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함께한 34년, 빛나는 고통이자 아름다운 빛”
“말과 함께한 34년, 빛나는 고통이자 아름다운 빛”
  • 황인성 기자
    황인성 기자 gomtiger@horsebiz.co.kr
  • 승인 2019.12.13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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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귀철 수의학박사 특별 인터뷰
11일부터 17일까지 ‘사진 작품전’ 개최···‘말’을 통한 그의 철학 전해져
34년 직장생활 마무리하는 전시

[말산업저널] 황인성 기자= 34년간 말과 함께 호흡하며 평생을 보내온 한국마사회 직원이 11일 사진전을 개최했다. 주인공은 현재 한국마사회 유캔센터 책임위원인 최귀철 박사로 올해 퇴임을 앞두고 있다.

1985년 한국마사회 입사한 이후 말 생산·육성 분야에서 활동하며, 국내 말산업의 산증인이자 개척자로도 불리는 최 박사는 말과 함께한 34년간의 직장생활을 마무리하는 의미를 담아 이번 사진 작품전을 열었다.

ⓒ말산업저널 최지수
ⓒ말산업저널 최지수

이번 전시를 통해 발표된 5점의 작품은 주변에서 발견한 소중한 일상과 생각을 담은 사진들이다. 특히, 그의 벗이자 뮤즈인 ‘말(馬)’의 사진은 그가 추구하는 가치와 이번 전시 주제와 극명하게 일치한다.

최 작가는 이번 사진 작품전의 주제를 ‘....빛은 고통이다’라고 정했다.

사진 작품에서 중요한 요소인 빛에 대한 고찰을 통해 일상에 녹아있는 ‘고통’을 표현했다는 것이다. 정호승 시인과 담소를 나누던 중 “색채는 빛의 고통이다”라는 문구를 듣게 되고 울림이 있어 이번 작품전 주제를 ‘....빛은 고통이다’로 선정했다.

“이 작품은 하프링거가 물리치료실에서 빛을 쬐고 있는 모습이에요. 인간을 등에 태우는 숙명적인 운명을 타고 난 말들은 허리병을 안고 살죠. 빛을 통한 물리치료 장면인데 그 순간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어 영감을 받았죠”

인간을 등에 짊어지고 살아가는 말의 숙명에도 불구하고 한편으로는 인간과 교감하며 서로의 체온을 느끼고 재활승마, 유소년승마 등 고통을 아름다움으로 승화되는 게 최 작가가 생각하는 주제와도 맞닿아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말산업저널 최지수
ⓒ말산업저널 최지수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 사진 작품전으로 안다. 이번에는 어떤 취지의 전시인가.

▶1985년 한국마사회를 입사해 34동안 말과 함께 살아왔다. 올해 퇴임을 앞두고 직장생활을 의미 있게 마무리해보자는 생각에 전시회에 참여하게 됐고, 내 일상의 모습 등을 담은 작품 5점을 내놨다. 당연히 말에 대한 작품도 포함돼 있다.

원래 사진에 관심이 있었나.

▶말은 인간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교감하면서 함께 성장해왔다. 다른 여느 동물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교감능력이 있어 정말 애정하는데 사진도 그러한 교감의 매력이 있는 것 같더라. 사진을 배워가고 알아가면서 ‘공백의 미’를 알게 됐고, 채우려 하기 보다는 덜어내려는 생각을 갖게 됐다. 앞으로는 내가 좋아하는 말과 사진을 함께 엮을 수 있는 노력을 하고자 한다.

전시 주제가 ‘빛은 고통이다’이다. 어떤 의미인가.

▶정호승 시인과 친분이 있는 지인 덕분에 함께 차 마실 기회가 있었다. 정 시인과 담소를 나누던 중 “색채는 빛의 고통이다”라는 문구를 듣게 됐고, 참 인상적이었다. 마음 깊숙한 울림이 있어 그 문구를 인용해 이번 주제를 정하게 됐다. 사진을 배우다보니 빛이 참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는데 빛이 깨져 하나의 사물을 비추는 것 자체에도 고통의 속성이 내재됐을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딱 봐도 말 등을 찍은 작품처럼 보인다. 이 작품에 대해 설명해준다면.

