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리더십 VS 문재인 리더십

계산 빠른 장사꾼, 美 이익의 수호자 트럼프

넘치는 자신감, 돈만 좇는 현실주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역대 대통령 중에서도 으뜸 갈만큼 자신을 직접적으로 내세우는 대통령이다. 예측불허의 흥정외교, 이중플레이를 통한 압박, 미국 우선주의 국익외교, 협상력과 순발력이 대단하다. 그러나 유엔기후변화협약을 중국이 만들어낸 사기극으로, 파리협정을 미국의 이익을 다른 국가에게 재분배하는 협정으로 규정하고 반대했다. 이를 보고 지구촌의 많은 사람들이 세계 최강 국가의 대통령이 보여줘야 할 철학이나 비전은 기대할 것이 없다는 비판을 했다.

트럼프 리더십이 가장 성공을 거둔 사례는 대북제재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트럼프는 김정은에게 대단한 선물을 줄 것처럼 요란한 제스처를 남발해 왔지만 그는 단 하나의 선물도 주지 않고 북핵을 완전 폐기하려는 전략을 분명히 하고 있다. 올해 2월 하순 김정은은 2박3일간 2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에서 하노이까지 전용열차를 타고 갔다가 회담 이틀째 오찬이 돌연 취소되면서 미국 측으로부터 회담 결렬선언을 당하는 엄청난 수모를 겪었다.

2019년 2월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노이 메리어트 호텔 기자회견장에서 제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직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오른쪽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사진=AP Photo/ Evan Vucci).
2019년 2월 2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노이 메리어트 호텔 기자회견장에서 제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직후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오른쪽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사진=AP Photo/ Evan Vucci).

트럼프 리더십에 대한 해석은 관련국의 상황과 판단에 따라 다르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강력한 제재에 반대하는 중국과 러시아를 잠재우고 모든 국가들이 대북제재에 찬성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설득력과 순발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있어서도 트럼프의 압박과 엄포는 상당부분 효과를 거두고 있다. 트럼프는 내각에 대중 강경파이자 대북제재 옹호파들을 기용해 용인술에서도 상당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 관세로 수십억 달러를 거둬들이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을 부자 나라로 만드는 데는 양보도 없고 체면치레도 없다. 미국의 국경을 보호하고 자국민의 일자리를 지키겠다는 정책으로 일관한다. 2년 전에는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해 국제적으로 많은 비난을 받았다. 그는 어떤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철저한 미국 이익중심주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월 미국의 한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다 성조기를 껴앉고 있다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월 미국의 한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다 성조기를 껴앉고 있다(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에서는 지난해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트럼프에게 책을 보내자는 이색 캠페인이 벌어졌다. 트럼프의 정책 비판자들이 대통령의 무지와 독선을 힐난하면서 제발 책 좀 읽고 정신 차리라는 뜻으로 소셜 네트워크 캠페인을 벌인 것이다. 트럼프는 대통령 취임 전 인터뷰에서 “한 페이지면 될 것을 200페이지에 걸쳐 써 놓은 게(책 따위는) 나한테 필요하지 않다”고 자신이 책과 거리가 먼 사람임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독서를 거의 하지 않으며, 짧은 정책 보고서나 심지어 한 페이지 메모도 읽기 싫어한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져 있다. 그 대신 하루 평균 4~8시간씩이나 TV를 시청한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진들과 함께 2019년 10월 27일 백악관 작전상황실에서 이슬람국가(IS) 수괴 아부 바르크 알바그다디 검거 작전을 지켜보고 있다(위 사진/ UPI). 2011년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 상황을 지켜보던 당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작전상황실의 모습과 극적으로 비교됐다(아래 사진/ 백악관 홈페이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진들과 함께 2019년 10월 27일 백악관 작전상황실에서 이슬람국가(IS) 수괴 아부 바르크 알바그다디 검거 작전을 지켜보고 있다(위 사진/ UPI). 2011년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 상황을 지켜보던 당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작전상황실의 모습과 극적으로 비교됐다(아래 사진/ 백악관 홈페이지).

 

통합보다는 정의, 건설보다는 청산 중시 문재인

심사숙고형 이상주의자 앞에 놓인 현실의 벽

문재인 대통령은 심지가 곧고,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끝까지 추구하는 성향을 보인다.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통합과 협치를 우선순위로 보는 것 같지는 않다. 상대의 감정을 고려하기 보다는 자신의 이성에 충실한 원칙주의자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11월 19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진행된 ‘2019 국민과의 대화’에서 즉석질문을 받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11월 19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진행된 ‘2019 국민과의 대화’에서 즉석질문을 받고 있다(사진= 연합뉴스).

