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아역 배우 출신인 김석 선수는 각종 세계 대회에서 입상이 유력한 선수로 손꼽힌다.

- 선수간 편가르기, 후원조차 없는 열악한 상황의 계속
- 2016년 올림픽 메달의 꿈★은 이뤄질 수 있을까

승마는 레슬링, 육상 등과 더불어 고대 올림픽때부터 주요 종목으로 한 자리를 차지한 역사가 있는 스포츠다. ‘기마민족’이라는 우리 민족도 고대부터 말과 함께 부침의 역사를 반복해왔다. 특히 말은 인류와 더불어 진화하고 함께해 온 대동물이기도 하다. 오죽하면 ‘말(馬)은 신이 준 선물로 인간보다 더 많은 진화를 거친 동물’이라는 말(言)도 있지 않던가.

90년대 말, IMF를 거치면서 ‘세계화’의 물결에 전국민이 요동하던 때, 골프에서는 박세리 선수가 야구에서는 박찬호 선수가 세계를 향해 ‘빅엿’을 먹이며 이름을 떨쳤다. 이후 수영에서는 박태환 선수가, 피겨에서는 김연아 선수가, 리듬체조에서는 손연재 선수가 선배들의 명맥을 이으며 국민을 즐겁게 했다.

유독 비인기종목에서 벗어날 줄 모르고 세계무대와 격차가 여전한 승마는 어떨까. 말산업육성법 통과 이후 승마계는 ‘언젠가는 승마계에도 박태환, 김연아 같은 선수가 나올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하고 있다. 올림픽에 나가 금메달을 따면 국민들의 인식이 달라지고 승마 대중화도 이뤄질 것이라는 것. 하지만 꿈은 요원해 보인다. 우선 국내 말산업계는 투명하지 않다. 자정 노력도 극히 초보 수준이다. 사회공헌이니 재활승마를 통한 봉사니 하지만 여전히 말로 그쳐 있는 상황이다. 1인당 GDP는 2만 달러를 넘었지만,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과연 승마가 전국민 레저 스포츠로 자리잡을 수 있나 하는 의문만 더한다.

문제는 또 있다. 국내 승마 대회의 수준이 국제적 룰에 한참 못 미쳐 정정당당한 경쟁조차 될 수 없다는 근본적인 지적이 있다. 과거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수확’하며 인기를 끌었던 쇼트트랙이 감독과 선수들의 파벌 싸움 끝에 추락한 것처럼 국내 엘리트 승마계도 암암리에 파벌이 존재하고 실력 있는 선수를 키우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유망한 선수가 있어 국제 대회를 통해 실력을 기른 뒤 2014 인천아시안게임, 2016 브라질올림픽에 나갈 준비가 시급한데도 좋은 말을 구할 돈이 없어 애를 태우고만 있는 상황이다. 국내 대기업은 승마에 거의 후원하지 않는다. 이런 역할을 담당해야 할 승마 전문 스포츠 에이전트도 전무한 상황이다.

승마 선진국에서는 상시로 열리는 대회를 24시간 전문 채널을 통해 시청할 수 있고, 기업의 후원이 항상 있다. 그랑프리 및 각종 대회에 나가는 것 자체가 엄청난 홍보 효과가 있으니 후원하는 선수가 입상을 하면 그 기업의 브랜드 가치는 천정부지로 치솟기 때문. 그만큼 승마와 말산업 분야의 경제적 효과와 부가가치는 다른 스포츠 종목과는 ‘격’이 다르다.

그런데도 국내에서는 파벌 싸움에 우물 안 개구리 식, 도토리 키재기 식으로 허울뿐인 대회를 열어 ‘국가대표’를 뽑는다. 승마와 말산업에 대해 비전 없음, 당장 돈이나 되는 곳에만 투자하는 근시안적 태도가 만든 현재인 것.

이청용 선수는 중학교를 중퇴한 뒤 축구에만 올인했다. 손흥민 선수는 축구감독인 아버지 밑에서 어릴 때부터 혹독한 교육을 받아 분데스리가를 호령하고 있다. 국내 엘리트 승마계에도 이와 비슷한 경우가 있다. 인기 아역 배우 출신으로 승마를 하는 아버지 밑에서 착실하게 운동해 실력으로 인정받아 지난해 국가 톱 랭킹에 오른 김석(21, 관동대학교) 선수가 그렇다. 그 가능성을 인정받고 다가오는 각종 세계 대회에서 입상이 가장 유력한 선수다. 하지만 좋은 말이 없어 경마장 퇴역마로 대회에 나가고 있는 실정이다.

승마계에 손흥민, 손연재가 나오기 위해서는 후원뿐 아니라 기존 승마계 스스로 자정하는 노력을 통해 정정당당한 승부를 낼 수 있다는 인식을 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용준 기자 cromlee21@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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