어 수백여 대의 기계로 돌리는 방식이다. 이렇게 해서 다운로드와 스트리밍을 집중적으로 진행해 실시간 차트 순위를 올리는 게 음원 사재기다. 하루가 멀다고 순위가 바뀌는 음원 차트에서 이들이 발표한 노래는 몇 달이 지나도 굳건히 상위권을 지키며 '콘크리트 차트'가 만들어진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그러면서 돈 없는 무명 가수나 신인들의 진입이 힘들어지고 사장되고 자리매김할 수 없다는 그래서 경쟁력이 떨어지고 독점이 생긴다.

SNS 등을 활용한 바이럴 마케팅도 문제다. ‘요즘 뜨는 노래’, ‘노래는 좋은데 소속사가 열일 안 하는 노래’, ‘일반인의 소름 돋는 라이브’, 이런 식으로 어떤 곡을 소개하는 데 이 중에 어떤 것은 돈 받고 하는 광고라는 것이다. 순수한 소개와 광고는 구분돼야 되고 광고는 소비자에게 분명하게 고지해야 한다.

동료 뮤지션의 지지가 잇따르는 것도 그 때문이다.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김간지는 팟캐스트에 출연해 “작년에 앨범을 냈을 때 브로커로부터 연락이 왔다"라며 “수익을 8대 2로 나누자는 제안을 받았다"라고 밝혔고 성시경도 라디오에 출연해 “사재기 업체에서 제목을 바꿔라, 전주를 없애라 등 관여를 한다고 들었다"라고 말했다. 마미손은 26일 신곡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를 발표해 “유튜브 조회 수 페북으로 가서 돈 써야지” “기계를 어떻게 이기라는 말이냐” 등 직설적인 가사로 현 세태를 풍자했다.

사진 갈무리: MBC 뉴스 사재기 관련 보도
사진 갈무리: MBC 뉴스 사재기 관련 보도

클래식 음악가인 필자는 일단 강 건너 불구경이다. 왠지 모르게 고소하다. 재미있다. 그리고 블락비든 바이브든 송하예든 서술한 가수들의 이름도 이번 기회에 알게 되었을 정도로 딴 세상 이야기다. 감정의 정화와 수준높은 카타르시스를 자아내는 미학적 가치가 뛰어난 세계적인 문화유산이자 우리 고유의 자산인 가곡 연주회는 오지도 않고 듣지도 않고 사재기는 커녕 존재 자체도 모르면서 좋은 음악 보급? 그걸 누가 판단하고 재단하나? 일년에 창작되는 곡들이 장르불문 수천수만에 가까울텐데 거기서 살아 남아 생명력을 가진 작품이 몇개나 되겠는가? 베토벤? 이름만 알지 왜 베토벤 음악이 위대하고 클래식은 타 장르와 어떤 차이가 있길래 시대를 초월하여 연주되는지 단 10초라도 고민해봤나? 국악은 듣는가? 당신은 돈 내고 음악회 가서 정당하게 음악가를 예우하고 존경하는가? 꼭 음악만 그런가? "땡땡 연예인이 입은 옷"그러면 너도나도 달려들어 절판이고 어디든지 PPL이 성행한다. SNS든 방송에서 그저 유명인이 사용했고 좀 좋다고 떠들면 우르르 쏠리는 줏대 없는 태도와 의존적인 성향 그리고 남을 의식하는 '있어빌리티'까지 더해져 이런 신뢰와 공정을 떨어 트리는 주체는 소비자, 대중의 분별없고 맹목적인 태도다. 음악평론가 김작가는 "실시간 차트를 폐지하고 큐레이션"으로 가야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된다고 하는데 이거 역시 지극히 의존적이자 타인(?)의 도움을 받는 격이다. 조금 수고하고 알아보고 공부해가면서 자신이 판단과 결정의 주체가 되어야지 손쉽고 편하게 누리려는 작태이다. 그저 군중심리로 차트에 상위에 들어가 있으니 좋은 노래, 베스트셀러라 여기고 타인의 평가와 순위로 판단하고 결정한다. 사물의 본질을 꿰뚫은 통찰력은 기를 생각도 안하고 그저 눈으로 보이는 이미지에만 현혹되어 혼자 짝사랑하고 이용당하고 물질을 갖다 바치는 노예가 되었음도 모른채 그게 자신의 행복이고 팬심이라 여긴다. 그걸 거부하고 자신의 소양과 심미안을 기를 노력은 하지 않고 그저 사육 당하길 원한다. 인간은 자신의 창의적 자율성을 중시하고 추구하고 그걸 다른 인간이 식별하고 알아주어야 할 때만이 진정한 예술로서의 가치를 인정받는데 남이 이미 해 놓은 유명한 기존 기성품에 숟가락만 얹어 자신의 이름을 날려보려는 우후죽순 커버 음반, 진짜와 가짜를 식별하지 못하고 익숙하고 편한 음악, 좁은 호오의 세계에 갇혀 탐미와 감상의 수고를 기울이지 않는 세뇌에 익숙해지는 게으름, 인간성의 상실 이 모두 싸잡아서 비판해야한다. 이 문제가 극복되지 않으면 다른 건 이런 구태는 계속해서 반복될 뿐이다.  

사진 제공: 롯데콘서트홀
사진 제공: 롯데콘서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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