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리더십 VS 박근혜 리더십

문재인 대통령 집권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문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협치·공감의 리더십이라는 분석에서부터 독단과 과거에 빠진 리더십이라는 등 비판도 만만치 않다. 문 대통령은 극심한 경제난, 일부 언론의 적대적 보도, 대미·대일 관계의 난조, 남북간 신뢰감 하락 등 상당한 국내외 정세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40% 후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중이다.

임기가 하반기로 접어들고 있고,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하차 등 불리한 조건이 숱하게 놓여있는 상황에서도 비교적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것은 역대 대통령에 비추어 독특한 현상이다. 여기에는 좀 더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하지만, 우선적인 것으로 가족과 친척 등 최측근이 비리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이 없다는 청렴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지구촌의 경기로 볼 때 2020년에도 국내 경기가 좋아지기 어렵다는 점에서, 그리고 4월 총선 이후 정치권에 일대 변화의 바람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에 큰 변화가 있을 가능성은 상존한다.

대통령의 지지율은 어떻게 변화하는가, 대통령들은 자신의 지지율을 어떻게 창출해나가는가. 버락 오바마(2009.1~2017.1)와 박근혜 대통령(2013. 2~2017. 3), 도널드 트럼프(2017.1~현재)와 문재인 대통령(2017. 7~현재) 등 미국과 한국의 전직 대통령과 현직 대통령 등 최근 4명 대통령들의 리더십을 비교 분석해 본다.

1) 위 그림. 오바마 대통령이 2011년 5월 백악관 상황실에서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 상황을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조바이든 부통령,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마이크 멀린 합참의장, 윌리엄 데일리 백악관 비서실장 등과 작전 상황을 TV 스크린으로 지켜보고 있다. 말석에 쪼그려 앉아 있는 미국 대통령을 보고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부러움을 표했다(사진=백악관 홈페이지). / 아래 그림. 2014년 4월 16일 오후 세월호가 침몰한 후 박근혜 대통령이 정부종합청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해 상석에서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올림머리를 하고 나타난 박 대통령은 “다 그렇게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 지금요”라고 말해 상황파악이 전혀 되지 않았다는 것을 드러냈다.
1) 위 그림. 오바마 대통령이 2011년 5월 백악관 상황실에서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 상황을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조바이든 부통령,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마이크 멀린 합참의장, 윌리엄 데일리 백악관 비서실장 등과 작전 상황을 TV 스크린으로 지켜보고 있다. 말석에 쪼그려 앉아 있는 미국 대통령을 보고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부러움을 표했다(사진=백악관 홈페이지). / 2) 아래 그림. 2014년 4월 16일 오후 세월호가 침몰한 후 박근혜 대통령이 정부종합청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해 상석에서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올림머리를 하고 나타난 박 대통령은 “다 그렇게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 지금요”라고 말해 상황파악이 전혀 되지 않았다는 것을 드러냈다.

 

자신의 스토리텔링을 만든 오바마

유색인으로 미합중국의 대통령으로 당선돼 8년간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던 오바마 대통령은 스스로 자신의 정치 스토리텔링을 만들 줄 아는 탁월한 역량을 보여줬다. 자신의 정치행동에 계속되는 감동을 만들어 낼 줄 알았다는 것이다. 일례로 2015년 6월 사우스캐롤라이나의 한 농구경기장에서 열린 흑인교회 총격사건 희생자들의 장례식에서 노래를 불렀던 사실을 들 수 있다. 그는 추도사를 시작하다가 도중에 갑자기 말을 멈췄다. 6,000여 추도객들의 눈길이 단상으로 쏠렸다. 한동안 침묵의 시간을 가진 대통령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찬송가 ‘어메이징 그레이스’였다.

처음에는 잠긴 목소리였다. 단상에서 웃음까지 터져 나왔다. 그때 누군가 소리쳤다. “노래하십시오. 미스터 프레지던트!” 대통령이 노래를 이어나가자 사람들이 하나 둘씩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윽고 장례식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이 일어섰고, 그들은 대통령을 따라 찬송가를 불렀다.

2015년 6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흑인교회 총기난사 희생자 장례식에 참석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추모연설 도중 찬송가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부르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이 장면이 그의 대통령 재임기간을 대표하는 최고의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2015년 6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의 흑인교회 총기난사 희생자 장례식에 참석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추모연설 도중 찬송가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부르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이 장면이 그의 대통령 재임기간을 대표하는 최고의 순간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오바마는 극적인 사태를 만나면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탁월한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내 국민들을 하나로 묶어냈다. 평자들은 뛰어난 연설문을 남긴 미국대통령으로 에이브러햄 링컨, 존 F. 케네디, 그리고 버락 오마바를 꼽는다. 이들의 연설은 현실에 대한 탁월한 분석과 예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사회의 변화와 시대의 희망을 제시해냈다. 링컨과 케네디는 국가주의를 되살려내는 거대담론의 연설로 국민들을 사로잡았다. 그러나 오바마는 폭넓은 현안파악 능력 위에서 현대인들의 감각에 어필하는 단어를 선택하는데 있어 천부적인 능력을 보여줬다.

2011년 5월1일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상황실에서 국가안보회의팀(National Security Team)원들과 함께 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Navy SEAL)이 오사마 빈 라덴을 급습하는 장면을 담은 화면을 지켜보는 사진이 공개됐다. 특수부대가 빈 라덴 은신처로 진입해 작전을 펼치는 진행 상황을 국가안보팀이 지켜보는 모습을 담은 이 사진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중앙의 큰 의자가 아니라 맨 구석의 작은 의자에 앉아있어 일행 중 비중이 가장 낮은 인물처럼 보였다.