당시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였던 문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후인 2016년 12월 16일, 도올 김용옥과 함께 한 월간지 인터뷰에서 ‘헌법재판소가 탄핵안을 기각할 경우 어떻게 해야 되겠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때 그는 “그렇게 되면 혁명으로 가야 한다”라고 대답했다. ‘혁명’이라는 부정적 어감을 고려하지 않은 부적절한 단어선택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재판을 시작하기도 전인데 헌법 재판관들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은 진중하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리고 본인의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 창립 준비 심포지엄 때 ‘국가대청소’를 이야기 한 적도 있다. 의미상으로 볼 때 민주국가의 지도자가 선택하기에는 아주 곤란한 말이다. 선거법과 공수처법 등의 패스트트랙 지정으로 국회가 공전하는 상황에서도 문 대통령은 ‘여야정 협의체 가동’을 말하고 ‘추경을 빨리 통과시켜 달라’고도 한다. 융통성보다는 원칙주의자의 모습이다. ‘독재자의 후예’ ‘촛불 정부’ 등 국력을 하나로 모으는 데는 장애가 될 수 있는 용어 사용에 있어서도 양보하지 않는다.

문 대통령은 이런 단어들이 주는 여러 측면의 뉘앙스를 고려하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하나의 측면만을 보는 것 같다. 물론 우리의 잘못된 과거를 청산하는 일이 나쁘다고는 할 수 없다. ‘과거 청산’은 문 대통령이 당선하고 정권을 인수받을 당시 많은 국민들이 지지했던 최고의 주제어였다. 그러나 대통령이 거기에 관심을 치중하기에 국제정세는 너무 빠르게 변한다. ‘코리아 패싱’이라는 비판을 받던 상황이 금세 ‘중국 패싱’과 ‘일본 패싱’으로 바뀌고, 그런 상황에서 다시 한국으로 풍랑이 몰려온다.

2018년 4월27일 문재인 대통령이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 사무실 사이의 군사분계선(MDL)을 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안내하고 있다(사진=한국공동사진기자단).
2018년 4월27일 문재인 대통령이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 사무실 사이의 군사분계선(MDL)을 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안내하고 있다(사진=한국공동사진기자단).

경제난은 더욱 심각하다. 미국과 중국의 경제전쟁 여파는 상당히 오래 지속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부의 민주 대 반민주의 프레임은 너무 낡은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국민의 삶을 풍요롭게 할 것인가에 전력해야 한다. 대통령은 이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갈 것인지에 대해 먼저 매진하는 올곧은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 미국과 중국이 양보 없이 벌이는 무역 전쟁의 시대, 북한이 비공식 핵무기 보유국으로 포함돼 버린 시대에 우리나라는 미래에 무엇을 먹고 살 것인지, 어떻게 튼튼한 안보를 유지할 수 있을지 등을 먼저 고민하고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그런 리더십을 보여줄 때 과거의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있다. 고차방정식을 풀면 2차방정식은 이미 풀린 것이다.

앞에서도 얘기했듯 문 대통령은 청렴 강직한 훌륭한 장점을 갖고 있다. 가족들의 비리도 드러난 것이 없고, 국정에 혼신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은 의심할 나위가 없어 보인다. 그런 장점을 통해 한반도 위기를 풀어냈고, 역사적인 북·미 대화를 중재해 냈다. 그러나 그 이후의 길은 대단히 난해하다. 북한의 행태는 가관이고, 미국과 일본은 결코 쉬운 우방이 아니다. 북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는 대단한 골칫거리다.

내부적으로는 좀 더 겸양하고 포용적인 모습으로 통합에 힘썼으면 한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는 ‘촛불정부’라는 말을 너무 많이 사용해왔다. 듣기에 거북해하는 사람들은 적으로 간주하는 듯한 발언이다. 선명성을 내세우는 정치는 구시대적이다. 대통령이 앞장서서 구호 외치듯 하는 것을 보는 국민들은 대통령이 조급증을 앓고 있다는 인식을 갖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월 25일 부산 벡스코 2전시장에서 열린 2019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 ‘CEO 서밋’ 행사에서 짐 로저스 비랜드 엔터프라이즈 회장 등 참석자와 기념촬영을 하기 전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1월 25일 부산 벡스코 2전시장에서 열린 2019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 ‘CEO 서밋’ 행사에서 짐 로저스 비랜드 엔터프라이즈 회장 등 참석자와 기념촬영을 하기 전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오늘의 상황은 정의로운 정치가 어떤 것인가 하는 단선적인 리더십만으로는 대처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총선과 대선을 앞둔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앞으로도 결코 협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겹겹이 꼬인 문제를 풀어가려면 대통령이 더욱 명민한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

임순만 소설가·언론인(전 국민일보 편집인·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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