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마기수협회·한국마사회, 경마 제도 개선 전격 합의 이르러
과거 적폐 ‘경마혁신안’ 부작용…무차별한 경쟁 대신 ‘상생’ 공감
상금 경쟁성 완화·부정 지시자 면허 취소·개업 심사제 등 개선 나서
김낙순 한국마사회장, “불행 사태에 관계자, 팬과 국민께 사과” 밝혀

[말산업저널] 이용준 기자= 혁신과 세계화란 미명으로 2015년 강행 도입, 경마팬과 생산자·마주협회 등 유관 단체로부터 거센 반대에 부딪혔던 ‘경마혁신안’은 결국 실패작으로 드러났다. 2020년은 한국경마가 근본부터 다시 달라지는 ‘원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마사회(회장 김낙순)와 한국경마기수협회(협회장 신형철)는 12월 26일 오후 3시, 경기도 과천시 소재 기수협회회관에서 ‘경쟁성 완화와 기수들의 생활 안정을 위한 제도 개선’에 전격 합의했다고 밝혔다.

발단은 지난 11월 렛츠런파크 부산에서 일어난 故 문중원 기수의 사망 사건. 경마혁신안 도입 이후 성과 중심, 경쟁력 확대에 따른 부작용으로 한국경마의 낡고 부조리한 제도와 관행은 ‘을’의 희생을 당연시했다. 2017년부터 계속됐던 말관리사 사망 사건도 연속선상.

근본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한국마사회는 전향적인 대처에 나섰다. 서울·부경·제주 경마 관계자와 2주간에 걸쳐 설문 조사를 진행했고, 총 9회에 걸쳐 상생발전위원회를 열었다. 기수협회는 각 지부 단위 총회 등을 거쳐 제도 개선안에 대한 의견을 듣고, 한국경마기수협회가 대표해 경마 제도 개선안을 2020년 1월 1일부 시행키로 전격 합의했다.

주요 합의 내용은 △경마 공정성 강화 △조교사 개업 심사 투명성 확보 △기수 활동 안정화다. 먼저 경마 관계자의 생활 안정성 강화를 위해 상금 비율 조정 등으로 경쟁력을 완화한다. 상금 순위에서 1위 비중을 낮추고 하위 순위 상금을 상향하는 등 상금 편중 현상을 완화해 기수, 말관리사, 조교사 등 경주마 관계자의 소득 안정성을 강화한다.

故 문중원 기수 유서에서 언급된 ‘조교사 개업 심사’의 객관성과 투명성도 강화한다. 심사위원회의 외부 위원 비율 과반수 이상 확대, 위원장 외부인 선임, 외부 참관인 제도 도입 등을 통해 심사위원회 제도의 투명성을 강화한다. 또한 조교사 면허와 개업의 이중 절차, 개업 대기기간 해소 등 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외부 마사제도 도입도 적극 추진한다.

부당 작전 지시 등 경마의 공정성 확보와 기수들의 경주 참여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조교사나 마주의 부당 지시에 대한 신고 포상금을 최대 5억 원까지 확대하고, 신고제도 활성화를 통해 부당 지시자는 최고 수위인 면허 취소 등의 제재를 가한다. 공익 신고자에 대해서는 사업장 이동 등 보호 프로그램도 함께 시행해 경마의 공정성‧투명성을 더욱 강화한다.

기수의 생활 안정을 위해 상위권 기수의 기승 횟수 제한, 기승 기회 균등화를 통한 소득 안정화 기반을 만들고, 최소 경주 참여만으로도 최저 생계비를 상회하는 수입이 가능하도록 상금구조도 개선한다.

12월 26일 전격 체결된 경마 제도 개선 합의에는 신형철 한국경마기수협회장 등 임직원 20명과 김종국 경마본부장 등 한국마사회 관계자 10명이 참석했다. 이날 합의에는 마주협회, 조교사협회 등 관련 유관 단체도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사진 제공= 한국마사회 홍보부).
12월 26일 전격 체결된 경마 제도 개선 합의에는 신형철 한국경마기수협회장 등 임직원 20명과 김종국 경마본부장 등 한국마사회 관계자 10명이 참석했다. 이날 합의에는 마주협회, 조교사협회 등 관련 유관 단체도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사진 제공= 한국마사회 홍보부).

한국경마기수협회 신형철 회장은 “이번 마사회의 제도 개선은 경마 시행 역사상 최초라고 볼 수 있을 만큼 경쟁성을 축소하고 경주마 관계자의 소득 안정성에 방점을 둔 것 같다”며, “기수협회도 본업으로 돌아가 국민에게 최고의 경주로 보답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김낙순 회장은 “고 문중원 기수 사망에 대해 유족에게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하고, 불행한 사태가 발생한 것에 대해 경마 관계자, 경마팬, 국민 여러분들께 사과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김낙순 회장은 연도대표마 시상식 등 공식 행사를 통해서도 이번 사태에 대해 진중하게 사과하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한 “유족과 기수협회가 요구했던 가장 핵심 사안인 경마 제도 개선이 합의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국민의 눈높이와 사회적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향후 경찰 수사를 통해 철저한 진상 조사가 되도록 협조하고 책임자 및 부정행위자 관련자는 수사 결과에 따라 엄중하게 조치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합의된 경마 제도 개선안은 2020년 경마 정책에 반영해 2020년 1월 1일부터 즉시 시행될 예정이다. 이날 제도 개선안에 마주협회, 조교사협회 등 관련 유관 단체도 합의에 지지 의사를 표명한 만큼 향후 유관 단체와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미래 동반 성장의 기반을 만든다는 방침이다.

경마 제도 개선에 대해 팬들도 공감하는 분위기다. 팬들은 이번 사태로 스포츠로서의 경마가 경쟁력을 상실하지 않도록 할 것을 주문하면서도 환급률 인상과 온라인 마권 발매 부활 등 선진 경마로 가는 제도 개선이 후속 조치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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