작전상황을 TV스크린으로 본 사람들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조 바이든 부통령,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마이크 멀린 합참의장, 윌리엄 데일리 백악관 비서실장 등이었다. 백악관 상황실 중앙 자리에 앉은 사람은 합동특수작전사령부 마샬 B 준장이었다. 이 사진이 공개된 후 국내외에 오바마의 실용적 리더십을 상찬하는 여론이 부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통령 재임 8년간 자신을 이끌어준 것은 독서라고 말했다. 2014년 11월28일 미국 워싱턴의 한 서점을 방문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딸 말리아, 사샤의모습(사진=백악관 제공).
오바마 대통령은 대통령 재임 8년간 자신을 이끌어준 것은 독서라고 말했다. 2014년 11월28일 미국 워싱턴의 한 서점을 방문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딸 말리아, 사샤의모습(사진=백악관 제공).

장점을 못살리고 구석으로 숨는 박근혜

이와 비교해 볼 수 있는 사진이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침몰 후 박근혜 대통령이 정부합동청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해 대책회의를 주재하는 모습이다. 올림머리를 하고 뒤늦게 대책본부에 모습을 드러낸 박 대통령은 중앙 상석에 앉아 “학생들은 구명조끼를 다 입었다고 하던데, 발견하기가 그렇게 힘듭니까?”라고 상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발언을 했다. 다급한 현장에서 스토리텔링이 어떻게 구겨지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 사례다.

오바마 대통령은 독서를 거의 생활화하다시피 했다. 그는 자신의 생존비결에 대해 ‘독서’라고 말한 적이 있다. 분 단위로 올라오는 워싱턴의 뉴스 폭풍 속에서 관점을 잃기 쉽지만, 급할수록 그는 속도를 늦추고 다른 입장에서 생각하기 위해 책을 읽는다고 말한 적이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여름휴가 때 챙겨가는 책은 해마다 뉴스로 다뤄진다. 그가 고르는 책들을 보면 독서 수준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임기 중 마지막 휴가인 2016년 여름 휴가지에 가지고 간 도서목록은 목화농장 노예의 삶을 다룬 콜슨 화이트헤드의 소설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기자 출신 작가 폴라 호킨스의 추리·스릴러 <걸 온 더 트레인>, 유명 과학소설(SF) 작가 닐 스티븐슨의 <세븐 이브스>, 파도타기를 통해 난관을 극복하는 과정을 기술한 윌리엄 피네건의 자서전 <바바리안 데이스>, 아버지를 잃은 후 야생 매를 길들이며 슬픔과 상실감을 극복하는 헬렌 맥도널드의 논픽션 <메이블 이야기> 등 5권으로 총 2,000페이지 분량이었다. 그가 소설의 이야기를 중시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스토리가 무엇인지를 알고, 자신의 스토리텔링을 창출한 정치인이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책을 거의 읽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나라당 당대표 시절 박근혜의 대변인을 지낸 전여옥 전 의원은 박근혜의 서재에 증정 도서 외에는 책이라고 할 만한 것이 별로 없었다고 뒷담화를 날리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 열린 2013년 ‘서울국제도서전’ 개막식에 참석해 책 5권을 구입했는데 전부 한 출판사의 책이었다. 출판계에서 “문화에서 몰빵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 출판사가 출판계에서는 그다지 역사적 비중이 높지 않은 곳이었다는 점에서 양서의 전통을 자랑하는 유명출판사 편집자들의 불만이 대단했다는 후문이다.

2013년 서울국제도서전 전시장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 그는 여기서 책 5권을 구입했는데, 한 출판사의 책을 ‘몰빵’함으로써 출판인들의 커다란 불만을 샀다.
2013년 서울국제도서전 전시장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 그는 여기서 책 5권을 구입했는데, 한 출판사의 책을 ‘몰빵’함으로써 출판인들의 커다란 불만을 샀다.

박 대통령은 장점이 꽤 있는 대통령이었다. 어려서부터 보고 배운 최고급 국정운영의 프로토콜과 인맥 관리능력은 누구도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자산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 자산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시키는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선거의 여왕’이라는 닉네임이 알려주듯 드물게 대중적 카리스마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노력을 거의 기울이지 않는 ‘여왕’이었다. 누군가 다 해줘야 하는 공주스타일이었다. 하기 싫은 것은 시도조차 하지 않았고, 듣기 싫은 것은 아예 귀 기울이지도 않았다.

그가 대통령 재직 중에는 물론 그 전 당대표 시절에도 같은 당의 주요정치인이나 언론인 중에서 그의 전화번호를 알고 직통으로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은 비선조직을 제외하고는 한 사람도 없었다. 그는 부모를 비운에 잃은 트라우마 때문인지 공식라인이 아닌 비선을 통해 국정을 다뤘다. 그것이 국민과 대통령 모두의 비극이 되었다. 임기 중반인 2015년 5월 국무회의에서 당시 여당 원내대표인 유승민 의원을 콕 집어 ‘배신의 정치’로 규정함으로써 대통령의 무서운 오기를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의 리더십은 두고두고 아쉬움을 남긴다.(*)

임순만 소설가·언론인(전 국민일보 편집인·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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