▶인류사에 있어 말은 참 인간에게 유용했다. 과거뿐 아니라 현대에 와서도 마찬가지로 유용하고, 인간의 오랜 벗이다. 인간을 등에 태워 발이 되어준 말은 숙명적으로 허리병을 안고 사는데 한국마사회 승용마사 물리치료실에서 우연히 이 장면을 보게 됐다.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승마 후 물리치료를 받고 있는 하프링거의 모습인데 ‘빛의 고통’이란 주제가 떠올랐다. 고통을 승마의 기쁨과 인간과의 교감으로서 승화시키는 게 아름답다고 느껴졌다. 인공광이지만 빛을 통해 뇌리 쬐는 장면이 생각해오던 주제와도 일맥상통했다.

‘고통’이란 단어가 참 인상적이다. 전시 주제와는 약간 다른 내용일 수 있는데 34년 마사회 직장 생활을 마무리하면서, 느꼈던 ‘고통’이 있을까.

▶작품과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지만, ‘고통’이란 단어를 떠올렸을 때 생각나는 일화가 있다. 가장 먼저 1986년 원당목장에서의 있었던 ‘무지의 고통’ 사건이 있다. 마사회 입사 후 얼마 지나지 않은 1986년 봄 원당목장에 말 번식 수의사로 발령 받아 갔다. 당시 경마장이 있던 뚝섬에는 선배·동기 수의사들이 있지만 경주마 진료에만 한정되어 있어 물어 볼 수도 없었고 나 혼자 해결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수의과대학에서 수의학을 전공했지만, 소 위주의 교육과정 상 말 임상에 대해서는 잘 몰랐던 상태에서 사건이 터졌다. 말 교배를 담당했음에도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나름 열심히 해보겠다고 일본 말 수의 서적을 찾아 봤다. 책에 보니 씨수말 교배 시 음경(생식기)를 소독해 교배해야 한다고 적혀 있었는데 어떠한 소독약을 써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그동안에는 소독도 없이 그냥 교배를 해왔던 터라.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소독할 궁리를 했다. 마침 진료실에 ‘크레졸’이라는 소독약이 있어 물어 타 씨수말 교배 전 소독했는데 이게 웬걸 씨수말이 음경에 화상을 입고야 말았다. 그로 인해 그 씨수말은 2주 동안 교배를 할 수 없었다. 당시 원당목장에 있던 말관리사 등 관계자들이 ‘돌팔이 수의사가 왔다’며 핀잔을 주기도 했다. 그게 직장생활 중 겪은 가장 첫 번째 고통이라고 할 수 있다. 일명 ‘무지의 고통’.

첫 번째 고통이라고 했는데 그럼 두 번째 고통도 있나.

▶물론 있다. 34년 직장생활 중에 수차례의 ‘희로애락’이 없겠느냐 만은 과거를 회상하다보니 한창 혈기왕성할 당시가 주로 떠오른다. ‘무지의 고통’ 사건 이후 생산·육성시스템을 배우기 위해 입사 2년차에 호주로 연수를 다녀온 적이 있다. 좋은 인연으로 그동안 국내에서는 알지 못했던 선진 기술과 문물을 알게 됐고, ‘거세법’뿐 아니라 많은 말 교배 임상 지식 등을 배워왔다. 29살 젊은 나이이다 보니 해외에서 배워온 지식들로 자부심에 가득 차 있던 시기였다. 그런 자신감 덕분인지 현재의 부인과도 결혼하게 됐고, 신혼여행 직후 처가에서 하룻밤을 묵는데 새벽 일찍 회사에서 연락이 오더라. 큰일 났으니 어서 올라오라는 소식이었다. 당시 원당목장에는 담당 수의사가 나뿐이었고, 그 시기가 한창 교배 시즌쯤이었다. 처가인 전주에서 첫 차로 원당목장까지 올라가서 급한 업무를 치르고 한동안 집에 들어가지 못 했다. 신혼생활일 시기인데 홀로 원당목장에서 약 40여 일을 당직근무를 섰던 것 같다. 언제 말들이 출산할지 모르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서도 당시 미개척 분야였던 말 생산·육성 담당 수의사로 많은 어려움과 일을 겪었었다. 정말 진지하게 당시 너무 일이 고되고 힘들어서 미국 이민까지도 생각했었다. 그게 또 다른 ‘고통’ 일화라면 일화이다.

국내 말 생산·육성의 시작부터 함께했다. 관련 업무를 떠난 지 꽤 됐지만 애정은 여전한 걸로 안다. 어려움을 겪고 말 생산농가와 말산업계에 조언한다면.

▶경주마 생산과 경마시행은 양 수례바퀴와 같다. 양쪽이 조화로울 때 가장 잘 굴러갈 수 있다. 생산·육성에만 방점을 둔다고 잘되는 것도 아니고, 경마 시행과 수준 향상 자체에만 집중한다고 잘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현재와 같은 경마산업 전체의 위기 속에서는 서로 분열하기보다 힘을 합쳐야 한다. 최근 ‘온라인 마권 발매’ 등의 이슈도 나오고 있는데 위축된 경마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서로 힘을 모으고, 그 다음에 상호 발전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아울러, 경마산업을 빼고는 말산업을 논할 수 없다는 점이다. 국내 말산업에서 경마산업이 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승마를 비롯한 연관 산업 발전에 지원해주는 형태이다. 결코 경마를 배제하고서는 말산업 존재와 성장이 어렵다는 것이다. 전체 말산업계의 지원도 필요한 부분이다.

곧 퇴직을 앞두고 있다. 퇴직 후 인생은 또 다른 시작인데 무엇을 준비하고 있나.

▶퇴직 후 하고픈 일은 세 가지이다. 우선, 말 과학 관련 서적을 우리 실정에 맞게 번역하고 싶고, 또 다른 하나는 말을 전문적으로 찍는 사진작가, 마지막은 경마팬들을 위한 임상 심리 상담사로서 활동하고 싶다.

말 임상이 턱없이 부족한 국내 실정상 말 과학 분야에 대한 연구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 그로 인해 관련 서적도 부족하다. 수의학을 전공하고 평생을 말과 함께 해온 이로서 죽기 전까지 국내 실정에 맞는 말 과학 서적 번역을 하고 싶다.

또 다른 일은 말 전문 사진작가로 활동하는 것이다. 말과 사진을 좋아하는데 두 가지를 잘 조화시킨다면 행복할 것 같고, 말산업을 소개하는 창구로도 활용됐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최근 몇 년 동안 유캔센터 책임위원으로 상담일을 해봤는데 고객에 대한 관심과 고마움이 느껴졌다. 경마를 사랑해주는 고객들이 있었기에 내가 34년 동안 직장생활을 할 수 있었고, 좋아하는 말들과 지낼 수 있었다. 이제는 그들에게 어떠한 형태로든 갚고 싶다.

끝으로 정든 마사회를 떠나면서 후배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두 가지를 얘기하고 싶다. 하나는 회사와 말산업과 관련된 모든 이들에게 감사함을 느꼈으면 한다는 것이다. 공기업인 마사회 특성상 평생직장일 경우가 많은데 감사한 마음이 없다면 일도 재미없고, 열정도 생기지 않을 것이다. 말이 사람과 교감하듯 말산업 관계자들과도 소통하려 하고 교감의 노력을 펼쳐야 한다. 시행체가 있기에 말산업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들이 말산업을 채워주기에 시행체가 존재할 수 도 있다.

두 번째는 각 분야의 전문가가 되라는 것이다. 100여 년 가까운 역사가 있지만 특별함의 깊이는 아직도 부족하다고 느껴진다. 한국마사회 내 직무가 분야가 다양하고, 보직 이동으로 인해 연속성이 없을 수 있지만, 말과 경마에 대해서는 꼭 배우고 이해해야 한다. 신입사원 강사로 썼을 때에도 후배들에게 경마대학에 입학했단 생각을 갖고 ‘말’과 ‘경마’ 과목은 필수 이수하길 바란다고 말했었는데 말을 모른다면 마사회 직원이라고 할 수 있겠나. 빛날 후배들의 앞날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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